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셔록의 워싱턴 리포트19] 북미 정상회담 성패, 결국 트럼프에 달렸다

2018년 04월 11일 08시 01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다가오지만, 미국 언론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대신 안보문제 관련자들의 관심은 매파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다음 주에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취임하면 북한 지도자와 만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쏠리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대북 외교를 주도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볼턴 내정자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정부 사이의 협력관계로 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반면 지난주 청와대는 최근 볼턴 내정자가 북핵 문제 해결방식으로 제안한 “리비아식 해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선 핵폐기 후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따르면 북한이 즉각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은 국교정상화와 경제제재를 풀어주게 된다.

▲ 지난 2월 대북 선제타격을 주장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출처: 위키피디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월 30일 기자들에게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찰과 핵 동결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과정으로서 단계적으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적 절차를 지지하는 미국 분석가들은 볼턴의 내정이 지난 두 달 간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대화 분위기를 크게 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뉴아메리카재단(New America Foundation)의 협상전문가 수잔 디마지오 선임연구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볼턴은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와 협상이 필요한 모든 직위에 가장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것처럼 디마지오는 미국과 북한 간 ‘1.5 트랙' 대화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북한 외교관들과 접촉하고 있다.

디마지오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대북 선제타격을 주장한 볼턴이 북한이 거부할 것이 분명한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한 후, 회담을 형편없이 처리한 다음 회담 자체가 실패작이었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디마지오는 말했다.

그렇게 되면 외교적 노력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어 군사행동에 길을 열어주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나는 그 시나리오가 정말 우려됩니다.

전직 미 국무부 관료인 리언 시걸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시걸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해 이후 12년 간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켰던 1994년 핵협상을 다룬 책 ‘국외자 무장해제: 북한과의 핵협상 외교' (원제: Disarming Strangers)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볼턴이 1994년 합의 이후 부시 정부의 대북 “대결 전략"의 설계자이며, 협상을 위한 미국과 한국의 계획을 쉽게 방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시걸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내줘야 하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는가, 아니면 북한과 대결할 것인가?” 그는 지난 2002년, 미국 외교관들이 북한이 제네바 협약을 위반해서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부정 행위"를 저질렀다고 몰아붙였고, 부시 대통령이 볼턴의 지지 하에 1994년 제네바 협약을 파기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사실을 부인했고 (당시 이 주장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후에 밝혀졌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과의 협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협상을 거부하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2차 북핵 위기를 촉발시켰다. 2006년 무렵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차 핵 실험을 마쳤다.

▲ 1994년 핵협상을 다룬 책 ‘국외자 무장해제: 북한과의 핵협상 외교' (원제: Disarming Strangers)의 저자이자 전직 미 국무부 관료인 리언 시걸(출처: 한겨레)

시걸은 볼턴이 그 때와 유사한 전술을 쓰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다면 정상회담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걸은 “만약 우리가 북한과의 대결을 선택하고 그들이 다시 미사일 실험을 재개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북한은 (완전한 핵 역량을 갖추는 데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약 6~12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치면 “제대로 작동하는 선행주기 재진입체를 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핵 미사일을) 확실히 안정화시키기 위한 열핵장치" 실험을 완성시키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노력을 통해 피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걸은 결국 회담의 성패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시걸과 다른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나 참모들의 조언을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맥마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즉 “코피 전략"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자는 북미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볼턴이 강경한 “나쁜 경찰" 역할을 맡고, 트럼프 대통령은 “착한 경찰" 역할을 하며 합의를 촉구할 것으로 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내정자의 관계는 다른 모든 참모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그랬던 것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공식 입장과 트윗으로 볼 때,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지도자들 사이에서 평화 중재자 역할을 계속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군사적인 위협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에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다가올 정상회담들은 그 어떤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도 훨씬 성공적일 수 있다.

취재: 팀 셔록
번역: 임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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