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각지대’ 관변단체 보조금..혈세 줄줄 샜다

2014년 03월 28일 19시 45분

새마을운동중앙회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은 이른바 ‘3대 관변단체’로 불린다. 중앙 조직부터 동단위 조직까지 합쳐 정부의 사회단체보조금만 한 해 350억 원을 받는다.

이 보조금은 각 단체 고유의 사업비로 주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사업은 대부분 거리 청소와 각종 계도활동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이다. 그러나 이들 단체에 지원된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는 지금까지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특히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관변 단체 보조금은 지금까지 관리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었다. 지난 2010년 이후 기초자치단체들이 이들 3대 관변단체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앞다퉈 나서면서 보조금 지원 액수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보조금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만큼 규정과 지침에 따라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들이 3대 관변단체에 지원한 예산 집행 내역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해 분석했다. 시군구 등 일선 지자체는 물론 동단위까지 망라한 사회단체 보조금 집행 내역을 조사해 보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대 관변단체에 36% 지원' 대구 지역 실태를 검증하다

기초자치단체들이 자유총연맹과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 단체 등 3대 관변단체에 지원하는 사회단체 보조금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은 대구다. 지난해 대구 지역 8개 구군은 이들 3개 관변단체에만 모두 11억 9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전체 300여 개 사회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 총액 가운데 무려 36.4%가 이들 3개 관변단체에 몰렸다.

뉴스타파는 지난 2월부터 대구지역 8개 구군을 상대로 3대 관변단체의 보조금 집행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해 분석했다. 보조금 신청서와 실적보고서, 정산서는 물론 증빙영수증 목록 등을 일일이 대조하고 현장 확인 취재도 병행했다. 이를 통해 3대 관변단체의 상세한 보조금 사용 실태를 동단위 조직까지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상비 80%는 인건비…동단위에선 보조금 36%를 식대로

지난해 대구지역 3대 관변단체가 받은 보조금 11억 9천여만 원 가운데 사업비와 경상비의 비율은 6대4 정도였다. 그런데 경상비 가운데는 사무국장과 간사의 급여와 수당 등 순수 인건비 지출이 80%를 차지했다. 대구 동구의 한 관변단체 사무국장의 인건비는 효도휴가비, 체력단련비, 현장지도수당, 직책수당, 장기근속수당, 정근수당, 기말수당 등 다양한 항목으로 세분화되어 지급되고 있었다.

보조금 가운데 식대의 비중은 구청과 군청 단위 조직에서는 10% 정도에 머물렀지만 동단위 조직에서는 36%나 됐다. 대구 남구의 한 관변단체 지역조직의 경우엔 사업비 전액을 회원들의 식사 비용으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의 사회단체 보조금 관리 지침에 명시된 식비 지출 관련 조항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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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인출에 간이영수증까지…지침 위반 부지기수

사업비에 대한 영수증 처리도 부실 투성이였다. 특히 세금계산서나 신용카드 영수증이 아닌 간이영수증으로 사업비를 정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일례로 대구 중구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의 12개 동 위원회는 지난해 모두 48차례 사업비를 집행했는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은 단 한 건도 없고 모두 간이영수증으로만 처리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사회단체 보조금 관리 지침은 원칙적으로 간이영수증을 증빙자료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부의 관리 지침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보조금의 현금 인출 사용도 횡행하고 있었다. 간이영수증 사용과 더불어 보조금의 현금 지급은 사용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 3대 관변단체의 경상비, 사업비 전체 사용 내역.

관할 관청 제재 조치 전무…서울 지역 지자체는 ‘공개 거부’

이처럼 대구지역의 3대 관변단체들은 보조금 관리지침을 일상적으로 위반하고 있었지만 관할 관청에서는 이를 문제 삼거나 보조금을 감액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한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대구지역 3대 관변단체의 보조금 사용 실태 분석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앞으로 다른 광역시도에 대해서도 실태를 조사해 공개할 예정이다.

뉴스타파는 이번 취재를 시작하면서 서울시와 산하 25개 구청을 상대로 사회단체보조금 집행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서울시와 각 구청은 영수증 등 지출 증빙자료의 공개를 거부했다. 영수증 등을 공개할 경우 사회단체의 경영노하우 등 경영상 비밀이 노출된다는 이유를 댔다.

보조금 집행 관련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된 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검증할 방법이 없는데도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들어 공공기록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25개 구청이 3대 관변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41억 원이 넘는다. 뉴스타파는 현재 서울시와 25개 구청의 정보공개 거부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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