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뚫린 ‘국가 방역’

2015년 06월 18일 20시 45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폐쇄했지만...암병동도 노출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대부분이 응급실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뒤늦게 보건당국이 응급실 등 병원 부분 폐쇄 조치를 취한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암병동도 메르스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메르스 확진자가 아무런 격리 조치 없이 삼성서울병원 암병동에 머물렀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암병동은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많아 더욱더 철저하게 방역관리 돼야 할 곳이지만,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의 암병동 경유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난 6월 7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확진자 명단에 포함된 56번 환자는 ‘5월 26일~6월1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입원’했다가 감였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5월 27일~29일까지 응급실에 머물렀던 14번 확진자(삼성서울병원 최초 메르스 전파자)로부터 감였됐다는 뜻이다.

‘56번 확진자, 발병 의심 기간 중 암병동 체류’ 확인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결과, 56번 환자는 응급실에 입원했던 환자가 아니라 암병동에 입원한 어머니를 간병하던 보호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1주일간 응급실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5월 29일까지 어머니와 함께 응급실에 대기한 후 격리되지 않은 채 29일부터 6월1일까지 암병동에서 어머니를 간병했다. 이 같은 사실은 56번 환자의 거주지역인 수원시 발표 자료와 권선구 보건소, 보건당국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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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그동안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 암병동을 다녀간 메르스 확진자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여러차례 질문에 “암병동에 다녀간 메르스 환자는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부 발표자료에 암병동에서 모친을 간병한 ‘보호자’를 일주일 간 응급실에만 머물렀던 ‘환자’로 표기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메르스 확진자의 암병동 경유 사실을 고의로 감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암병동은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곳이다. 메르스 확진자가 암병동을 거쳐갔다면 보건당국은 이곳에 대한 조치를 삼성서울병원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책본부 관계자는 “56번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서에서는 암병동 경유 사실이 적혀 있지 않았으나,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환자 어머니 등의 의무기록을 살펴보니 사실이었다”면서 “아무래도 환자가 아닌 보호자다 보니 초기 격리조치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 문건에 ‘보호자’인 56번 확진자를 ‘환자’로 표기한 것은 단순한 실수”이며 “암병동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예의주시하며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발표 때만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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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확진자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발표한 것은 지금까지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였던 35번 환자는 6월 1일 확진판정을 받았는 데도 사흘 뒤인 4일에야 발표했고, 역시 삼성서울병원 의사였던 62번과 138번 확진자는 발표 자료에 ‘응급실 체류자’로 기재하기도 했다.

특히 이처럼 발표가 잘못된 확진자들은 하나 같이 격리대상에서 누락돼 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로, 삼성서울병원의 방역망이 크게 뚫려있었음을 증명하는 사례들이었다.

이에 대해 송형곤 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은 “간호사나, 이송요원 등의 신분은 제대로 적으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접촉했을 의사들을 단순 체류자로 적어놓은 것은 단순 실수라기보다 고의로 누락 또는 오기했다고 보여질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정부, 메르스 ‘삼성서울병원 의사’ 누락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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