미 법원, '론스타 핵심' 스티븐 리 보석 석방..."범죄인 인도 무산 가능성 커"

2023년 03월 15일 16시 26분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이 '범죄인 인도 무산 가능성'을 인정해 스티븐 리의 보석 석방을 결정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스티븐 리의 국내 송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뉴스타파는 8일(미국 시간 기준) 나온 미국 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스티븐 리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은 물론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2005년 미국으로 도주했다. 법무부는 이듬해 8월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스티븐 리는 지난 3월 2일 도주 17년 만에 미국 뉴저지주에서 체포됐으나 엿새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 조건은 보석금 1천만 달러(약 130억 원),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전자 장비 부착, 가택 연금 등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불구속 상태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게 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미국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스티븐 리는 보석 석방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1. 도주 위험이 없다.
    2. 지역 사회에 위협이 되지도 않는다.
    3. 석방에 유리한 '특별한 상황'이 존재한다. 
스티븐 리는 자신의 도주 위험에 대해 본인은 미국 시민으로 외국과의 관계가 거의 없으며, 미국과 가족 및 사업상 광범위한 관계에 있고, 유일한 외국 거주 친척이 한국에 있다고 했다. 스티븐 리는 또 자신의 선량한 성품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했으며, 향후 법원 절차에 출두하기 위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 법원은 스티븐 리가 석방될 경우 지역 사회에 위험을 초래할 증거나 주장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2005년 한국에서 귀국한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형사 고발의 위협이 약 17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그의 아내, 자녀와 함께 공개적으로 살았다는 이유로 도피 위험도 인정하지 않았다. 덧붙여 스티븐 리는 미국 시민권자이기에 범죄인 인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도주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석방에 유리한 ‘특별한 상황(special circumstances)’

보석 석방 요청의 일반적 이유인 ‘도주 우려와 사회적 위협 여부’ 이외에 스티븐 리가  주장한 석방에 유리한 ‘특별한 상황’이란 무엇일까? 스티븐 리는 세 가지 특별한 상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1. 2005년 자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약 17년이 경과한 점. 
  2. 범죄인 인도가 무산될 ‘상당한 가능성’ 
  3. 한국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론스타 사건’을 수사했고, 이미 민사 소송에서 피해 배상을 했으므로  궁극적으로 범죄인 인도 결정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First, Mr. Lee urges that the lengthy passage of time from the inception of the Korean investigation of Mr. Lee in or about 2005 to the present – a period of approximately seventeen years – constitutes a special circumstance justifying release.

Second, Mr. Lee claims that the “substantial likelihood” that he will defeat extradition on the merits further qualifies as a special circumstance supporting his release.

Finally, Mr. Lee suggests that the “apparent political basis” of prosecution against him, coupled with the fact that he has made restitution to the victim of his alleged crime, will likely ultimately result in his not being extradited, and he urges that this constitutes yet another special circumstance militating in favor of his release.

스티븐 리의 보석 결정 판결문 중 스티븐 리가 주장한 ‘세가지 특별한 상황’ 원문
미 법원은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스티븐 리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경과한 것은 사실상 보석 석방할 특별한 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가 17년 이상 스티븐 리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지연한 것은 인도 절차의 긴급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며, 현 시점에서 구금의 실질적 필요성을 약화시킨다고 봤다.   
또한 이씨가 주장한 ‘범죄인 인도 무산 가능성’은 그의 특별한 상황 주장을 더욱 뒷받침한다고 했다.
The Court also notes that Mr. Lee’s argument regarding his likelihood of success defending against extradition further bolsters his special circumstances claim.

스티븐 리의 보석 결정 판결문 중 범죄인 인도 무산 성공 가능성 언급 원문
미 법원은 그 근거로 2017년 이탈리아 법원이 스티븐 리의 범죄인 인도를 거부한 점을 언급했다. 인터폴에 수배 중이던 스티븐 리는 2017년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으나 ‘이탈리아 형사법 해석상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석방된 바 있다. 미 법원은 ‘스티븐 리의 관점에서 범죄인 인도의 가치 문제를 미리 판단할 의도는 없지만, 이탈리아 법원이 스티븐 리를 석방했던 판결이 이번 보석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The Court has no intention at his point of pre-judging this merits issue, but it cannot deny that the actions of the Italian authorities raise far more than a metaphysical doubt as to the inevitability of Mr. Lee’s extradition to Korea in this matter.

스티븐 리의 보석 결정 판결문 중 이탈리아 법원 결정 참고 이유 원문
스티븐 리가 주장한 석방에 유리한 ‘특별한 상황’ 세가지 중 마지막 ‘기소의 명백한 정치적 근거와 배상 노력 실행’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 법원은 ‘(스티븐 리를) 기소하려는 한국의 정치적 동기에 관심을 두지 않으며, 민사 배상은 석방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부는 스티븐 리의 체포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신속하게 송환하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며, 앞으로 범죄인 인도 절차는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미 법원이 스티븐 리가 주장한 ‘범죄인 인도 무산 성공 가능성’을 인정해 보석 판결을 한 이상 스티븐 리의 송환은 난항이 예상된다.
제작진
취재이명주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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