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 추가 입수, '박영수 딸 퇴직금' 구체적 논의 정황

2023년 08월 03일 10시 30분

● 정영학 녹취록 추가 입수...2021년 9월 검찰 수사 시작 직전까지 정영학이 녹음해 검찰에 제출
● 대장동 민관 유착 '지라시' 돌자 대책 회의...박영수 딸에게 줄 퇴직금·특별상여 논의
● 정영학과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의 통화 내용, "직원 강○○이 박영수 딸 퇴직금 세금 물어봤다"
● 김만배와 박영수는 '50억 약속' 부인하지만, 실제 지급하려 세무 검토 진행한 정황 
뉴스타파는 정영학 회계사가 직접 녹음한 음성파일을 추가로 입수했다. 지난 1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1,325쪽 '정영학 녹취록'에는 없는 내용이다. 기존 녹취록은 2021년 4월까지의 내용이고, 추가 입수한 녹음파일은 2021년 9월까지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직후 업자들이 나눈 긴박한 대화가 담겨 있다. 박영수 전 특검 등 '50억 클럽'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검찰은 최근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오늘(2일)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다. 검찰은 김만배 등 업자들이 박 전 특검에게 8억 원을 지급(특경가법상 수재 혐의)하고, 딸에게 화천대유 회삿돈 11억 원을 지급(청탁금지법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김만배 일당이 박영수 딸에게 6년치 월급과 회사 대여금, 아파트 분양권 등으로 총 26억 원의 금전적 이익을 제공한 사실을 보도했다. 김만배가 박영수 딸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빌려준 회삿돈 11억 원은 사실상 아버지 박영수를 보고 준 뇌물 성격이 짙다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관련 기사 : "박영수 딸에 '호화 생활비' 명목 11억 빌려줘"...김만배 검찰 진술 확인) 뉴스타파 보도 후 검찰은 박영수 딸을 불러 다시 조사했고, 문제의 대여금 11억 원을 새로운 혐의로 추가했다. 
뉴스타파가 추가로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 표지. 2021년 9월 7일 정영학 회계사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와 통화하면서 녹음한 파일을 검찰이 녹취록 형태로 만들었다.  

추가 정영학 녹취록 속 업자들, "박영수 딸에게 줄 퇴직금 논의" 

2021년 9월 7일, 정영학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녹취록 남자1)와의 통화를 녹음했다. 21분 52초, 녹취록으론 18쪽 분량이다.   
이날 대화의 주제는 '지라시'였다. 당시는 대장동 민관 유착 비리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던 때였다. 지라시에는 대장동 업자들이 수천 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성문 대표는 정영학에게 지라시 관련 대책 회의에 참석하라고 말한다.
추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박영수 전 특검 관련 내용이다. 먼저 이성문은 정영학에게 "박○○ 이사가 한 달 전 강○○한테 '박○○(박영수 딸) 그만뒀냐'고 물어본 적이 있나요?"라고 묻는다. 정영학은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한 뒤 "퇴직금 물어봐서 그럴 거예요. 그쪽에서 옛날부터 세금 많이 물어봤잖아요"라고 답한다. '대장동 일당'이 박영수 딸 퇴직금 문제를 논의했던 사실을 확인해 주는 내용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박○○ 이사는 A 증권사 소속 임원으로 대장동 업자들의 회계와 세무를 맡았던 사람이다.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 등장한다. 녹취록에서 정영학은 "옛날에 어려운 상황들이 있을 때 박○○ 이사와 상담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아래는 해당 녹취록 내용.(위 기사 내용은 녹취록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추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2021년 9월 7일) 일부. 남자1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 

외부 인사에게 박영수 딸 퇴직금 문의한 사실 알게 된 뒤 김만배 '노발대발'  

추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박영수 딸 퇴직금 문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나온다. 이성문 대표가 "(김만배 회장이) 박○○(화천대유 임원) 하고 ○○○ 불러서 엄청 야단쳤다고 하더라. 박○○ 이사가 여기 왜 전화하냐고"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풀어 설명하면, 김만배가 박영수 딸에게 퇴직금을 주는 사실을 외부 인사(박○○)에게 누설한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이에 정영학은 "(화천대유 직원) 강○○가 난이도가 있는 문제는 (화천대유) 김○○ 이사가 아니라 박○○ 이사한테 물어봐요. 대놓고 물어본 건 아니었을 거에요"라는 식으로 답한다. 화천대유가 예전부터 어려운 세무 관련 처리를 회계·세무 전문가인 박○○ 이사에게 자문해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래는 해당 녹취록 내용.(위 기사 내용은 녹취록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추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2021년 9월 7일) 일부. 남자1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  

박영수 딸 퇴직금에 거액의 성과급 얹을 때 발생할 '세무 문제' 상담 정황   

이튿날인 2021년 9월 8일 정영학과 이성문이 나눈 대화는 좀 더 구체적이다. 이 날 통화 녹음파일은 총 47분 58초, 녹취록으론 36쪽 분량이다. 여기서 정영학과 이성문은 대장동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 등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성문은 "우리가 경기도나 성남시에 돈을 준 것이 없기 때문에 불거져도 문제될 게 없다"고 답한다. "이재명이 대선 후보가 되면 검찰도 쉽게 수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날 박영수 딸에 대한 퇴직금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정영학은 자신이 박○○ 이사에게 확인한 내용을 이성문에게 전달한다. 정영학이 "(박영수 딸의) 퇴직금과 특별상여금 문제를 문의하는 메모를 박○○ 이사에게 전달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성문(남자1)은 "여기 올라가 있다"고 확인해 준다. 정리하면, 김만배 소유의 화천대유가 박영수 딸의 퇴직금과 50억 의혹이 있는 '특별상여금'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세무 상담을 진행했거나 준비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정영학은 이날 '성과급'이란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아래는 해당 녹취록 내용.(위 기사 내용은 녹취록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추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2021년 9월 8일) 일부. 남자1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 

'50억 약속' 정황 담긴 추가 녹취록...실제 지급됐을 가능성도 

'박영수 딸 퇴직금 50억 원'은 화천대유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해진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기록에도, 김만배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과 박영수 전 특검의 딸에게 화천대유 임원보다도 많은 퇴직금을 약속한 걸로 되어 있다. 
박영수와 김만배는 "50억 약속은 거짓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영학 추가 녹취록에는 뇌물 약속을 실행하려고 움직인 정황이 남아 있다. 대장동 업자들과 가까웠던 박○○ 이사가 화천대유 직원이 남긴 박영수 딸의 퇴직금 관련 메모를 보고, 화천대유에 전화를 걸어 "박영수의 딸이 퇴사하냐"고 물을 정도였다. 
박영수 딸의 퇴사가 기정사실화 된 점, 퇴직금과 성과금에 대한 세무 자문 등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된 점 등을 감안하면, 박영수 측에 약속한 돈 50억 원이 실제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만배가 회사에서 빼돌린 돈 중 최소 200억 원이 넘는 돈의 용처를 검찰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의심을 키운다. 박영수는 2016년 말부터 공무원인 '특별검사' 신분이었기 때문에, 박영수 딸이 받은 성과급이 박영수를 보고 준 돈으로 판단되면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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