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기록과 증언> ② '윤석열의 론스타 수사'가 부실 수사인 이유

2022년 10월 19일 13시 10분

뉴스타파는 ‘외환은행을 헐값 매각, 불법 매각했다’는 의혹으로 시작해 검찰 수사와 재판, 국제분쟁으로까지 이어졌던 론스타 사건과 관련된 각종 기록과 증언 등을 <론스타 사건, 기록과 증언> 사이트에 공개한다. 지난 20년간 각종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이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뉴스타파가 공들여 발굴한 자료를 공개하고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후원회원의 회비로 수집한 이 자료가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① '론스타는 산업자본'...2003년 금융당국은 정말 몰랐나
② '윤석열의 론스타 수사'가 부실 수사인 이유
2006년 12월 7일 ‘외환은행 매각 비리 등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영수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BIS비율을 부당하게 낮춰 금감위로 하여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라고 발표했다.
2006년 당시 외환은행 매각 사건 수사의 쟁점은 BIS 비율, 즉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조작을 통한 헐값 매각 의혹이었다. 이후 외환은행 사건은 외환카드 주가 조작과 론스타 펀드 수익률 조작 및 탈세 사건으로 확대됐다.

윤석열, 한동훈, 이복현… ‘론스타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이 사건에 검사 20명과 수사관 80명 등 100명 넘는 수사인력을 투입했다. 박영수, 채동욱, 심재돈, 구본선, 이두봉 검사를 비롯해 대통령이 된 윤석열, 법무부장관이 된 한동훈 검사 그리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 실장 등도 수사 검사로 참여했다.
▲ 2006년 12월 7일 ‘외환은행 매각 비리 등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참석한 검사들
2007년 3월 29일, 외환은행 주주 총회에서 새로운 이슈가 불거졌다. 산업자본, 즉 비금융주력자 문제다. ‘론스타는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외환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다, 따라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는 주장이었다. 만약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고 판단된다면 외환은행 매각 승인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비금융주력자라면 의결권을 4%까지밖에 행사를 못하니까 그래서 주총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 된다 론스타 의결권이 몇 % 인지 행사 가능한 의결권이 몇 % 인지 질의하고 감독 당국이 ‘51%입니다’ 그러면 ‘왜 비금융주력자가 아닌지 근거를 밝혀라’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전성인 /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뉴스타파는 2006년 검찰 수사와 이후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이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어떻게 다뤘는지를 수사기록과 공판 기록을 입수해 확인했다.
▲ ‘외환은행 매각 비리 사건' 관련 검찰 수사 기록과 공판 기록 중 일부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승인 자체가 불가능

2008년 6월 20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송 모 사무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면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승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비금융주력자 여부 판단은 2002년 4월 시행된 은행법 2조를 적용해 물었다.
▲ 2008년 6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 중 송OO 금융위원회 사무관 증인신문 일부

론스타 산업자본 여부 금감위나 금감원 그 누구도 상세히 검토한 적 없다

송 사무관은 “당시 금감위나 금감원 그 누구도 상세히 검토한 적이 없다”고 시인했다. 또한 “금융위는 론스타의 회계자문 업무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KPMG가 작성해 금감원에 제출한 확인서를 근거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 2008년 6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 중 송OO 금융위원회 사무관 증인신문 일부
금융위에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는 회계법인 KPMG 삼정 회계 법무법인이 제출한 확인서가 유일했다. 론스타의 회계자문 회사가 작성한 확인서를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가능케 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비금융주력자 여부는 론스타가 맞춰 오는 것

2009년 11월 16일 서울고등법원 제8회 공판에서 송 사무관은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인지 여부는 론스타가 스스로 입증해야 할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 2009년 11월 16일 서울고등법원 공판 중 송OO 금융위원회 사무관 증인신문 일부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이 진술 자체가 새로운 범죄 행위 또는 하다못해 그 당시 입장에서 보면 직무유기의 혐의가 될 수 있었던 것인데 그냥 넘어가 버리고 만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당시 외환은행 매각 승인 권한을 갖고 있던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심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공판 과정에서 명확히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고, 관련자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2006년 대검중수부가 총동원됐던  검찰 수사가 부실수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가 검찰의 헐값 매각 사건을, 헐값 매각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고발할 때도 불법 매각 측면은 집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검찰 수사도 그 부분에 집중이 돼 있었죠. 그러나 검찰은 거기에만 멈춰서는 안 됐어요. 법을 잘 분석했으면 이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왜냐하면 시민단체는 6개월 뒤에 법을 분석해서 알아냈으니까요. 검찰이 법률 전문가인데 시민단체보다 못하다라는 거잖아요. 근데 거기 있던 사람들이 누구예요. 박영수 중수부장, 채동욱 수사기획관, 나중에 검찰총장 되죠. 윤석열 나중에 검찰총장 되고 지금 대통령이죠. 한동훈 지금 법무부 장관 됐죠. 내로라하는 나름대로 특수부 수사에는 난다 긴다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그걸 못 잡아냈다는 게 법리로 시민단체보다 못하다는, 바보라는 거 아니에요, 결국.

전성인 /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뉴스타파는 <론스타, 기록과 증언> 연속 보도는 다음 주에도 이어진다.
제작진
취재최윤원, 한상진, 송원근, 김지연
촬영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정애주
CG정동우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