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연계추정 트위터계정, 노골적 선거개입 드러나

2013년 03월 22일 12시 54분

의심 트위터계정도 눈덩이처럼 불어 현재 6백여개 확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정치개입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사용자 그룹이 선거에 개입하는 트윗 글을 무더기로  퍼트려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드러났다.

또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면서 특정 성향의 트윗을 재전송하는 국정원 연계 추정 트위터 계정이 6백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타파가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사항에 나온 문장을 그대로 트위터에 올렸던 아이디 '신사의 품격' 사용자의 트윗글을 분석한 결과, 이 사용자는 지난 해 9월 초부터 지난 해 12월 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대선 후보 관련 글을 직접 작성했으며, 모두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사의품격' 아이디 사용자처럼 취재진이 파악한  국정원 연계  추정 트위터 계정은  600여 개정를 넘어섰다.

이 6백여 계정들은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진 뒤 모두 삭제 또는 폐쇄됐고,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장 지시사항’ 내용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종북세력을 비난하고 MB의 정책을 홍보하는 트윗을 작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대장격 계정이 생산한 트윗글을 각각의 팔로워 수천 명에게 재전송하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일반 트윗을 골라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대선 때 사이버상의 여론에 개입한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이 대통령이 안되는 이유'란 제목이 붙은 트읫글의 경우 66명이 리트윗했는데 이 가운데 40여 명이 ‘신사의품격'을 포함한 국정원 연계 추정 그룹으로 파악됐다.

뉴스타파의 분석 결과, 아이디 '신사의품격'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재전송한 글은 3개월 동안 총 487만 명의 트위터 이용자에게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국정원 여직원 김 모씨가 인터넷사이트 ‘오늘의유머’ 게시판에 대선후보 관련 글을 몇 건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국정원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그룹이 트위터 상에서 노골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대선국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앵커 멘트>

계속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는 뉴스타파의 국정원 관련 뉴스입니다.

뉴스타파가 국정원과 연계해서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을 더 찾아냈는데요, 지금까지 무려 6백 개가 넘어 섰습니다. 게다가 이 중 상당수가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비난하고, 여당 후보를 치켜 올리는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트위터 계정들이 실제로 국정원과 관련되었다면, 이 것은 엄청난 범죄입니다.

최기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최기훈 기자>

트위터 아이디 ‘신사의품격'이 작성하거나 재전송한 트윗글입니다. 노골적으로 여당후보에 유리한 트윗 글을 올리고 야당후보들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글을 썼습니다. 이 사용자는 국정원 여직원 김 모씨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글과 같은 내용을 트위터 상에 올렸습니다.

같은 날 작성됐고 문구도 똑같아 국정원과 연계된 계정으로 추정됐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장 지시사항'에 있는 글과 똑같은 내용을 또다시 트위터에 올립니다. 국정원장의 지시가 떨어지고 나흘 만입니다. IEA, 국제에너지기구를 IAEA 국자원자력기구로 잘못 쓴 것까지 국정원장 지시사항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이 ‘신사의품격'이란  아이디사용자는 국정원 직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정원도 기자의 확인 질문에 즉답을 못했습니다.

[국정원 대변인]

(트위터 상에서 겹치는 글 나타난 거에 대해서는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그거에 대해서는 그 쪽에서 의혹을 제시하는데 저희들이 특별히 입장을 발표할 건 없습니다.”

(부인하시는 건 아니에요?)

“뭐 여하튼 그거에 대해서는, 뭐 저희들 하고는 어쨌든 간에 저희들이 굳이 해명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

취재진은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신사의 품격'이 남긴 글을 찾아내 분석했습니다.

지난 9월 6일 작성된 트윗입니다. 당시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의 안철수 후보 협박 의혹이 불거진 날, 안 후보 참모가 친구를 볼모로 선거 운동한다는 트윗을 올립니다.

이어 9월 21일에는 안철수 후보가 중앙일보 기자를 외면했다며 편가르기라 비난하고, 같은 날 이정희 후보의 지지율에 대해선 국민들이 종북주사파의 실체를 알게 됐다는 트윗글을 작성합니다.

일주일 뒤 , 안철수 후보의 다운계약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비꼽니다.

10월 1일 안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를 앞선다는 기사가 나오자 세상이 미쳐돌아간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도 날을 세웁니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첫 일정으로 9월 18일 현충원을 참배하자 도열한 사진 모습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트윗을 날립니다..

9월 21일엔 쌍용차 방문에서 눈물 흘린 것에 대해서는 염치가 없다고 비난합니다.

앞서 9월 5일엔 ‘대단한 문재인 캠프’라는 글에 대해서 ‘상관없다. 12월 19일 선거에서 신내림이 가능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타락하지 않았다’며 야당후보에 대한 입장을 드러냅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해선 전혀 딴 판입니다. 9월 18일 박근혜 후보의 가천대 방문에서 학생이 동원된 것처럼 매도됐다면서 가천대의 행정처리를 비난합니다.

대선후보에 대한 이런 노골적인 의사 표명이 국정원의 대북심리전 업무에서 벗어난, 단지 개인적인 일탈에 불과했을까?

‘신사의 품격’이 리트윗 해서 보낸 글입니다. 문재인이 대통령 못하는 이유란 글입니다. 66명이 이 글을 리트윗 했는데 이 가운데 무려 40여 개가 국정원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입니다. 여기에는  뉴스타파가 국정원 추정 아이디라고 보도한 직후 삭제된 ‘오빤미남스타일' ‘4대강러버' 같은 계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트윗글을 조직적으로 퍼 날랐다는 뜻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박근혜 후보에게 호의적인 기사가 나오자 이번엔 링크를 걸어 집단적으로 퍼뜨립니다. 리트윗글 60개 가운데 40여 개가 앞서와 같은 국정원 연계 추정 그룹입니다. 치밀한 계획과 의도에 따라 여당에 유리한 대선관련 트윗을 확산시키며 인터넷 상의 여론에 개입한 것입니다.

지난 11월 ‘신사의 품격’이 품격이 작성한 MB의 48번째 해외순방 칭찬 글은 무려 6백37번이나 리트윗됐습니다. 이 가운데 국정원 연계 계정이 몇 개나 되는지 체크해봤습니다.

무려 4백 61개가 국정원 연계 그룹 아이디였습니다. 하나같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진 12월 11일이후 자취를 감췄고 계정이 삭제됐으며 트윗활동 추이도 똑같았고 작성 글의 내용도 종북비판, MB 찬양 등으로 똑같았습니다.

뉴스타파가 지금까지 파악한 국정원 연계 계정은 자그마치 6백 개가 넘습니다. 취재진이 분석한 결과 국정원 계정 ‘신사의품격'이 쓴 트윗 천 7백여개는 재전송을 통해 3개월 동안 4백87만여 명에게 전달됐습니다..

국정원 연계 추정 계정 6백여 개의 활동량을 합지면 민심이 요동치는 대선국면에 트위터 상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

“이거는 진짜 헌정질서를 농락한 그런 명명백백한 행위이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 사유고 만약에 그렇다고 하면 스스로 이 선거에 대해서 ‘당신이 누구에게 어느 국민에게 내가 당신들을 대표해서 뽑혔으니 내가 국정을 운영하겠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어요? 너무 충격이다 충격이에요.”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장 노골적인 정치개입 아니겠어요? 옛날 같으면 동네 통반장들 통해서 그런 얘기를 하도록 조직을 동원하고 하는 것이 오늘날에 인터넷을 통해서 SNS를 통해서 대체됐다는 것뿐이지.”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지시가 폭로되자 민변과 참여연대, 민주노총, 전교조는 국정원장을 국정원법과 공직자 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국정원의 이번 행태는 명백하게 국기문란 행위입니다. 선거에 개입하는 국정원, 이게 말이 됩니까?”

여직원 한 명의 댓글 사건에서 시작된 국정원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사실상 손 놓은 실체 규명의 숙제를 검찰과 국회가  풀어낼 수 있을 지 민주주의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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