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자료 토대, 1조원 국부유출 적발

2013년 10월 08일 11시 13분

뉴스타파가 폭로한 조세피난처 자료를 토대로 조세당국이 1조원 넘은 국부유출을 적발했다.

관세청은 10월 7일 조세피난처의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해외에 자금을 은닉하는 등 외국환 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48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불법 외환거래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7천 4백억 원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 자료를 통해 적발한 것이다. 관세청은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아랍은행 비밀계좌와 관련해서도 위법 행위를 포착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도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한국인 180여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우선 40여명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4일 국세청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 11명을 적발해 역외 탈세 혐의로 714억 원을 추징했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 문제는 그 동안 단편적인 사례 이외에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나 뉴스타파의 보도로 그 전반적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후 조세 당국의 전방위 조사가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위법 행위가 밝혀지고 있다. 뉴스타파가 지난 5월부터 ICIJ, 즉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와 함께 조세피난처의 한국인명단을 공개한지 넉 달여 만에 나온 전 정부차원의 조사가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앵커 멘트>
지난달 국세청 조사 발표에 이어, 이번엔 관세청이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해외로 자금을 은닉하는 등 외국환 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48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불법 외환거래 규모만 1조원이 넘습니다.

또 금융감독원도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 설립자 180여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40여명에 대해 우선 국세청에 통보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 한국인 명단을 공개한지 석 달여 만에 조세당국에 조사가 본격 궤도에 올랐습니다.

박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중석 기자>

뉴스타파가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협회와 함께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들을 추적하던 지난 5월, 가수 김 모 씨가 동생과 함께 2005년 4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유령회사의 이름은 ‘크라운 마크’, 김 씨 형제는 각각 이 회사의 주주와 이사로 등재돼 있었습니다. 이 후 유령회사 명의로 스위스 은행 UBS에 비밀계좌를 만든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그러나 김 씨 형제는 모든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김00 / 유령회사 설립자] (이게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시나요?) "잘 모르겠는데요."

심지어 유령회사의 이름도 처음 들어봤다, 개인적인 일을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00 / 유령회사 설립자] (처음 들어보셨어요?) "처음 들어봤는데요. 개인적인 걸 물어보는데 기분이 안 좋은데요."

하지만 지난 6월, 뉴스타파가 김 씨 형제를 포함해 국내 주소가 확인된 유령회사 설립 한국인 명단 180여명을 공개한 이후 조세 당국의 본격 조사가 이뤄지면서 그 진실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관세청이 김 씨 형제의 사무실을 조사했고, 그 결과, 김 씨 형제는 뉴스타파가 확인했던 바로 그 유령회사 명의로 해외 비밀계좌를 만들어 미화 1,200만 달러 즉 우리 돈 128억 원을 숨겨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돈은 대부분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것으로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유령회사를 이용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김00 / 유령회사 설립자] "저도 지금 그걸 후회하고 있어요. 그 때 솔직하게 가지고 들어왔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그냥 깔끔하게 했을텐데 그 땐 저도 몰랐고요."

뉴스타파가 유령회사 설립 여부 확인 취재에 나서자 카메라를 뺐고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던 전 대우인터내셔널 임원 이덕규 씨.

그러나 결국 당국의 전방위 조사가 이뤄지면서, 들통이 났습니다. 검찰과 조세당국의 조사결과, 조세피난처 유령회사를 통해 리베이트 자금을 관리하는 등 역외탈세 혐의가 드러난 것입니다.

관세청은 지난 3개월 동안, 조세피난처를 통한 불법 자본 유출단속을 실시한 결과, 모두 40개 업체, 48명을 적발했습니다.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액은 1조원이 넘습니다.

관세청은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아랍은행 비밀계좌와 관련해서도 위법 행위를 포착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병학 관세청 외환조사과] "중앙지검에서 지금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중앙지검에 제공을 해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도 역외탈세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49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세청에 통보 조치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4일에는 국세청이 나섰습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 11명을 적발해 역외 탈세 혐의로 714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지난 5월부터 조세피난처 한국인명단을 공개한지 석 달여 만에 나온 조세당국과 사법당국의 성과입니다.

[백운찬 관세청장]

"국부유출이라든지 역외탈세에 강력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금년 6월부터 조세회피처 불법자금 유출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단속에는 금년 5월에 뉴스타파가 발표한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182명에 대한 정밀 분석도 조사와 함께 실시했습니다."

지금까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조세피난처 역외탈세.

그러나 뉴스타파의 보도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후 조세 당국의 전방위 조사가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위법 행위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조세 정의를 세우는 작업은 이제 본격 궤도에 올랐습니다.

뉴스타파 박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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