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세금 돌려줘"...'분식회계' 대우조선 국가 상대 무차별 소송

2022년 10월 26일 17시 00분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이미 납부한 거짓 법인세 환급 소송 제기
'분식회계 법인세 환급' 벌칙 피하려 금융당국 조치 전에 서둘러 환급 청구
대우조선, 거짓 법인세 환급 소송하며 정관계 로비 자금까지 돌려달라 요구  
⬤ 법원 "대우조선 주장은 사회질서에 반해"... 대우조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으로 맞대응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과거 분식회계 과정에서 허위로 납부한 법인세를 돌려받기 위해 지난 2018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소송 과정에서 대우조선이 세무당국이 정한 벌칙 조항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사실도 드러났다. 대우조선은 법인세 환급 소송을 벌이면서 과거 정관계 로비용으로 쓴 자금까지 돌려 달라고 주장했고, 재판에서 패소하자 세법을 무력화시키겠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까지 신청했다.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은 법인세 환급 소송 2심에서 대우조선 패소를 결정하면서 "대우조선의 주장은 사회질서에 위반되고, 위법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법인세 환급의 '벌칙'

대우조선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실제로는 엄청난 적자를 매년 기록하고 있었지만, 경영진 연임과 성과급을 위해 회사 재무제표를 흑자로 꾸몄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은 안 내도 됐을 법인세를 거짓으로 냈다. 지방세와 국세를 포함해 2013년 1214억 원, 2014년 1655억 원으로 총 2869억 원이었다. 

대우조선의 범죄는 2015년 중순 꼬리가 밟혔다.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고, 2016년 1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2017년 2월 말에는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실을 확정해 과징금,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 조치를 의결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대우조선의 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에 1년간 신규감사 업무정지 등을 조치했다. 
그럼 대우조선이 거짓으로 냈던 2013~2014년 치 법인세는 어떻게 됐을까.
우리 세법은 분식회계를 한 기업에도 거짓으로 냈던 법인세를 '과다 납부 세액', 즉 실제보다 더 낸 세금으로 간주해 환급해준다.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는 '실질 과세 원칙'에 따른 것이다.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세금을 거짓으로 내면서까지 범죄를 저지른 기업에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특혜이며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현 법인세법에 따라 3000억 원에 가까운 기 납부 법인세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냥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분식회계를 저질러 발생한 일인 만큼 세법에서 정한 벌칙을 받아야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법인세 경정(과세 표준과 과세액 변경) 청구'를 제기해 이기면 환급 세액을 일시에 돌려받는다.(일반 법인세 환급) 반면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의 경우, 법인세법 58조의 3(사실과 다른 회계처리로 인한 경정에 따른 환급)에 따라 일시 환급이 아닌 차후 납부할 법인세를 공제받는 형태로 돈을 돌려받는다.(분식회계 법인세 환급) 이 경우 매년 공제받는 규모는 과다 납부 세액의 20%로 한정된다. 나머지는 다음 해로 이월된다. 

'분식회계 법인세 환급'이 벌칙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현금 흐름에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일반 법인세 환급을 받는 기업은 한 번에 많은 현금을 돌려받아 쓸 수 있는 반면 분식회계 기업은 그렇지 않다. 환급을 받아야 할 해에 적자가 나 법인세를 안 낼 상황이 되면, 아예 세액공제를 못 받는다. 당연히 환급 기간은 늘어난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법인세 환급 '벌칙' 피하려 '꼼수' 썼다

앞서 설명했듯 대우조선은 2015년 중순 이미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었고, 2016년 1월에는 금감원 감리가 시작됐다.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2016년 3월 8일 작성된 대우조선 내부 문건(금감원 회계감리에 대한 기본 대응전략)에도 "2013, 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는 거짓의 기재가 있던 것에 해당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적혀 있다. 2013~2014년 거짓으로 냈던 2800억 원이 넘는 법인세를 세액 공제 형태로 수년에 걸쳐 돌려받을 판이었다.   

이 상황에서 대우조선은 세법상 벌칙을 피하는 '꼼수'를 선택한다. 법인세법 58조의 3에 따르면, '분식회계 법인세 환급'을 적용하기 위해선 해당 기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경고 등 제재 조치를 받아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의 조치가 법인세 경정 청구 시점 이전에 나와야 하는지, 경정 청구 이후에 나와도 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이 없다. 대우조선은 이 허점을 파고들었다. 

2016년 5월 25일 대우조선은 "기납부 법인세 경정 청구"라는 제목의 자료를 만들어 경영진에게 보고한다. 여기에는 "국세기본법상 경정 청구는 금감원 감리 결과 이전이라도 가능하다. 가급적 빠른 시기에 세무서에 제출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약 2주 뒤인 6월 7일, 대우조선은 세무서에 2013~2014년 과다 납부한 법인세 2800억여 원을 돌려달라며 경정 청구를 냈다. 그러면서 '아직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결정을 하기 전에 경정 청구를 했으니,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분식회계 법인세 환급이 아니라 일반 환급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폈다.

다음은 대우조선 전 재무팀장이 세무당국에 진술한 내용이다. '대우조선이 세법상 벌칙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취지의 증언이 들어 있다.  
금융감독원 감리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른 처분이 확정될 경우 법인세법상 분식회계에 따른 경정 청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과다 납부한 세액을 즉시 환급받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우조선해양은 금감원 감리조치 결과가 나오기 전에 빨리 과다 납부한 법인세를 돌려받기 위해 일반 경정 청구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전 재무팀장 (2017.4.5 세무조사 당시 진술)
꼼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우조선은 법인세 경정 청구를 하며 과거 분식회계 시기 부당 지급한 임직원 성과급도 환급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업과 관련해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은 기업의 손금(손해금액)에 포함시킨다"는 법인세법 조항에 맞춘 요구였다. 손금이 클수록 기업은 이익을 적게 인정받아 법인세를 덜 낼 수 있고, 이미 낸 법인세 중에서 돌려받는 부분도 커진다. 대우조선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부당 지급한 성과급 약 3291억 원도 바로 이 손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성과급은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흑자로 속이지 않았다면, 모두 지급이 불가능했던 돈이었다. 

나아가 대우조선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퇴직 임원, 전직 군 장성 등 13명에게 줬던 고문료 약 17억 원까지 손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정관계 로비에 쓴 돈도 세금으로 환급받겠다는 얘기였다.  

세무당국이 법인세 일반 환급 거부하자 소송 맞대응 

하지만 대우조선을 담당하는 통영세무서는 대우조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우조선에 돌려줄 법인세 환급분은 '일반 환급'이 아닌 '분식회계 환급'에 해당한다고 결정내렸다. 성과급과 고문료를 포함해 대우조선이 손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비용 9건도 모두 환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우조선의 사업과 무관하며, 성과급의 경우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범죄를 통해 지급한 반사회적 비용이라는 이유였다. 

대우조선은 즉각 반발했다. 2018년 7월 세무당국을 상대로 '법인세 경정 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걸었다. 성과급과 고문료 등 비용 9건을 손금에 넣지 않은 세무당국 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대우조선은 동시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 '부당 이득금 반환 소송'도 제기했다. 소장에서 대우조선은 "법인세 경정 청구는 금융당국 제재 전에 했기 때문에 일반 환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분식회계가 사실로 밝혀졌다 해도 이는 경정 청구 시점 이후에 발생한 일이므로 법인세 환급과는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세무서의 위법한 처분에 따라 우리 정부가 돌려주지 않고 있는 2013~2014년 기 납부 법인세 2800억여 원은 부당 이득이므로 당장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원이 만약 대우조선의 논리를 인정하게 되면, 대우조선은 당장 세법상 벌칙을 피해 28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한 번에 손에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분식회계와 경영진의 사욕이 아니었다면, 지급 자체가 불가능했을 성과급과 고문료까지 세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분식회계가 돈벌이 수단이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질 상황이었다.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법원, 대우조선 주장에 "반사회적, 위법 조장" 비판 

하지만 소송 결과는 대우조선의 완패였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대우조선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2심 재판부는 금융당국 조치 전 법인세 경정 청구를 했기 때문에 무조건 일반 환급을 받아야 한다는 대우조선의 주장을 "세법의 벌칙 조항을 교묘하게 피해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대우조선의 손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수많은 기업이 대우조선처럼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법인세 경정 청구를 해 일반 환급을 받는 꼼수를 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식회계 기업에 부과되는 세법상의 제재를 "형해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도 표현했다. (다만, 1심 법원은 '우리 정부가 대우조선의 과다 납부 세액을 일시 환급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음은 2심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가 납세자의 경정 청구에 앞서서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세액공제 환급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하게 된다면,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조치가 확정되기 전에 납세자가 먼저 경정 청구를 하기만 하면 일시 환급을 제한하는 세액 공제 환급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를 잠탈하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중략)...세액 공제 환급 규정이 사실상 형해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경정 청구 시점까지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액 공제 환급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 법인세 환급 소송 2심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2022.1.14)
대우조선이 요구한 성과급의 손금 산입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회질서에 심히 반한다", "위법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원래는 적자여서 주지도 못했을 성과급을 분식회계를 통해 부당하게 지급해 놓고, 범죄 사실이 적발되니 세금 환급 혜택이라도 받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취지였다. 다음은 2심 판결문 내용 중 일부.
이 사건 직원 성과 상여금은 사회 질서를 위반하여 지출된 것으로서 손금 불산입 대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중략)... 직원 상여금을 손금에 산입하여 준다면, 이는 원고(대우조선)의 위법한 분식회계로 인한 결과를 용인하는 것으로서 오히려 위법 행위를 조장할 여지가 있다.

대우조선해양 법인세 환급 소송 2심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2022.1.14)
재판부는 대우조선이 정관계 로비 목적으로 사람들을 영입해 지급한 고문료에 대해서도 "업무 무관 비용이므로 손금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우조선은 그동안 고문료를 '회사 사업을 위해 지출한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경영진의 사욕과 연임 로비를 위한 돈'에 불과했다고 결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보수 기준이 없었음에도 원고는 고문들에게 정기적으로 거액의 고문료를 지급해 왔다고 보일 뿐이며, 고문들이 구체적으로 수행한 업무 활동 내용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점, 원고 스스로 고문료 지급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중략)... 통영세무서장이 이 사건 고문료를 원고의 업무 무관 비용에 해당한다고 봐 이를 손금에 불산입한 조치는 적법하다.

대우조선해양 법인세 환급 소송 1심 판결문 (서울행정법원, 2020.11.27)
결국 대우조선은 이미 납부한 법인세 환급분을 '일반 법인세 환급'으로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 성과급·고문료 등 각종 비용을 법인세 환급 대상 비용에 포함시키지도 못했다. 소송 쟁점이었던 총 9건의 비용 중 대우조선이 법인세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건 딱 2건 뿐이었다. 

소송 패소하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부도덕한 행태"

소송에서 사실상 완패했지만, 대우조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2심 판결에 불복한 대우조선은 지난 2월 대법원에 상고했고, 두 달 뒤인 4월 18일에는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사실을 대우조선이 금감원에 낸 공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소송 당사자가 본인 소송에서 사용된 법률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여길 때 법원에 낸다. 신청을 받은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제청할 수 있다. 대우조선의 법인세 환급 소송에서 주요하게 사용된 법률은 '분식회계 기업에 20% 한도 세액 공제라는 벌칙'을 주는 법인세법 58조의 3이었다. 대우조선은 이 법 조항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자기편을 들지 않자 아예 세법을 위헌으로 만들려 나선 게 아닌지 의심된다. 만약 헌재가 법인세법 58조의 3을 위헌으로 결정한다면, 대우조선은 2013~2014년에 이미 납부한 법인세는 물론 그간의 지연이자까지 대략 2370억 원 정도를 한 번에 반환받게 된다. 
대우조선이 금융감독원에 낸 공시 자료(2022년 반기보고서). 지난 4월 18일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되어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우조선은 분식회계로 수천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으면서도,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은 30%나 삭감했다. 더 나아가 분식회계가 드러나자 이번엔 법인세 환급 소송을 하고, 패소하자 위헌법률심판제청까지 신청했다. 반성은커녕 우리 법체계의 허점을 파고들어 끝까지 이윤만 챙기려는 부도덕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국세청과 대법원에 연락해 '대우조선이 정확히 무슨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까지 신청한 것인지' 등을 물었다. 국세청 대변인실은 "납세자와 관련된 사항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대법원도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대우조선 측에도 공식 질의서를 보내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과 위헌법률심판제청 사유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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