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케이블스]① 중국 기밀문서 폭로...알고리즘으로 위구르족 체포, 구금

2019년 11월 25일 07시 00분

'차이나 케이블스'(China Cables)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가 입수한 중국 정부 극비문서를 토대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위구르족과 기타 소수민족이 적법 절차 없이 감시와 집단 구금 등의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발하는 국제협업 프로젝트다. 협업팀이 확보한 유출 문서에는 신장자치구 공안 정책을 총괄하는 당위원회가 공안당국 등에 배포한 전문(Cables)과 공고문, 그리고 신장자치구 법원의 사상 범죄 판결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들은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감시와 통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슬림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상대로 집단 구금과 강제 교화 행위를 생생히 보여준다. ICIJ가 주관한 ‘차이나 케이블스' 프로젝트에는 한국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를 비롯해 르몽드, 가디언, 뉴욕타임스,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전세계 17개 파트너 언론사가 참여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대규모 수용소 운영 지침이 담긴 중국 정부 기밀문서가 새롭게 유출됐다. 이 문서들은 신장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체주의적인 대규모 감시 시스템과 ‘예측 치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드러낸다.

ICIJ가 입수한 이 유출 문서에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안책임자가 직접 승인한 기밀 업무지침이 포함돼 있다. 이 지침은 현재 무슬림인 위구르족 및 기타 소수민족 수십만 명이 구금된 수용시설의 운영 매뉴얼 역할을 한다. 또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보고 문서도 발견됐다. 이 문서들은 중국 공안이 어떻게 인공지능을 이용한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스템을 통해 신장위구르 주민들을 선별하고 구금하는지를 보여준다.

‘전보’라는 제목이 붙은 지침서는 수용소 운영요원들을 대상으로 수용자들의 탈출을 방지하고 수용시설의 존재 자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과 함께 강제 세뇌교육 방식이나 전염병 발생 통제 방법뿐만 아니라 수용자들의 친척 면회와 심지어는 화장실 사용을 언제 허락할 것인지 등과 관련한 지시사항을 담고 있다. 2017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운영 지침은 수용자에게 상벌을 부과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행동 수정 ‘점수제’를 낱낱이 드러낸다.

운영 지침에서 수용자들이 최소 1년간 수용시설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물론 과거 수용소에 구금됐다 풀려난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보다 일찍 풀려나는 수용자도 있다고 한다.

기밀로 분류된 정보보고 문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중국 정부의 감시 활동 플랫폼의 범위와 야심을 보여준다. 이 플랫폼의 취지는 컴퓨터가 생성한 분석 결과만을 갖고 범죄를 예측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군과 공안 모두 사용하고 있는 이 플랫폼이 대규모 인권유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차이나 케이블스는 이 감시 시스템이 영장없는 수색, 안면인식 카메라 및 기타 다른 방식으로 방대한 양의 개인 신상정보를 긁어모으고, 단지 특정 모바일 앱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십만 명을 조사할 것을 지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준다. 여기에는 외국 국적을 취득한 위구르인의 체포와 해외에 거주하는 위구르인 추적을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내용도 상세하게 담겨 있다. 일부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은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이 같은 글로벌 저인망 시스템에 중국의 대사관과 영사관도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낱낱이 드러난 대규모 강제 수용소의 실상

차이나 케이블스는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소수민족 강제집단수용 실상을 보여준다. 지난 2년간 수용소에서 풀려난 사람들의 증언과 목격담, 그리고 인공위성 사진 등을 통해 신장자치구에 최소 1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부 주도 수용소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났다. 신장자치구 전역에 걸친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감시, 그리고 치안유지 활동의 윤곽도 선명해졌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이런 집단수용소가 생기게 된 역사적 과정을 밝혔다.

신장자치구 집단수용소의 내막, 수용소 담장 안의 가혹한 생활 여건, 그리고 수용자들의 일상활동을 통제하는 비인간적인 지시사항이 담긴 중국 정부 기밀문서가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이나 케이블스에 수록된 정보보고 문서도 대규모 감시와 예측 치안 관련 내용이 담긴 중국 정부 기밀 문서로는 처음으로 유출된 것이다.

이 문서들을 검토한 워싱턴 DC의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재단’(Victims of Communism Memorial Foundation)의 중국학 선임펠로우 아드리안 젠즈 연구원은 “이 문서들은 중국 정부가 애초부터 직업교육센터를 철저히 통제하고, ‘학생들'을 기숙사에 가두고, 최소 1년간 구금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교육 캠페인이 시작된 2017년에 이 문서들이 작성됐다는 사실은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CIJ 국제협업 취재팀에 참여한 영국 가디언지의 질의에 중국 정부는 유출된 문서들이 “순전한 날조이며 가짜 뉴스"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주영 중국대사관 공보실은 서면을 통해 “첫째, 신장에는 소위 ‘수용소'라는 곳이 없으며, 직업교육 훈련센터는 테러리즘 예방을 위해 설립됐다"고 밝혔다.

▲ ICIJ 국제협업 취재팀에 참여한 영국 가디언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는 주영중국대사관 관계자 (출처: BBC)

주영 중국대사관은 서면 답변에서 “신장은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번창하고 있는 중국의 지역이다. 3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2016년 사이 신장 지역에서는 수천 건의 테러사건이 발생해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신장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단호한 조치를 취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가 조치를 취한 이후 지난 3년간 단 한 번의 테러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신장 지역은 다시 번창하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지역으로 변모했다. 정부가 취한 예방적 조치는 종교집단 근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신장 지역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대사관은 또 “둘째, 교육생들은 직업교육 훈련센터에서 다양한 강좌를 수강할 수 있고, 개인적 자유가 완전히 보장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어는 중국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센터에 중국어 강좌를 개설한 것이다. 수강생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생활하기 위해 전문적인 기술과 법률적 지식을 습득한다. 이것이 센터의 주요 목적이다. 교육생들은 정기적으로 귀가할 수 있고 자녀를 돌보기 위해 휴학할 수 있다. 만약 부부 모두가 교육생인 경우 부부의 미성년 자녀는 주로 친척들이 돌보고, 지역 정부는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조치는 성공을 거둬 신장 지역은 이제 훨씬 안전해졌다. 작년에 지역 관광객이 40% 늘었고, 지역 GDP도 6%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셋째, 소위 ‘수용소’라고 부르는 시설에 대한 문서나 명령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 국내 언론 및 외국 언론이 직업교육 훈련센터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경우 중국 정부의 권위있는 문서가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출판한 백서가 7편 있다"고 밝혔다.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의 진위 여부는 복수의 언어학자와 전문가들에 의해 검토됐다. 중국 정부 기밀문서 진위여부 확인 전문가인 제임스 멀브넌 SOS 인터내셔널 (SOS International LLC) 정보통합부장도 그 중 한 명이다. SOS 인터내셔널은 미국의 여러 정부부처와 정보 및 정보기술 관련 계약을 맺고 있는 정보 및 정보기술 하청업체다. 멀브넌은 유출된 중국어 문서가 “진본이 확실"하다며 “지금까지 내가 본 모든 중국 정부 기밀 문서의 양식에 100%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 중국 정부 기밀문서 진위여부 확인 전문가인 제임스 멀브넌 SOS 인터내셔널 정보통합부장 (출처: ICIJ)

ICIJ와 전세계 14개국 17개 언론사 소속 75명 이상의 기자들이 이번 국제협업 취재에 참여했다.

이번에 유출된 문서들은 다음과 같다.

● 2017년 11월 작성된 운영 지침서 또는 ‘전보’라는 제목이 붙은 9장짜리 중국어 문건. 수용시설 운영 초기의 수용소 운영지침을 24가지 이상 담고 있다.

● ‘공고문’으로 알려진 짧은 내용의 정보보고 문건. 지난해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신장자치구의 대규모 감시 및 예측 치안 프로그램인 통합합동작전 플랫폼의 일상적인 사용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

두 유형의 문건 모두 중국 국가비밀 분류상 두 번째 등급인 ‘기밀’로 표시되어 있다. 지침서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 부서기이자 지역 최고 공안책임자인 주하이룬(朱海侖)이 승인했다. 공고 문건은 신장자치구 내 공안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 당조직 관계자들에게 배포됐다. 주하이룬은 ICIJ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위구르어로 작성된 신장위구르 지역 형사법원 판결문. 이 판결문에 등장하는 위구르족 남성 피고인은 ‘인종 혐오’와 ‘극단주의 사상’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구금됐다. 피고인의 혐의내용은 직장 동료들에게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하거나 음란물을 보지 말라고 했다는 등, 겉보기에 무해한 행동이다. 해당 문건은 비밀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투명성이 부족한 정치 시스템을 감안하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법원 문서가 공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위구르족 탄압

위구르족은 대다수가 무슬림이며 튀르크어계 위구르어를 사용한다. 무슬림 무역상들과 접촉 후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위구르인들은 오늘날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인 건조한 중앙아시아에서 천 년이 넘게 살아왔다. 위구르족은 14억 인구 중 92%가 한족인 중국에서 1100만 명 정도인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정치적 차별을 받아 왔다. 대다수 위구르인들은 산과 사막으로 이뤄진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 지역에 거주한다. 카자흐스탄인, 타지키스탄인, 회족 무슬림과 한족도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명목상 신장위구르 ‘자치구’이지만 18세기 이래로 중국의 지배를 받아 왔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적으로 공산당 노선과 한족 관습을 따르도록 하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강화하면서, 고유의 종교적 색채와 민족적 정체성을 지닌 위구르인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다.

위구르족들은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와,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 내 한족들과 마찰을 빚었고, 이러한 긴장 관계는 종종 폭력사태를 유발했다. 2009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인해 200명 가까이 사망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한족이었다. 2013년부터 위구르인들은 중국의 몇몇 도시에서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일련의 공격을 감행했다. 한 위구르 이슬람 단체가 나서서 최소 한 번의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수십 명의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동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갈수록 거칠어졌다. 테러 공격을 위구르 분리주의와 이슬람 극단주의의 탓으로 돌리면서,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수염 기르는 것과 여러 형태의 무슬림 기도, 그리고 부르카와 얼굴 베일 등 일부 종교주의적 색채를 띈 의복을 금지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무렵 시진핑 주석은 문화적, 정치적, 종교적 다양성 표현을 제한하기 위한 포석으로 신장자치구에서 집단 구금과 강제동화 캠페인을 조용히 벌일 것을 지시했다. 목격자 증언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장위구르 전역에서 실종자가 다수 발생하기 시작했고, 비밀 구금 수용소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다. 이후 보도된 바에 따르면 신장자치구 남부 지역의 일부 마을에서는 공안이 마을 성인인구의 40%를 구금할 것을 지시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수십만 명의 위구르인이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NDR / Sebastian Kindel, Giang Nguyen)

신장자치구 수용시설에서 11개월 동안 구금됐다가 현재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위구르 여성 투르수나이 지아브둔(40)은 “당시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포의 존재였다"고 말했다. “사람들끼리 서로 만날 때마다 공포에 질려 있었다. 우리 사이의 유일한 화제는 ‘아, 당신 아직 여기에 있군요!’였다. 어느 집이든 가족이 적어도 한 명은 체포된 상태였다. 때로는 가족 모두가 체포된 경우도 있었다.”

지아브둔은 ICIJ의 파트너 매체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2월 정부가 오빠를 체포했고, 열흘 뒤에는 남동생을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내 차례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2018년 3월 10일 수용소로 끌려갔다.

중국 정부는 수용시설을 비밀에 부치려 애썼다. 그러나 2017년 말부터 언론인, 학자, 그리고 연구자들이 인공위성 사진, 정부 조달 문서와 목격자 증언 등을 활용해 신장자치구 전역에 걸쳐 높은 담장과 감시탑으로 둘러싸인 수용시설과 우려스러운 새 대규모 감시 시스템의 윤곽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인공위성 사진과 목격자 증언 때문에 더 이상 수용시설의 존재를 감출 수 없게 되자, 쇼흐랏 자키르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주석이 소위 ‘전문 직업훈련 시설’이라 부르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 시설의 목적은 테러리즘이나 극단주의 성향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탈극단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8월에 공개한 공식 백서를 통해 ‘직업훈련센터’ 정책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선언했다. 지난 3년간 신장자치구에서 테러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정책 덕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에 담긴 내용은 직업훈련센터가 ‘상주 직업훈련’과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자선적 성격의 사회 프로그램이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 설명과 완전히 상충된다. 문건은 혐의를 ‘배제’할 수 없는 이상 거의 모든 상황에서 대상자를 체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캠페인의 핵심 목표는 보편적 세뇌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더블 스피크(이중화법)”로 작성된 종합계획

문서 상단에 주하이룬의 이름과 함께 ‘기밀’로 표시된 상당한 분량의 ‘전보’ 문서는 집단수용을 실행하기 위한 기본 종합계획으로, 25가지 항목의 지침이 담겨져 있다. ‘직업기술교육훈련센터 업무의 강화 및 표준화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신장자치구의 공안을 책임지는 공산당 기구인 당위원회 정법위가 작성했다.

해당 문건은 중국 관료의 표준 어법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더블스피크’(Doublespeak, 정치적 목적으로 실제 의미를 위장하거나 왜곡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언어)를 섞어놓은 형식이다. 화장실에 갈 쉬는 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면회 조건을 건조하게 늘어놓으면서도 수용자들을 ‘학생’이라 부르고 열거한 조건들을 ‘수료 요건’이라 칭한다.

이 지침서는 운영요원들이 반드시 수용자 ‘탈출을 방지’하고 경비초소, 순찰, 영상감시, 경보 등 교도소에나 어울릴 법한 유형의 보안조치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침은 “학생들이 수업 중이나 식사 중, 또는 화장실에 가거나 세면 중, 의사 진찰을 받거나 가족 면회 등의 과정에서 도주하지 않도록 학생들의 생활을 엄격히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기숙사 출입문은 반드시 이중잠금(双人双锁, 두 명이 열쇠를 각각 하나씩 관리하기 때문에 두 명이 모두 현장에 있어야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잠금형태) 장치가 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 신장위구르자치구 수용소에는 재소자들의 도주 방지를 위해 이들이 지내는 이른바 ‘기숙사'에 이중잠금 장치를 설치한다. (출처: NDR / Sebastian Kindel, Giang Nguyen)

‘학생들’은 ‘질병 등 불가피한 특수 조건’만을 사유로 수용소를 떠날 수 있으며, 이때도 반드시 전담자를 지정해서 학생과 “동행해 관리·통제하도록” 한다.

문건은 또 수용자들이 시설에 최소 1년은 머물러야 한다고 적시한다. 일부 경험자 증언에 따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지침서는 수용소 내에서 점수제 기반 행동 통제 시스템이 활용된다는 점도 보여준다. 지침에 따르면 각 수용자의 점수는 수용자 개개인의 ‘이념적 변화, 학습과 훈련, 그리고 규율 준수도’를 평가해 계산된다. 이 점수에 따른 상벌시스템은 수용자들에게 가족 면회가 허용될지 여부, 수용소에서 풀려날 수 있는 시점 등의 사항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지침은 또 각 수용자를 보안관리 수준에 따라 ‘강력’, ‘엄격’, ‘보통’ 관리 대상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3단계 시스템을 언급한다.

지침서는 수용소 운영요원들에게 ‘비정상적인 사망 사건’이 발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등의 기본적인 수용자 건강·복지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수용소 요원들은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고 전염병 발생을 예방하며 수용시설에 방화설비와 내진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침은 ‘수용인원이 1000명이 넘는 시설의 경우 반드시 담당자가 상주하여 식품 안전검사와 위생방역 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침은 수용시설 근무자들에게 ‘학생들이 친척과 최소 매주 한 번씩 전화통화를, 매월 한 번씩 영상통화를 하도록 보장해 친척들의 걱정을 덜고 학생들을 안심’시키도록 지시한다.

▲ 유출된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 가운데 ‘전보’ 문서는 집단수용을 실행하기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담고 있다. (출처: NDR)

과거 이런 수용시설에 구금됐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지침은 대체로 무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재외 위구르인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은 중국 정부에 실종 가족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청원하는 트위터 캠페인을 벌였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수용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라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생활 환경이 열악하고 제대로 된 치료도 부족한 탓에 상당수 수용자들이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신장자치구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위구르인 미흐리굴 투르순은 자신이 수용소에 있는 동안 그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여성 9명이 사망한 걸 지켜보았다고 지난해 11월 미국 공청회에서 증언했다.

수용소에 됐던 위구르인 다수가 물고문, 구타, 강간 등 갖가지 학대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전한다.

수용소에 구금됐다 풀려나 스웨덴으로 망명한 사이라굴 사우잇베이는 지난 10월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구금자들은 수용소 벽에 내걸리거나 전기곤봉으로 구타당했다"고 증언했다. 사우잇베이는 “못이 박힌 의자에 묶인 사람도 있었다”며 “그 방에서 사람들이 피범벅이 돼 돌아오는 것도 봤다. 손톱이 뽑혀 돌아온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 신장위구르자치구 수용소에 구금돼 중국어를 가르치다가 풀려나 스웨덴으로 망명한 사이라굴 사우잇베이가 ICIJ 국제협업팀 참여사 SVT와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SVT)

유출된 ‘전보’에 따르면 수용소에는 ‘예절교육’을 가르치는 이상한 구역도 있다. 이곳에서 구금자들은 에티켓, 복종, 친구 사이 행동양식, 규칙적으로 옷 갈아입기 등을 배운다. 위구르 문화 권위자인 대런 바일러 워싱턴대 인류학 박사는 수용소에서 평범한 성인들에게 목욕하는 법, 친구 사귀는 법 등을 가르치는 데 집착하는 것은 위구르인들이 ‘퇴보했다’는 한족 중국인들의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일러 박사는 “야만적인 ‘누군가', 미개한 ‘누군가’에게 우리가 문명인으로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담론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시스템이 실제로 신장자치구에서 운용됐다"고 말했다.

수용소에서 공장으로

중국 당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이른바 ‘빈곤 완화’ 정책을 옹호해왔다고 자평한다. 당국은 위구르인들이 새로운 직업 기술을 익혀 들과 농장 외에도 직장에 취업할 수 있고, 덕분에 이들의 생활 수준 또한 개선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구자들과 언론인들은 신장자치구 전체에 거대한 강압 노동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폭로했다. 강압 노동은 주로 섬유산업 등 여러 소비재 생산에 집중돼 있다.

수용소 운영 지침은 수용소에서 풀려난 위구르인들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강압 노동이 존재한다는 언론보도와 보고서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보인다. 이 지침에는 ‘기초 훈련을 수료한 모든 학생들은 3~6개월간 집중적인 기술 연수를 받기 위해 직업 기술 향상반에 등록될 것’이라며 ‘(신장자치구의) 모든 현은 연수생들이 집중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별도의 공간과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취업서비스’라는 제목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용소 직원들에게 ‘한 기수 수료, 한 기수 취업’ 정책을 시행하라고 지시한다. 직업 훈련을 마친 수용자들이 작업장에 배정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이 지침은 자치구 공안청과 사법당국에 과거 수용소 구금자들이 작업장에 배치되면 ‘수료 후 교육 지원’을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1년간 감시망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시하기도 한다.

이 같은 지시사항들은 구금된 위구르인들이 공안의 끊임없는 감시 아래 수용소에서 작업장으로 보내진다는 연구보고서들을 뒷받침한다.

공산주의희생자기념재단 젠즈 연구원은 지난 7월자 보고서에서 ‘(중국 내) 소수민족들이 폐쇄적인 데다 감시를 받는 국영 훈련센터와 작업장으로 끌려가고 있으며, 이곳은 지속적인 세뇌를 위한 시설’이라고 적었다.

알고리즘 활용해 구금

한편, 유출 문서 중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공고문’(bulletins)에는 ‘통합 합동작전 플랫폼(IJOP)’이라는 시스템의 소름끼치는 단면이 드러나 있다. IJOP 플랫폼은 다양한 출처에서 일반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른바 의심스러운 시민들의 명단을 만든다.

▲ 신장위구르자치구 거리에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의 얼굴인식 정보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감시활동을 벌여왔다는 사실이 유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출처: AP)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은 다양하다. 신장자치구에 무수히 많은 검문소, 안면인식 기술의 폐쇄회로 카메라, 공안이 일부 위구르인의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강요하는 스파이웨어,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고유정보를 수집하는 ‘와이파이 스니퍼’(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도구), 심지어 택배 배달까지 말이다. 공안과 기타 당국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IJOP 플랫폼과 연동해 개인 신상 조사를 벌인다.

중국 정부 기밀문서 전문가인 SOS 인터내셔널의 멀브넌 정보통합부장은 “중국 당국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통해 수집한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해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예측하고, 반국가·반체제 행위에 가담할 성향이 보이는 사람을 구별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또 “그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그런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뒤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멀브넌은 IJOP가 단순한 ‘범죄 예방’ 플랫폼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한 “머신러닝, 인공지능 기반 지휘통제”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이 플랫폼이 중국에서 가장 고도화된 치안·군사 전략 중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인공두뇌’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같은 시스템이 실제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담당자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책적으로 재앙을 야기할 수 있는 통제 불능상태를 초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플랫폼은 개인의 사생활을 무시한 채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그리고 매일 하는 기도, 해외여행 기록 또는 집 뒷문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등 악의가 없어 보이는 특정 기준을 토대로 일반 시민들을 조사 선상에 올린다.

실제 이렇게 데이터가 수집된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시스템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미치는 심리적 영향일 것이다. IJOP 플랫폼은 길모퉁이의 안면인식 카메라들과 셀 수 없이 많은 검문소, 정보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국가가 일상 생활의 가장 사적인 부분까지 들여다보면서 어디에나 존재하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느낌을 조성한다. 미지의 알고리즘 때문에 이웃들이 사라지고 있다. 신장자치구 위구르 주민들은 끊임없이 공포를 느끼며 지내고 있다.

중국의 사회통제 목적 데이터 수집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사만다 호프만 호주전략정책연구소 애널리스트는 IJOP 플랫폼이 초래한 수사의 무작위성은 오류가 아닌 특징이라고 말했다.

호프만은 “국가폭력이 바로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시민들에게 서서히 주입하는 공포 중 일부는 내가 언제 당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CIJ 국제협업팀이 입수한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 가운데 총 11페이지에 달하는 공고문 4건은 IJOP 플랫폼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다루면서 플랫폼이 어떻게 실행되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2017년 6월에 발행된 ‘통합 합동작전 플랫폼의 일상 필수 요소 공지사항’이란 제목의 이 공고문은 제2호, 9호, 14호, 20호로 된 문서 4건으로 구성돼 있다.

▲ 이른바 ‘공고문’ 4건에는 중국 당국이 IJOP 플랫폼을 활용해 신장자치구 주민을 어떻게 감시, 구금했는지 상세히 적혀 있다. (출처: NDR)

공고 14호에는 IJOP 플랫폼이 방대한 용의자 명단을 생성한 뒤 대규모 조사와 구금을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한 지시사항이 나와 있다. 2017년 6월 자치구 공안요원들은 일주일 간 IJOP에 지정된 신장자치구 주민 1만5683명을 모은 뒤, 이전에 이미 체포된 주민 706명과 함께 수용소에 가두었다.

이 공고문에는 그 일주일 동안 IJOP 플랫폼이 생성한 ‘용의자’ 명단은 2만4412명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구금자 수와의 차이에 대해서는 일부 주민들을 찾지 못했거나, 이미 사망했으나 신분증을 제3자가 활용한 경우 등 여러 이유가 적혀 있다. 또 일부 학생과 공무원들은 ‘다루기 어려웠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휴먼라이츠워치는 IJOP 플랫폼의 모바일 앱 사본을 입수해 공안이 이 앱을 어떻게 활용했고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앱은 공안이 심문한 모든 위구르인들의 상세 정보를 입력하도록 돼 있었다. 키와 혈액형, 면허증, 교육 수준, 직업, 최근 여행 기록, 자택 전기 사용 현황 등을 망라하는 다양한 정보가 입력됐다. 이 정보를 토대로 플랫폼은 아직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용의자 명단을 생성한다.

휴먼라이츠워치 중국 선임연구원 마야 왕은 IJOP 플랫폼의 용도가 구금 대상자를 식별하기 위한 것보다는 훨씬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IJOP의 목적은 무슬림 신앙 또는 구르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강한 애착을 드러낸 흔적 등 중국 정부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든 시민들의 행동과 생각을 확인하는 것이다. 왕 연구원은 “(플랫폼은) 모든 사람을 감시할 가능성이 있는 신원 조사 기술”이라고 말했다.

해외까지 뻗어나간 저인망 감시

지난 2년 동안, 언론매체들은 위구르족의 이주를 금지하고, 재외 위구르인들을 노리는 중국 당국의 활동을 경고하는 기사를 점점 더 보도하기 시작했다. 2016년 11월, 신장자치구 당국이 무슬림 주민들의 여권을 압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7년 7월에는 중국의 요청으로 이집트 측이 종교 연구기관으로 유명한 알아자르 대학의 위구르 학생을 최소 12명 강제추방하고 수십 명을 구금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은 지난해 초 신장자치구 공안청이 자치구에 살고 있는 친척들의 상세한 신상정보를 조직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고 제2호'는 그러한 행위가 광범위한 정책 구상의 일환이었음을 드러낸다. 2017년 6월 16일자 2페이지 반 분량 공지문은 해외시민권 문제와 해외에 다녀온 위구르인들을 다루고 있다. 이 문서는 재외 중국 위구르족을 신장 내 본적지별로 분류하고, 이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이 같은 활동의 목적은 "테러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문서는 또 재외 위구르인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는 즉시 "집중 교육 및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공고문은 또 중국 시민권을 포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추방하라고 지시한다. 또 "아직 시민권을 취소하지 않았거나, 테러 용의를 배제할 수 없는 사람들은 우선 집중적인 훈련, 교육에 배치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고 제20호'는 신장자치구 공안 당국자들에게 스마트폰 파일공유 앱 '자피아'(Zapya)를 사용하는 자치구 주민(약 200만 명)을 전수 조사해 이슬람국가(IS)와 기타 테러 조직과의 연계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테러'와 '극단주의'의 위협은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 전반에 걸쳐 사람들을 구금할 수 있는 사유로 거론된다. 그러나 유출된 문서 어디에도 '테러'나 '극단주의'가 뭔지 규정돼 있지 않다. 그동안 뉴스 보도들은 신장자치구의 구금 정책이 지식인이나 해외와 연계된 위구르인, 종교인들을 노골적으로 노려왔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끌려갔다. 전문가들은 신장자치구의 구금 작전이 특정 행위만이 아니라 모든 소수족, 종교 집단을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공고문 2호는 해외 주재 중국대사관과 영사관들이 IJOP에 입력시킬 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가 조사 대상과 구금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는 데 사용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당 공고는 해외 주재 중국 영사관에 비자나 기타 다른 증서 발급을 신청했거나, “해외 중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 유효한 신분증 교환" 발급을 요청한 4341명의 명단이 IJOP에서 생성됐다고 언급한다. 공고문은 이들이 중국으로 귀국할 경우 “국경을 넘는 즉시" 조사하고 체포하라는 지시를 담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용자 중에는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고 제2호'는 외국 국적 소지자가 수용소에 수감된 건 우발적인 경우가 아니라 노골적인 정책 목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2호 공고문은 IJOP 플랫폼을 돌려서 나온 “외국 국적을 취득했고 중국 비자 발급을 신청한 사람" 1535명의 리스트를 언급한다. IJOP으로 생성한 정보는 놀라울 정도로 상세했다. 명단 중에서 중국 국경 내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75명인데, 이들을 국적별로 이렇게 정리해 놓았다. “터키 국적 26명, 오스트레일리아 23명, 미국 3명, 스웨덴 5명, 뉴질랜드 2명, 네덜란드 1명, 우즈베키스탄 3명, 영국 2명, 캐나다 5명, 핀란드 3명, 프랑스 1명, 그리고 키르기스스탄 1명이다.” 공고문은 사법 절차 없이 외국 시민을 수용소로 보냄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분쟁 우려 없이 최대한 대상자들을 찾아 조사할 것을 관리들에게 지시한다.

“기도하라, 포르노 보지 말라” 발언했다가 ‘극단주의’로 몰려 

마지막 문서는 기밀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 밖으로 공개되는 경우가 드문 유형의 문서다. 2018년 신장위구르자치구 남쪽에 위치한 뤄창현(차키리크현) 인민검찰원이 기소한 형사사건 판결문이다. 위구르어로 작성된 이 판결문은 ‘극단주의 사상 선동’ 혐의로 2017년 8월 구금됐다가 그 다음달 정식 체포·구속된 한 위구르족 남성 피고인의 혐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덟 달 뒤 그에게는 ‘인종 혐오와 인종 차별 선동’이라는 혐의가 추가됐다.

이 사건은 중국의 법원 시스템이 무슬림들의 일상적인 신앙 표현을 어떻게 범죄화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재판부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피고인의 행동은 동료 직원들에게 음란물을 보지 말고, 기도하고, “한족 카피르”(신앙심이 없거나 믿음이 결여된 사람을 뜻하는 아랍어)를 포함해 기도하지 않는 자와 교류하지 말라는 말을 한 것이었다. 해당 혐의를 증언한 목격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그와 같은 말을 직접 들은, 위구르 이름을 가진 동료 직원들이었다.

이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의 변호사는 해당 혐의가 피고인의 첫 범죄이며, 피고인이 “교육수준이 낮고 법적 인지수준이 낮아 잘못된 판단에 쉽게 빠져 범죄를 저질렀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피고인은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위구르족 감시, 구금 설계자 주하이룬은 누구인가?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사법절차를 무시하고 광범위하게 구금과 수용소 건립을 계획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비밀문서들은 모두 이 한 사람이 결재했다. 바로 주하이룬(朱海侖)이다.

▲ 주하이룬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 부서기. (출처: China Daily)

2017년 이 행정명령을 공표할 당시 주하이룬은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 부서기이자 자치구 공안 책임자로, 이 지역에서 두번째 실력자였다. 주하이룬은 이 탄압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며 신장자치구 내 여러 혼란스러운 도시에 부임해 쌓았던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소요사태 진압 과정에서 믿을 만한 해결사로 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주하이룬은 1975년 중국공산당이 주도한 사업의 일환인 이른바 ‘지식청년’(知識靑年: 중국 문화혁명기에 마오쩌둥의 상산하향운동에 참여해 농촌으로 하방한 도시 젊은이를 일컫는다-편집자 주)의 일원으로 신장자치구에 왔다. 지식청년은 중국공산당이 마오주의 혁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도시의 교육받은 젊은이들을 변방으로 보낸 사업이다. 한족 출신인 그는 17살 때 고향인 중국 동부의 장쑤성을 떠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카기리크현(중국명 예청현)으로 갔다. 이곳은 사막과 대초원에 둘러싸인 오지로 중국의 북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 다수 민족은 위구르족이지만 중국 정부 지배 하에서 오랜 기간 공식적으로 차별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소외돼 왔다.

하방 기간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간 다른 많은 ‘지식청년’과는 달리, 주하이룬은 신장 지역에 눌러앉았다. 지역 공산당 내 지위도 올랐다. 1990년과 2000년대에 그는 신장자치구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도시이고 위구르족이 주민의 다수인 카스가얼과 허톈시에서 공산당 지도자로 장기간 복무했다.

신장자치구 관련 현대사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역사교수 제임스 밀워드는 “주하이룬은 신장의 가장 까다로운 지역에서 많은 현장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족과 한족 간 충돌로 200명 가까운 사람이 숨졌다.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한족이라고 밝혔다. 이 사태로 당시 우루무치 공산당 서기와 공안청장이 해임되고 주하이룬이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그의 승진에는 위구르족 소요사태를 근절해야 하는 임무가 뒤따랐다.

신장자치구의 긴장이 계속되면서 중국 정부는 2016년 또 한 명의 검증된 집행자, 천취안궈(陳全國)를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 당서기로 임명했다. 그는 티베트에서 신장으로 왔다. 천취안궈는 티베트를 보안군으로 뒤덮고 불교사원 통제권을 장악했으며, 다루기 힘든 소수민족 티베트인들을 중국 통치 하에 뒀다.

밀워드 교수는 “천취안궈는 인종 소요사태 해결사 경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신장 지역을 정말 잘 아는 오른팔이 필요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주하이룬은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 부서기로 승진하면서 천취안궈의 오른팔이 됐다. 당시는 천취안권가 광범위한 감시, 수용소 설치, 세뇌 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지시할 즈음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티베트에서의 탄압 규모와 흉포함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2017년 2월, 중국이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 민족을 가둬 놓을 대규모 수용 시설을 지을 당시 주하이룬은 우루무치에 주둔한 중무장 중국인민해방군 대열 앞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우리는 총에 탄환을 장전하고, 칼집에서 칼을 빼야 할 것이다. 강한 주먹을 날리고, 끊임없이 타격해야 할 것이다. 주저함 없이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해야 할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주하이룬이 병사들에게 이런 대응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기에 주하이룬은 수용소 정책을 상세히 규정한 비밀문서를 한 건 냈다. ‘전보(電報)’라는 제목의 해당 문서 상부에는 주하이룬이 승인, 결재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 문서 생산 시점은 2017년이다. 같은 해, 신장자치구 공산당의 한 위원회 앞 공고문에 주하이룬의 친필 서명이 등장했다. 이 공고문은 사법 절차 없이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상세 지침을 담고 있다.

이 문서들을 살펴본 언어학자들과 이 분야 전문가들은 이 문서가 진본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수용소에 구금됐던 사람들도 문서 내용이 틀림없다고 확인했다.

주하이룬은 ICIJ의 코멘트 요청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번 국제협업 프로젝트 참여 언론사인 영국 가디언지의 수용소 및 감시 프로그램 관련 질의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그 유출 문서가 “순전히 날된 것이며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주영 중국대사관 공보담당관은 서면을 통해 “신장에는 소위 ‘수용소’는 없다. 직업교육 훈련센터는 테러리즘 방지 목적으로 건립됐다”고 답했다.

2019년 초, 주하이룬은 신장자치구 공안청장 자리에서 물러나 신장자치구 인민대표대회, 즉 이 지역 입법기관의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 인사 이동은 60세를 앞둔 지역 공산당 부서기가 일반적으로 밟는 전보 경로다. 주하이룬 후임으로 왕준쳉(王君正)이 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에 따르면 그는 중국 공산당 내에서 떠오르는 별이라고 한다.

미국은 지난 10월 이름은 공개하지 않은 채 몇몇 중국 관리들에 대해 신장자치구에서의 탄압 행위를 이유로 비자 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 비자 제한 대상에 주하이룬도 들어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지위와 역할로 미뤄볼 때 리스트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장자치구 탄압 문제 귄위자이자 독립 연구자인 아드리안 젠즈는 “주하이룬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기 때문에 이 잔혹한 탄압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적인 통찰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 주하이룬은 이 지역에서의 경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베서니 앨런 에브라히미안 Bethany Allen-Ebrahimian
번역김용진 임보영 김지윤 홍우람
디자인Ricardo Weibezahn,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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