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통합당 이언주, 연구개념도 모르는 비전문가에게 맡겨..."세금 400만 원 반납하겠다"

2020년 04월 10일 17시 05분

미래통합당 이언주 의원(경기 광명시을)이 지난해 국회 예산 400만 원을 투입해 진행한 정책연구가 표절 등 엉터리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의원은 핵심 연구 개념도 제대로 알지 못 하는 비전문가에게 연구를 맡겼다. 이 의원은 “표절을 확인하지 못 한 잘못이 크다”며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해 8월, ‘적극적 고용시장정책에 관한 해외사례연구’를 주제로 소규모 정책연구를 수행했다. 최 모씨에게 연구용역을 맡겼고 국회 예산 400만 원이 들어갔다.

최 씨가 작성한 정책연구 결과보고서는 69쪽 분량이다. 보고서는 ‘이행 노동시장 (TLM: Transitional Labor Market)’ 이론과 개념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돼 있다. ‘TLM’이란 실업이나 경력 단절, 은퇴 상태인 개인이 재취업 등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리·지원하는 취업지원 시스템을 뜻한다.

취재진은 최 씨에게 연락해 정책연구의 핵심 개념인 ‘TLM’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최 씨는 “모른다”, “처음 들어 본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TLM에 대해 설명한 뒤,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역시 “잘 모른다”였다.


그렇다면, 정책연구의 핵심 개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최 씨가 60페이지가 넘는 정책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비결은 뭘까?

보고서를 살펴보니, 8년 전 2011년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이행 노동시장의 이해와 고용전략’ 보고서를 무단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용이나 출처 표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정책연구의 제목처럼, 보고서의 핵심 내용인 독일, 영국, 미국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는 17쪽 전체 분량은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보고서를 베꼈다. 서론에 해당하는 ‘적극적 노동시장론 개관’ 부분도 약 5쪽 분량을 고용정보원의 보고서를 짜깁기했다.



한국고용연구원은 발행 보고서를 ‘사전 승인 없이 전재하거나 역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연구에 사용한 통계자료 역시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고용서비스 기관의 현황 통계’는 2008년 자료를 인용했고 ‘취약계층전담 취업지원센터’와 ‘고용지원이동센터’의 현황, ‘경제활동인구’ 관련 수치 등은 2009년 통계를 가져다 썼다.


연구자 최 씨는 잘못을 인정했다. 최 씨는 “윤리적으로 제가 실수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올해 초 이언주 의원이 창당한 ‘미래를향한전진4.0 (약칭 전진당)’의 대외협력위원장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9월, 이 의원이 개최한 ‘운동권 두들겨 패기’라는 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이언주 의원에게 전문성이 부족한 최 씨에게 연구를 맡긴 경위와 표절이 확인된 정책연구에 들어간 국민 세금을 반납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 의원실은 “표절 등 검증을 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한다”며 “정책 연구비를 반납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 의원실은 그러면서 “최 씨가 전문성은 없지만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두루 알고 있어 연구를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경기 광명시을에서 민주당 후보로 두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언주 의원은 이번 4·15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부산 남구을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제작진
취재임선응 강현석 박중석
촬영최형석 김기철
편집정지성
그래픽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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