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재 폐기물 이권에 뛰어든 또 다른 언론인

2021년 11월 18일 11시 15분

뉴스타파는 최근 석탄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여수MBC 김용석 전 국장의 폐기물관리법 위반과 배임 의혹 등을 보도했다. 또 공무원과 경찰이 이를 눈감아 준 정황도 제기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석탄재 폐기물 사업에는 또 다른 언론인이 끼어 있었다. 재작년까지 전남 지역 모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한 김 모 씨다. 
김 씨는 지난 2014년 자신의 딸 명의로 회사를 세워 석탄재 폐기물 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2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120억 원의 투자협약을 맺기도 했다. 권오봉 여수시장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재직할 당시다.
자신의 딸 명의로 회사를 세워 석탄재 폐기물 사업에 뛰어든 전직 기자 김 모 씨가 지난 2016년 당시 광양만권경제자유국청장으로 재임했던 권오봉 현 여수시장과 120억 원의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2017년 회사 이름을 성지산업으로 바꾸고, 김용석 전 국장 등을 끌어들여 석탄재 폐기물 사업을 본격화 했다. 충남 당진석탄화력발전소 내 석탄회 처리장의 석탄재 페기물 111만 톤을 톤당 2만3천여 원씩 모두 258억 원을 받고, 전남 여수시 묘도동 항만재개발 공사현장에 성토재로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성지산업이 한국동서발전과 체결한 계약서에는 D사가 해상 운송을 맡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석탄재 폐기물을 운송한 업체는 D사가 아니라 H사였다. 폐기물 운송을 하도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대해 한국동서발전측은 "D사가 하도급을 준 게 아니라 폐기물 운반장비로 등록한 H사의 선박을 용선해 사용한 것이어서 계약 위반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D사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면허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은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저희는 면허증만 빌려주고 H사가 운송을 하고 있죠. 면허증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으셨고요?저희는 그냥 수수료 명목으로 한 5% 정도 먹는다고 보면 돼요. 당진화력에서도 사실은 D사와 계약을 했지만 이 작업은 H사가 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물론 알고 있죠, 다 같이.

D사 관계자와 뉴스타파의 전화 통화 내용
게다가 석탄재 폐기물은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허가받은 업체만 운송할 수 있다. 하지만 H사는 폐기물 수집 및 운반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 H사 대표는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H사는 D사로부터 받은 운송 대금 중 일부를 성지산업의 설립자인 김 씨에게 꼬박꼬박 입금했다. 성지산업은 김 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전남경찰청에 고소했는데, 고소장에는 김 씨가 설립한 동성중기가 H사로부터 8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나와있다. 
H사가 D사에 바지선을 빌려준 것이라면,  H사가 김 씨의 소유인 동성중기에 매달 석탄재 운반비의 일부를 송금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씨는 H사와 별도 사업 계약을 체결해 받은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자기들이 못하는 일을 내가 해줬고, 거기에 대한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양효동 전 성지산업 이사와 힘을 합쳐 2019년 4월 김용석 전 여수MBC 국장을 성지산업 대표 자리에서 몰아냈고, 이듬해 9월에는 양 이사마저 해임했다.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김 씨와 성지산업의 폐기물 관리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경찰은 성지산업이 당진화력 석탄회 처리장에서 석탄재 비산을 막기 위해 덮어 놓은 모래를 김 씨가 주도해 제주도에 몰래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비산 방지용 모래 역시 폐기물이기 때문에 건축용 자재로 판매하는 것은 폐기물 관리법 위반이다.  
이 경우 한국동서발전과 맺은 계약도 파기될 수밖에 없다. 성지산업이 한국동서발전과 맺은 계약서에는 계약물량의 70%를 처리하지 않으면 계약불이행 금액의 1.5배를 벌과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성지산업은 지난해 폐업신고를 했다. 김 씨는 "벌과금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 폐업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김황곤 전 성지산업 이사는 "당진화력에서 폐기물관리법 위반 사실을 알게 됐고, 벌과금을 내지 않기 위해 회사를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성지산업은 사실상 이름만 남아있고, 벌과금을 낼 형편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동서발전은 성지산업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벌과금에 대한 채권보전 조치를 취하기는 커녕 석탄재 폐기물 사업을 다솔산업에게 승계했다.  다솔산업은 김용석 전 성지산업 대표가 만든 회사로, 성지산업에 있던 이사 2명이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성지산업의 폐기물관리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계약 위반에 따른 채권보전 조치를 취하는 대신, 김용석 전 성지산업 대표가 만든 다솔산업에게 석탄재 폐기물 사업 계약을 승계시켰다.   
한국동서발전이 공개경쟁을 통해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는 대신 다솔산업에게 기존 계약을 승계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무법인 소헌의 신인수 변호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공기업 계약은 공정한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위장 폐업한 업체에 대해 먼저 제재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제재조치는 커녕 폐업한 업체의 임직원을 그대로 승계한 회사와 새로운 계약을 맺은 것은 공기업의 계약 관행상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신인수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 인터뷰 
뉴스타파는 성지산업이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 직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발견했다. 성지산업 법인카드 사용내역에는 2019년 2월 19일 260만 원을, 3월 12일에는 108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온다. 108만 원을 지출한 곳은 충남 당진에 있는 유흥주점의 이름과 동일했고, 다른 한 곳은 당진 화력에서 차로 50분이면 갈 수 있는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단란주점과 상호가 같았다. 
양효동 전 성지산업 이사는 "김 씨가 당진화력 직원들과 술을 마시며 법인카드로 술값을 긁은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이사는 또 "김씨가 접대비가 필요하다고 해 당진에 있는 한 식당 주인의 개인 계좌에 식비 명목으로 두 차례 250만 원을 송금한 적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지산업은 2019년 3월 21일 50만 원을, 4월 12일 200만 원을 당진의 한 식당 사장에게 송금했다.  
이에 대해 식당 주인은 외상값을 한꺼번에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씨의 3월과 4월 카드 사용 내역에는 이 식당에서 수차례 식비를 따로 결제한 기록이 있다는 점에서 식당 주인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김 씨가 당진 화력 직원들에게 한 병에 50만 원짜리 산양산삼주를 여러 병 선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기업 직원에게 3만 원을 초과해 식음료를 대접하거나, 5만 원(농산품의 경우 10만 원)이 넘는 선물을 하면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위반이다. 
김 씨는 "내가 잘 사기도 했고, 잘 얻어 먹고 그랬다"며 산삼주는 자신이 마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탄재 폐기물 사업에 뛰어든 두 언론인은 각종 불법 위혹이 제기됐지만 공무원과 경찰, 한국동서발전의 보이지 않는 비호 아래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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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상찬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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