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지분 전쟁에서 떠오른 이수만의 홍콩 유령회사 정체

2023년 02월 16일 18시 42분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전쟁 와중에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보도했던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홍콩 페이퍼컴퍼니가 전형적 역외탈세 창구로 의심된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뉴스타파는 지난 2021년 10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진행한 '판도라페이퍼스' 프로젝트를 통해 이수만 전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관련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다수 발견해 보도했다. (관련 기사: 'K-Pop 대부' 이수만 관련 홍콩 페이퍼컴퍼니 무더기 발견)
이 페이퍼컴퍼니 중에는 오늘(16일) 이성수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이수만의 역외탈세 창구로 지목한 '씨티플래닝 리미티드'(CT Planning Limited, 이하 CTP)도 있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창업자 vs 현 대표 

최근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자리를 경쟁사 하이브엔터테인먼트에 넘길 것인가, 아니면 카카오에 넘길 것이냐를 두고 창업자 이수만과 현재 대표 이성수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는 자신이 소유한 에스엠 지분 18.46% 가운데 14.8%를 하이브엔터테인먼트에 넘기는 조건으로, 향후 3년 간 에스엠의 국내 프로듀싱에는 관여하지 않는 대신 해외 프로듀싱에만 참여하고 보수를 받아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에스엠 현 대표…’“해외판 라이크기획” 통한 역외탈세 의심돼’

이에 대해 이성수 대표는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성명에서 하이브가 에스엠의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이수만이 홍콩에 숨겨둔 이른바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를 통해서 앞으로도 상당 부분의 에스엠 매출을 가져갈 수 있다고 폭로했다. 
일부 에스엠 소속 가수들의 해외 음반과 음원 수익에서 이수만 몫의 프로듀싱 수수료를 홍콩 소재 개인회사 CTP가 가져가도록 설정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수만은) 기존의 프로듀싱과 하는 일은 똑같은데, 계약의 구조만 해외 레이블사와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를 거치게 하면서 기형적으로 (구조를) 바꿨다”며 “이수만은 에스엠과 (해외) 레이블사 간의 정산 전에 6%를 선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에스엠과 라이크기획의 계약은 2014년과 2021년에도 국세청으로부터 정당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결과 에스엠은 수십억, 수백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했다. 이런 해외를 거치는 이상한 구조는 이수만이 한국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라이크기획은 1997년 설립된 이수만의 개인 회사로, 이수만이 총괄프로듀싱으로서 에스엠 전체 매출의 6%를 인세로 받아 부당한 이익을 가져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른바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 뉴스타파 2021년 보도 통해 세상에 드러나

이성수 에스엠 대표가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부른 CTP는 2019년 12월 홍콩에 설립됐다. 
뉴스타파와 ICIJ가 입수해 분석한 홍콩의 일신회계법인과 일신기업컨설팅의 고객 관리 파일에 따르면, CTP는 이수만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로 자본금은 미화 100만 달러 (한화로 약 12억 8천만원)로 설정돼 있었다. 설립 이듬해인 2020년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직원이 이사로 올라가긴 했지만 소유권은 이수만에게 남아있었다. 시티은행 홍콩지점에 개설한 법인 계좌도 6개나 발견됐다. 
▲뉴스타파와 ICIJ가 입수해 분석한 판도라페이퍼스 파일에서 발견된 CTP 지분 구조도 문서
2021년 CTP와 관련한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측은 중화권, 동남아 쪽 프로듀싱을 위해 이수만이 만든 개인회사라고 해명한 바 있다. CPT는 에스엠 계열로 공시돼 있지 않았고, 뉴스타파 보도 이전에는 그 존재 자체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판도라페이퍼스 파일에서 발견된 CTP 문서.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프로듀서는 주주이자 이사였다.

 CTP외에도 이수만 개인 관련 해외 법인 다수 ‘판도라페이퍼스’에서 발견

CTP 외에도 판도라페이퍼스 자료에서 발견된 이수만 개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홍콩 법인은 5곳이 더 있다.
▲석세스 메이커(Success Maker Investment Limited), ▲폴렉스 디벨롭먼트(Polex Development Limited), ▲스카이 크리에이티브 디벨롭먼트(Sky Creative Development Limited), ▲퍼시픽리딩 디벨롭먼트(Pacific Leading Development), ▲제이지 크리스천 채리티(JG Christian Charity Foundation) 등이다. (관련 기사: 이수만·SM과 관련 없다더니...홍콩 자선재단의 수상한 행보)
이수만과 이들 법인의 관계는 일신기업컨설팅 내부 문서에서 드러났다. 이들 5개 법인은 홍콩 소재 법인관리 대행사들이 제공하는 차명 관리 서비스(Nominee Service)를 이용해 법인의 진짜 주인인 이수만의 이름을 숨겼다. 일신기업컨설팅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수만은 진짜 주인을 일컫는 ‘수익 소유자’(Beneficial Owner)로 등재돼 있었다.
또, 뉴스타파는 판도라페이퍼스 파일에서 에스엠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내부 자료도 발견해 보도했다. (관련 기사: 에스엠 홍콩 자회사, 이수만 일가에 지분 몰아주다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설립 시 최대주주였던 에스엠의 지분율은 85%에서 점점 떨어졌고 이수만 일가의 지분은 증가했다. 그러나 2012년 유상증자와 2020년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에스엠의 지분율은 59.93%으로 줄어들고 이수만 일가, 즉 이수만 본인과 두 아들, 배우자의 지분은 총 24.13%가 됐다. 실제로 이수만은 2019년 드림메이커에서 224만 4179 홍콩 달러(약 3억 3000만 원)의 급여와 130만 홍콩 달러(약 1억 9000만 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기록 돼 있었다.
하이브는 이수만 소유의 에스엠 지분 매입 공시에서 “최대주주(이수만) 및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는 발행회사 계열회사인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및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지분 매수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외탈세 의혹 조사 필요해

이성수 대표 말대로라면 이수만의 에스엠 지분이 하이브로 가든 카카오로 가든, 여전히 에스엠 매출 중 일부는 이수만 해외 페이퍼컴퍼니 CTP로 흘러가게 된다.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지, 주주 권익을 침해하지는 않았지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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