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케이블스]⑤ "중국으로만 보내지 마세요"...한 위구르인의 편지

2019년 11월 27일 08시 00분

'차이나 케이블스'(China Cables)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가 입수한 중국 정부 극비문서를 토대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위구르족과 기타 소수민족이 적법 절차 없이 감시와 집단 구금 등의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발하는 국제협업 프로젝트다. 협업팀이 확보한 유출 문서에는 신장자치구 공안 정책을 총괄하는 당위원회가 공안당국 등에 배포한 전문(Cables)과 공고문, 그리고 신장자치구 법원의 사상 범죄 판결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들은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감시와 통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슬림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상대로 집단 구금과 강제 교화 행위를 생생히 보여준다. ICIJ가 주관한 ‘차이나 케이블스' 프로젝트에는 한국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를 비롯해 르몽드, 가디언, 뉴욕타임스,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전세계 17개 파트너 언론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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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케이블스] ④ 위구르족 탄압 중국 기밀문서 원문 공개

ICIJ가 입수한 중국 정부 극비문서는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중국 정부가 어떻게 감시하고 탄압하는지 상세히 담고 있다. 중국 정부는 ICIJ 국제협업 언론사의 코멘트 요청에 이 문서들은 “순전한 날조이며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중국 정부 문서를 토대로 진행한 ICIJ 국제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먼저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위구르인들을 수소문했다. 이들에게 직접 신장자치구 현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 혹은 현지에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듣고 중국 정부 극비문서 내용과 비교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에 체류 중인 위구르인은 10명 미만인데다, 대부분 신원이 알려지면 중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보복이 가해질까 두려워했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이들도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있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들의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해 더 이상의 접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수소문 끝에 한국에 머물다 현재 제3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위구르인과 연락이 닿았다. 아흐마드(가명)는 2000년대 후반 한국에 처음 유학을 왔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 한국을 좋아했다는 그도 처음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망설였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위구르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렵다"고도 했다. 그는 또 “이집트에서도 공부하고 있는 위구르 학생 일부가 중국의 압박 때문에 중국으로 돌려보내진 뒤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아흐마드의 가족 중 상당수는 중국 정부가 ‘직업교육 훈련센터’라 부르는 강제수용소에 들어간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아흐마드는 서면을 통해서는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했고, 이에 따라 취재진은 그에게 고향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족들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를 물었다.  

다음은 아흐마드와의 일문일답. 

고향인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마지막으로 가 본 건 언제인가요? 

마지막으로 위구르에 간 건 2016년 초였습니다. 그 때 위구르 상황은 위구르인들이 다니는 길, 위구르인들의 집 현관문 위에 CCTV가 설치돼 있었고, 누구 집에 누가 왔다 갔는지 일일이 거기 경찰서에 보고해야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하거나 볼일이 있어 가야 한다면 꼭 경찰서에 가서 허락을 받아야만 갈 수 있었습니다. 안 그러면 목적지로 출발도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광주나 대구에 가야하면 경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위구르인들이 기도를 못하게 하고, 이슬람 사원에 못 가게 했습니다. 만약 가면 바로 감옥에 갔습니다. 왜냐하면 사원마다 CCTV가 깔려 있어서 하는 행동마다 감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구르인들의 집마다 한족 남자를 한 명씩 살게 했습니다. 그 한족이 그 집을 감시했습니다.  

길마다 공안들이 서 있고 외모가 위구르인 같거나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보면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길에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18세 이상 위구르족 남자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거기 가면 남자 없는 나라인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고향의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은 언제인가요?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작년만 해도 직접은 못 만나도 친구나 아는 사람을 통해서 위구르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불가합니다. 아는 사람도 친구도 우리하곤 연락을 못 합니다. 외국에 있는 위구르인하고 연락을 했다가 수용소는 물론 10년, 20년간 감옥에 갑니다. 제 친구들 중에 그런 일을 당한 친구가 있고요.  

 
▲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호탄시 길거리에 설치된 폐쇄회로 카메라. (출처: 메이지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 일본 교도통신)

가족들 중 수용소에 계신 분이 있나요?

엄마가 2017년경 수용소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공안한테 받았습니다. 엄마는 그 뒤로 연락이 없습니다. 아마 엄마가 거기 간 이유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하고 딸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엄마는 수용소에 들어갔을 때 60살이었고 몸이 안 좋아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왜 수용소에 갔냐고 이유를 묻는다면 딱 하나, 우리는 위구르족이고 위구르족이 그 땅의 원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없애야만 하고, 우리를 없애야만 중국이 마음 놓고 그 땅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 짓도 안 하고 조용히 살아도 그냥 없는 죄를 만들어서 그렇게 한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60살 넘은 우리 엄마가 그 나이에 무슨 죄를 얼마나 짓겠어요?    

2018년 초에 친형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한테 연락을 준 사람은 제 누나였고요.. 누나한테 형이 무슨 이유로 왜 죽었는지 물어봤는데 그냥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알고 있으라고, 위챗(중국 메신저 앱) 에서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형 소식을 전달한 누나도 그 소식을 전달한 다음날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무소식이고요. 누나가 수용소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사촌동생한테 들었습니다. 누나 남편은 누나가 사라지기 훨씬 전에 수용소에 들어갔다고 누나한테 들었고요. 우리 가족들 중엔 형이 죽었고, 엄마, 누나, 형 와이프, 누나 남편이 수용소에 있고 친척들 중엔 제가 알기로 10명 넘게 수용소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몇 명이 더 들어갔고 몇 명이 더 죽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수용소는 말이 수용소지 거기 들어갔다 나온 위구르인들은 나와서 며칠 안에 자살하거나 미쳤습니다. 거기서 무슨 일을 겪어서 나오자마자 그렇게 돼야만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한 수용소. (출처: AP)

죽은 형과 누나도 다 자녀들이 있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아마 위구르 아이들만 모여있는 수용소에 가 있을 겁니다. 거기서 위구르 말을 못 하게 하고 한족 문화, 한족 방식대로 아이들을 키우는 겁니다. 나중에 커서 자기가 위구르족인지 한족인지 알 수 없겠죠.

위구르인으로서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을 좋아했습니다. 한국에 사는 동안 안 좋은 일도 없었고, 안 좋은 기억도 없었으니까요. 한국 정부가 우리 일에 침묵한 이유는 아마 한국이란 나라에 아무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서 그렇겠죠. 왜냐하면 한국이 중국하고 여러 비즈니스, 또 다른 일에 엮여 있고 우리를 받아준다면 중국하고 관계만 나빠지겠죠. 그게 아니라면 시리아 난민들을 많이 받아 줬다고 들었는데 우리를 왜 안 받아 줄까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상황은 세계 그 어떤 난민보다 훨씬 더 참혹한데 말이죠. 수많은 위구르인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각 나라는 위구르인들을 받아주는 것이 자기네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죠. 우리를 안 받아주면, 중국에 돌려보내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에요.  

지금 저는 제3국으로 왔지만 그래도 한국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에 와서 난민신청을 하는 위구르인들을 안 받아 주더라도 중국에 돌려 보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중국에 돌려보내지 말고 다른 난민을 받아 주는 나라에 보내든지 아니면 그 사람이 스스로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기회나 시간을 주든지 하면 좋겠습니다.” 


제작진
디자인Ricardo Weibezahn, Sebastian Kindel, Giang Nguyen,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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