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보공개 전쟁...결국 자료를 받다

2018년 09월 14일 14시 52분

20대 현직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검증할 수 있는 국회 내부 자료를 뉴스타파가 입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행정 소송에서 승소해, 20대 국회의원들이 사용한 ‘입법 및 정책개발비’의 지출증빙 서류의 전체 내역을 받아냈다.

20대 국회의원들의 정책개발비 사용 실태를 확인한 것은 뉴스타파가 처음이다.  입수한 자료는 A4 용지로 2만 쪽 분량이다. 행정 소송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언론사 처음으로 20대국회 정책개발비 지출증빙 서류, 입수 분석 중

국회의원 300명이 한해 사용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 관련 예산은 130억 원 규모다.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고 정책연구 용역을  주고,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와 식대 비용은 물론, 의원들의 도서구입  비용도 정책개발비에서 지출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데 쓰이는 예산이다.

▲ 뉴스타파가 국회로부터 받아낸 20대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지출증빙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인 국민들은 이 예산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할 경우, 의정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국회가 2011년 이후 정보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3곳은 지난해부터 국회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3월,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의원들의 예산 집행 내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업무추진비(88억 원), 특수활동비(81억 원), 특정업무경비 (179억 원), 예비금(13억 원) 그리고 국회의장단과 정보위원회의 해외출장 예산 사용 내역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국회는 그 때마다 관련 정보의 공개를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행정 소송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정보를 받아내기로 했다. 시민단체와 함께 제기한 정보공개 소송만 3건이다. 지난해 8월 첫 재판을 시작으로 국회와 지리한 소송 전쟁에 들어갔다.

그리고 법원은 잇따라 공개 결정 판결을 내렸다. 2018년 2월 1일 서울행정법원은 예산의 투명한 사용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의 지출증빙 서류 전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공개는 없었다. 국회는 계속 버텼다. 당시 국회 사무처는 “판결의 취지를 충분히 검토하고 입장을 정리해 대응하겠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국회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로 대응했다. 소송은 2심으로 이어졌다. 공개 판결이 나면, 어김없이  항소와 상고가 반복됐다. 국회와의 정보공개 청구 소송은 거대한 벽과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리한 소송...2018년 7월 5일 서울고법, “정책개발비 공개하라”

6개월 뒤 2018년 7월. 서울고등법원, 2심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정책개발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회는 결국 상고를 포기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시민단체와 함께  2018년 8월 처음으로 자료를 복사하고 열람하며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국회의원들의 예산 사용내역을 추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표절 정책자료집을 발간해 국회예산을 낭비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표절 정책연구에 사용한 국회 예산에 대한 국고 반납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가 관련 자료를 공개를 거부하고 상당수 의원들도 세금으로 만든 정책연구와 정책 자료집을 폐기했거나 분실했다고 주장하면서 전모를 밝히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태 의원 경우, 국회 도서관에 이미 공개했던 정책연구 14건을 모두 비공개 처리하기도 했다. 해당 의원실이  비공개 처리한 정책연구에 들어간 국회예산은 2,200만 원이었다. 김진태 의원실이 비공개한 시점은 뉴스타파가 국회의원들의 정책연구 표절을 한창 취재하던 2017년 10월이었다.

▲ 현재 국회 온라인 도서관에서 김진태 의원의 정책연구 자료는 비공개 처리되어  검색이 불가능하다.

의원실에서 비공개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그렇게 조치했습니다. (비공개) 사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비공개로 해달라는 그런 요청이 있으셨습니다.

국회도서관 직원

결국,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정책연구의 결과물이 비공개 처리되면서 정책연구를 적법하게 진행했는지, 관련 예산은 제대로 사용했는지 더이상 검증은 불가능했다.

의원실 안에서 어떠한 정책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알 도리가 없어요.  국회의원실 문 딱 닫고 들어가면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저희가 하나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김유승  중앙대 교수(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국회의원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등 공개 소송, 승소 이어져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회의원들이 사용한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집행내역 관련 서류를 뉴스타파가 확보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이번에 입수한 정책개발비 지출증빙 서류를 분석해 의원들의 예산 오남용 실태를 공개할 예정이다.

뉴스타파는 이밖에도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의원 업무추진비 88억원, 특수활동비 81억원, 특정업무 경비 179억 원 등 지금까지 사용처가 공개되지 않은 국회 예산에 대해서도 정보 공개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행정 소송을 통해 관련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유권자인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취재 : 박중석, 김성수, 심인보, 조현미, 김새봄, 문준영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김남범, 오준식
편집 : 정지성, 이선영
공동기획 :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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