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통합당 윤재옥, 국회 예산지침 어기고 세금 500만 원 지급

2020년 04월 10일 17시 05분

미래통합당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구을)이 2019년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연구자가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국회예산으로 연구비 5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국회예산 사용지침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맡은 교수는 “지금도 계속 연구 중”이라고 주장했고, 윤 의원실은 연구자와 협의해 빠른 시일 안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안 될 경우, 관련 예산의 반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의원은 2019년 12월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강령 분석과 경제·사회적 시사점’이란 제목으로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세대 이 모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했고 세금 5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교수는 연구 목적으로 “영국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강령을 분석한 후 (중략) 우리나라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 연구자 이 씨는 보고서에서 “영국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강령을 분석한 후 (중략) 우리나라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 교수는 두 당의 강령에 대해 어떤 분석을 내놨을까? 이 교수가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확인했다. 모두 102쪽 분량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영국 양대 정당의 강령을 분석한 대목은 없다. 오직 2019년 영국 노동당과 보수당의 영문 총선공약만 있다.

윤재옥, 500만 원 정책연구...영국 보수당·노동당 강령 ‘복붙’

연구보고서의 표지(1쪽)와 연구목적(1쪽), 제출문(1쪽)을 제외한 99쪽 전부가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홈페이지에 있는 두 당의 총선 공약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컨트롤 C’, ‘컨트롤 V’를 반복해 연구 결과보고서를 만들었다.

▲ 사진 왼쪽은 영국 보수당의 2019년 총선 공약, 오른쪽은 윤재옥 의원실이 2019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내용이 모두 일치한다.

▲ 사진 왼쪽은 영국 노동당의 2019년 총선 공약, 오른쪽은 윤재옥 의원실이 2019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내용이 모두 일치한다.

이 교수가 작성한 윤 의원의 정책연구 결과보고서와 두 정당의 공약 페이지를 비교했을 때 결과보고서 4쪽부터 14쪽까지 보수당의 공약을 복사해 붙였고, 14쪽부터 102쪽까지 노동당의 공약을 그대로 옮겨놨다.

노동당의 공약을 ‘복붙’하는 과정에서 노동당 사무실 주소도 함께 가져오기도 했다. 두 당의 공약 홈페이지 내용을 다 긁어왔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와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의 서명은 뺐다. 이런 엉터리 용역보고서에 국회 예산 500만 원이 지급된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 사진 위쪽은 영국 노동당의 2019년 총선 공약, 아래쪽은 윤재옥 의원실이 2019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사무실 주소가 똑같이 적혀 있다.

이 교수 “최종보고서 아니고 지금 연구 중”...국회 예산사용 지침 위반

취재진은 연구자 이 교수에게 연락해 해명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교수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최종보고서가 아니고,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연구 계약서상 (2019년) 12월 31일까지 연구를 마쳤어야 하는데, 계약이 12월에 체결돼 물리적으로 (제출이) 불가능했고, 그래서 계약은 일단 하고, 차차 연구보고서를 내는 걸로 (의원실과) 얘기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또 “워낙 영어가 길기 때문에 (지금도) 분석을 하고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있기 때문에 (연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연구자 이 씨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있기 때문에 연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최종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이 교수에게 국민 세금 500만 원이 지급됐다. 국회사무처 ‘2019 의정활동지원 안내서’를 보면 ‘의원실이 소규모 연구용역 관련 예산을 요청할 경우에는 용역결과물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연구비를 지급하려면,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 의원과 국회사무처는 이같은 국회예산 사용지침을 어겼다.

▲ 국회사무처는 ‘2019 의정활동지원 안내서’에서 소규모연구용역 관련 예산을 요청할 시 ‘관련보고서’와 ‘용역결과물’을 제출하도록 고지했다. 사진은 2019 의정활동지원 안내서 39쪽.

더구나 이 교수의 보고서를 받아, 윤재옥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최종 보고서”라고 명시해놨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영국 두 정당의 공약을 그냥 긁어서 붙여놓은 수준에 불과한 엉터리였다. 윤재옥 의원이나 국회사무처 모두 최소한의 검수 절차도 없이 세금을 지급한 것이다.

▲ 윤 의원의 정책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라고 적혀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만약 의원실에서 12월 1일에 계약을 맺었는데 그해 12월 31일까지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계약상 돈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최종 보고서 제출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너무 늦어진다 싶으면 (예산) 반납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제출 늦으면 반납 요청”, 윤재옥 의원 측 “반납 검토”

뉴스타파는 윤재옥 의원에게 문자로 질의서를 보내,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국민 세금을 지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윤 의원은 “지금은 바쁘다며, 선거가 끝나면 친절하게 답변해주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실은 “지난해 계약 당시 최종보고서가 아니라고 (사무처에) 말했고, 중간에 보고서를 빨리 제출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이 교수에게) 전했다”며 “보고서 제출이 늦어진 것은 우리 책임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 윤 의원실은 “연구자와 협의해 빠른 시일안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안 될 경우, 관련 예산의 반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장 출신으로 재선의 윤 의원은 이번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대구 달서구을 후보로 출마해 3선에 도전한다.

제작진
취재기자강현석 임선응 박중석
촬영기자김기철
편집조문찬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