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SM과 관련 없다더니...홍콩 자선재단의 수상한 행보

2021년 10월 15일 08시 05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2021년 10월 4일부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주관으로 전세계 600여 명의 언론인과 함께 <판도라페이퍼스: 조세도피처로 간 한국인들 2021>프로젝트 결과물을 차례로 보도합니다. 국제협업취재팀은 트라이던트 트러스트, 알코갈, 아시아시티 트러스트, 일신회계법인 및 기업컨설팅(홍콩) 등 14개 역외 서비스업체에서 유출된 1190만 건의 문서를 입수해 취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과 관련된 홍콩 법인 가운데 제이지 재단(JG Christian Charity Foundation)이라는 이름의 법인이 있다. 에스엠 측은 제이지 재단이 이수만 회장의 부모 재산으로 설립됐고, 이수만 회장이나 에스엠은 설립이나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수만 회장 측이 이 재단의 기부 활동에 개입한 정황이 일부 나오는 등 적잖은 관련성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홍콩 일신회계법인 및 일신기업컨설팅에서 유출된 자료를 토대로 이수만 회장과 관련된 석세스 메이커(Success Maker Investment Limited), 폴렉스(Polex Development Limited), 스카이 크리에이티브 디벨롭먼트(Sky Creative Development Limited), 퍼시픽 리딩 디벨롭먼트(Pacific Leading Development), 제이지 재단 등 5개 홍콩 법인의 차명 의혹 등에 대해 보도한 바있다.
이 홍콩 법인들은 2014년까지 대부분 청산됐고 현재 이 재단만 남아있다. 이들 청산 법인의 잔여 자산 중 상당액은 제이지 재단에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석세스 메이커, 폴렉스, 스카이 크리에이티브 등 이수만 회장과 관련된 홍콩 법인의 잔여 자산은 퍼시픽 리딩을 거쳐 2014년 설립된 제이지 재단으로 모였다.
제이지 재단 측 연락 담당자로 한세민 에스엠 전 대표 기재
제이지 재단은 2014년 6월 홍콩에서 설립됐다. 2014년은 이수만 회장과 그가 실소유자로 기재돼 있는 홍콩 페이퍼컴퍼니 폴렉스의 미국 말리부 호화 별장 공동 매입 문제로 국세청 세무조사가 있었던 해다.
제이지 재단은 설립 이후 홍콩 일신기업컨설팅과 법인 관리 계약을 맺는다. 계약서에는 제이지 재단 측 연락 담당자로 'Nikki Han(니키 한)'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니키 한의 이메일은 'seminhancharity(세민한채리티)로 시작한다. 이 니키 한은 이수만 회장의 측근인 한세민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전 대표다. 에스엠 측은 제이지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이 회장이나 에스엠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재단 설립 초기부터 에스엠 고위인사가 재단 측 연락 담당자로 지정돼 있었던 것이다.
▲'seminhancharity'라고 시작되는 이메일 주소는 '니키 한'이라는 영문 이름을 가진 한세민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전 대표가 자선재단 관련 업무를 위해 만든 이메일로 추정된다.
제이지 재단 설립 문서에는 초대 이사로 김연선(Kim Yon Son)과 앤소니 동 손(Anthony Dong Sohn)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둘 다 미국 주소를 기재한 교포다. 에스엠 관계자는 이 두 이사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재단은 이들 이사진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제이지 재단 이사로 올라와 있는 이 두 사람도 이수만 회장 및 에스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로 드러났다. 
김연선 씨는 에스엠 아이돌 굿즈를 생산 유통하는 미국 법인 '어반 코코넛'의 CEO로 확인됐다. 일신에서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이수만 회장이 역시 홍콩에 설립한 컬쳐 테크놀로지 그룹이라는 회사와 주식 지분 거래를 한 전력도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김연선과 앤소니 동 손에게 연락해 재단과의 관계와 역할이 뭔지 물었으나 이들은 구체적인 답을 피했고, 첫 접촉 이후엔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제이지 재단, 기독교 및 자선단체 등에 4억 기부...이수만 회장 일부 개입 정황 나와
일신회계법인 유출 문서에 따르면 제이지 재단은 2015년 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10차례에 걸쳐 국내외 교회 자선단체 등에 총 37만 7천여 달러, 우리 돈 4억 4천만원 가량을 기부했다.
제이지가 가장 큰 돈을 기부한 곳은 미국 뉴욕 근교에 위치한 임마누엘 미션(Immanuel Mission in USA Inc.)이라는 비영리 단체다. 2016년, 20만 달러(우리 돈 약 2억 원)을 기부했다. 그러나 이 단체 주소를 확인해 보니 일반 가정집이었다. 홈페이지도 없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확인하기가 불가능했다.
▲JG재단 기부 내역
제이지 재단은 한국의 종교단체 여러 곳에도 기부했다. 취재진은 제이지 재단이 서울 D선교회에 40만 3천 홍콩달러(한화 약 4000만 원)을 송금한 내역을 확인했다. D선교회는 탈북자 지원 활동으로 알려진 곳인데 학교 설립에 필요한 "4000만 원을 기부 받았다"라고 밝혔다. 선교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부자가 누구인지 몰랐으나 나중에 "이수만 회장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A사회복지단체도 이수만 회장 측에서 기부금을 냈다고 말했다.
제이지 재단의 자금 지출 내역에는 정상적인 기부 활동으로 볼 수 없는 자금 집행 사례도 나왔다. 지난 2015년 4월 제이지 재단은 법인 계좌로 한국의 법무법인 태평양에 15,475달러를 송금했다. 제이지 재단이 태평양에 자선기금을 기부했을 리는 없다. 관련 서류에서 사유를 찾아보니 법률 비용으로 기재돼 있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2014년 이수만 회장과 에스엠의 해외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해 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할 당시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대리한 로펌이다. 하지만 제이지 재단이 왜 태평양에 돈을 보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에스엠 측은 제이지 재단과 태평양이 거래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법무법인 태평양 측에 제이지 재단에서 온 돈의 정체가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태평양 측은 변호사법상 해당 정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반론보도]「이수만·SM과 관련 없다더니...홍콩 자선재단의 수상한 행보」관련
본지의 지난 10월 15일자 「이수만·SM과 관련 없다더니...홍콩 자선재단의 수상한 행보」 제하의 기사에 대해 D 선교회는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 관련 의혹과 D 선교회는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제작진
취재김용진 김지윤 홍우람 강혜인 이명주
촬영신영철 최형석 김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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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데이터김강민 최윤원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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