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30년] 공직자 평균 재산 30년간 9억 늘었다

2023년 09월 07일 14시 30분

1993년 9월 7일,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이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보에 공개됐다. 이후 30년 동안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고, 공직 기강과 윤리를 바로잡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뉴스타파는 재산 공개 30년을 맞은 올해, <뉴스타파 공직자 재산 정보>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30년간 공직자 재산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오늘부터 공직자 재산 30년 치 자료를 바탕으로 공직자들의 계층 변화의 양태와 이들의 재산 축적과 형성 과정에서 확인되는 사회·경제적 함의를 추적하는 연속 보도를 시작한다.  
▲ 1993년 9월 7일 발행된 대한민국 관보. 재산등록사항공개목록(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고제1993-2호)
뉴스타파의 공직자 재산 분석 대상은 정부,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등 중앙행정기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관보에 재산을 공개한 모든 고위공직자이다. 다만, 재산이 1조 원이 넘는 정몽준 전 국회의원은 평균을 계산할 때 제외했다. 다른 공직자보다 월등히 재산이 많아 평균값 추산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상 인원은 1993년부터 2007년까지 1,000~1,200명 수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2,200~2,500명 수준이다. 2008년부터 광역자치단체 의원 등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돼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가 2배가량 늘었다.
▲ 고위공직자 평균 순자산은 1993년 13억 4000만 원에서 2023년 22억 3000만 원으로 8억 9000만 원(66%) 늘었다.

공직자 vs 국민 재산, 격차는 커졌지만 배율은 줄어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재산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연도별 공직자 평균 재산 변화부터 살폈다. 1993년 첫 공개 당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평균은 13억 4,000만 원이었다. 이후 2005년까지 감소했다. 2005년 공직자들의 재산 평균이 가장 낮았다. 11억 원이었다.
이후 2006년 집값 폭등 등의 영향으로 2007년 고위공직자 재산 평균은 14억 9,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계속 늘어 2023년 22억 3,000만 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1993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재산 평균은 66% 증가했다. 금액으론 8억 9,000만 원 늘었다.
물가 변동과 임금 상승을 고려하면, 공직자 집단의 30년간 평균 재산 66% 증가했는데,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공직자 재산 변동을 일반 국민의 재산과 비교하기로 했다.
고위공직자 재산은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포함하며, 모든 종류의 자산과 부채를 포함하므로 ‘가족의 순자산’ 개념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를 바탕으로 국민 세대당 순자산을 산출해 공직자들의 순자산과 비교했다. 국민 순자산을 추정할 수 있는 1996년부터 살펴봤다.(비교 대상은 기사 아래 상세설명)
국민 세대당 순자산은 1996년 1억 2,400만 원(추정값)에서 2023년 4억 7,400만 원으로 3억 5,000만 원 늘었다. 같은 기간 고위공직자 평균 순자산은 9억 6,000만 원 증가했다. 순자산의 절대격차는 커졌지만 상대격차(배율)는 줄었다. 1996년 고위공직자와 국민의 평균 순자산은 10.2배 차이 난다. 반면, 2023년 그 차이는 4.7배로 줄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지만 30년 전과 비교하면 격차가 꽤 줄었다.
▲ 1996년 고위공직자 순자산은 일반 국민 평균보다 10.2배 많았다. 2023년 그 격차는 4.7배로 좁혀졌다.  

국민과 고위공직자 평균 순자산 격차 줄다가 2022년부터 벌어져 

그런데 최근 들어 상대격차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민 대비 고위공직자 평균 순자산 배율은 2021년 3.8배로 역대 최소를 기록한 뒤 2022년 3.9배, 2023년 4.7배가 된다. 특히 2023년의 상대격차 증가 폭은 2007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2006→2007년 시기에는 집값 폭등, 공시지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민 평균 순자산도 함께 증가했다. 반면 2022→2023년 시기에는 국민 평균 순자산이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그 사이 국민과 고위공직자 평균 순자산의 격차는 벌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위공직자 재산, 월등히 높았다가 대한민국 상위 10% 수준으로 이동 중 

2022년 고위공직자 평균 재산은 19억 2,000만 원으로, 대한민국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 평균에 가깝다. 통계청은 매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순자산 분위별 평균값을 발표하는데, 전체 가구 중 가장 부유한 상위 10%(10분위)의 순자산 평균은 2022년 기준 19억 6,200만 원이다. 
지금은 10분위 가구 평균이 조금 더 높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는 고위공직자 재산이 10분위 가구 평균보다 1~3억 원가량 많았다. 정리하면, 고위공직자는 과거 일반 국민보다 월등히 재산이 많았다가, 그 차이가 점점 좁혀져 이제 상위 10% 평균 수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장승진 경실련 정치개혁위원(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지난 30년간 고위공직자와 일반 국민 재산의 상대격차가 줄어든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장 위원은 “국민을 대신해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일반 국민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문제다.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해 결정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런 변화의 원인이 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에는 기득권층, 엘리트가 고위공직자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좀 더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직에 진출하게 된 것이 아닌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국민 세대당 순자산 평균, 이렇게 구했습니다 >
〇 국민 순자산 정보의 출처는 한국은행에서 매년 공개하는 ‘국민대차대조표’입니다. 대한민국 각 부문별 자산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이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의 자산총액을 모수로 삼았습니다. 가계뿐 아니라 비영리단체의 자산도 포함돼 있어 실제 가계 자산보다 더 크게 집계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〇 2008년부터 2022년까지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총액 정보를 이용했습니다. 한국은행은 2008년부터 순자산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〇 1995년부터 2007년까지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본스톡’ 총액 정보를 이용해 순자산을 추정했습니다. 순자산에서 순자본스톡(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면, 역으로 순자산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이전 가계 비금융자산 비중은 금융투자협회에서 발표한 ‘2014 주요국 가계 금융자산 비교’ 등을 참고했습니다.
〇 ‘국민 세대당 순자산’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총액을 각 연도의 ‘세대 수’로 나눠 구했습니다. ‘가구 수’가 아닌 ‘세대 수’를 선택한 이유는 연도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〇 국민대차대조표 자료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와 시점을 맞췄습니다. 두 자료는 기준 시점이 같아도 명명에서 1년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2022년 12월 31일이 기준 시점이라면 국민대차대조표는 2022년 자료로 명명하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2023년 자료로 명명합니다. 이 경우 둘 다 2023년으로 간주하고 비교했습니다.
제작진
데이터 및 취재변지민, 김강민
데이터 시각화김지연
디자인 및 출판이도현
데이터최윤원, 김강민, 연다혜, 김지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