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르스 확진 ‘삼성서울병원 의사’ 누락 발표

2015년 06월 03일 20시 44분

정부가 오늘(3일)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의 한 의료진를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지난 2일 삼성서울병원의 한 의사가 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3일 현재) 서울시 주민 가운데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서울 소재 병원의 의료진 2명 뿐”이며 “이 가운데 한 명은 초기 환자를 직접 진료했던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내용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달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가 3일 오전 2시 경에 발표한 추가 확진자 명단에는 이 같은 사실이 누락됐다. 이날 발표된 5명의 추가 확진자는 △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을 사용한 환자와 가족 등 4명과 △ 2차 감염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 1명으로 의료진은 포함돼 있지 않다. 서울시에는 통보한 확진자를 공식 보도자료에서는 누락시킨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측도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사실상 시인했다.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최초 감염자와 그의 부인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마지막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 발표자료에 나온 ‘D병원’이 삼성서울병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2일 확진 판정받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이 환자를 직접 진료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병원 측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에 대한 신고를 늦추거나 정부에 명단 누락을 부탁한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선 “최초 환자에 대해 보건당국에 의심 신고를 했던 것도 우리 병원이었던 만큼, 우리가 무엇을 숨길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정부가 왜 그랬는지(명단에서 누락시켰는지)에 대해서는 병원 입장에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책본부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온 병원에 관련된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확진자가 확인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전날 추가 확진자 명단을) 취합해서 새벽에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상 해당 내용이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서울시에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메르스 확진 사실이 통보돼 있었다는 점, 그리고 3일 오전 공식 언론 브리핑에서도 해당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점 등에 미루어 볼 때 대책본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미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방역망이 뚫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도적으로 확진자 명단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실제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메르스 3차 감염은 없다던 정부의 발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등 사실상 정부의 모든 발표를 신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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