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팀 원충연, 경찰에 방송사 노조 수사 압력 남대문경찰서장 찾아가 ‘신경 안 쓴다’ 압박

2013년 11월 22일 11시 14분

이명박 정권 당시 정관계와 언론계, 민간인 등을 상대로 전방위 불법 사찰에 나섰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방송사 노조 수사를 맡았던 경찰서장에게도 직접 찾아가 수사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YTN 불법 사찰과 체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기용 당시 남대문경찰서장(현 의정부경찰서장)은 2008년 9월 수사 초기 원충연 씨 등 총리실 직원 2명이 찾아와 YTN 수사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김 서장은 원 씨가 당시 예고도 없이 서장실에 찾아왔으며 촛불 집회와 YTN 노조에 우려를 표시하며 YTN 수사에 신경을 안 쓰는 게 아니냐는 질책성 질문을 받고 자신에 대한 조사를 나온 것이 아닌지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김 서장은 또 2009년 3월 YTN 기자 체포를 앞두고 다른 국가기관들과도 협의했을 것이라며 당시 기자 체포 행위가 경찰의 자체적인 판단이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원 씨는 사찰 수첩으로 알려진 원충연 수첩에 YTN 노조 관련 동향을 7페이지에 걸쳐 꼼꼼히 기록했고, 이 내용들은 YTN 파업과 체포, 사장 교체 등 주요 시기마다 대부분 사찰 보고서에 옮겨졌다.

원 씨는 경찰이 체포했던 기자들이 1심 판결에서 벌금형이 나오자 항소를 건의하는가 하면, 배석규 씨에 대해 “엠비 정부에 충성심이 돋보인다”며 YTN 정식 사장으로 임명하자는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다.

또 대표적인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했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원충연 씨를 만나 방송사들을 사찰한 이유와 피해자들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자신은 관계없다는 말 외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원 씨는 검찰과 인권위 조사에서 YTN과 KBS 등 방송사 노조에 대해 경찰이나 경영진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동향 파악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원 씨는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했으며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아 여전히 고용노동부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대법원은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기소된 원충연 씨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김충곤 당시 점검1팀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오는 11월 28일 오후 2시 열 예정이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은폐에 대해 양심 선언을 한 장진수 전 주무관에 대한 대법원 선고도 이날 같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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