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국방부 강제퇴거 사건', 그 총체적 난맥상

윤석열 당선인이 3월 2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5월 10일 취임 전에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 496억 원은 정부 예비비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이 사안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 문제가 된다. 만약 비어있는 건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면, 그 성격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 건물을 비우라고 요구하고 그 건물에 들어가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방부 강제퇴거’가 우선이고, 그다음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기관인 국방부에 갑자기 건물을 비우라고 할 수 있는지, 그것도 현직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당선인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그렇게 할 권한이 있는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은 직권남용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은 “대통령 당선인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를 위하여 필요한 권한을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 대한 강제퇴거 결정은 ‘대통령직 인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국군통수권이 있고 행정부를 총괄하는 현직 대통령이나 할 수 있는 결정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권한 범위도 벗어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7조는 인수위원회의 권한에 대해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7조(업무)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1. 정부의 조직ㆍ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2.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3.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4. 대통령당선인의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5.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7조
그야말로 현황 파악과 준비 업무이다. 그러니 인수위원회가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권한 범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행위에 대해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14조와 제15조에 있다. 
제14조는 “(인수)위원회의 위원장ㆍ부위원장ㆍ위원 및 직원과 그 직(職)에 있었던 사람은 그 직무와 관련하여 ----- 직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인수위원회는 직권을 남용했다. 
그렇다면, 민간인 신분인 인수위원들에게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공무원이 주체인 경우에만 직권남용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15조에서는 “위원회의 위원장ㆍ부위원장ㆍ위원 및 직원과 그 직에 있었던 사람 중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위원회의 업무와 관련하여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라는 공무원 의제 조항을 두고 있다.  따라서 민간인 신분인 인수위원들에게도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

예비비를 쓸 수 있나?

윤석열 당선인은 국방부 강제퇴거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드는 비용이 496억 원이고, 정부 예비비를 신청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예비비를 신청할 법적 권한이 없다. 
예비비에 관한 국가재정법 제51조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제51조(예비비의 관리와 사용) ① 예비비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관리한다. ② 각 중앙관서의 장은 예비비의 사용이 필요한 때에는 그 이유 및 금액과 추산의 기초를 명백히 한 명세서를 작성하여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대규모 재난에 따른 피해의 신속한 복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0조의 규정에 따른 피해 상황 보고를 기초로 긴급구호, 긴급구조 및 복구에 소요되는 금액을 개산(槪算)하여 예비비를 신청할 수 있다. ③ 기획재정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예비비 신청을 심사한 후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이를 조정하고 예비비사용계획명세서를 작성한 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51조
예비비 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중앙관서의 장’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앙관서가 아니다. 그러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예비비를 신청할 법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인수위원회가 예비비를 신청했다고 얘기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에 인수위원회 예산에 관한 규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 당선인의 예우에 필요한 경비’,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하여 대통령 당선인이 지정하는 자와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예비비 등의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 의한 예산은 ‘당선인 예우경비’와 ‘인수위원회 운영경비’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국방부 강제퇴거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한 경비는 아예 이 조항에 따른 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 중 "예비비 편성 현황"
실제 18대 인수위(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비비 21억 9,400여만 원을 배정받았다. 사무용품비, 공공요금 등으로 사용하는 관서 운영비로 6억 8천여만 원, PC 및 음향 장비 등의 임차료로 5억 8천여만 원이다. 인수위 분과 운영비, 활동비, 정책개발비 등으로 사용하는 특수활동비는 9억 2천여만 원을 배정받았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결국, 관련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예비비 사용을 신청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밖에 없다. 관련 부처가 계획에도 없는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해야 한다. 인수위원회가 이렇게 일을 만들었다면, 이것 역시 직권남용이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예비비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심사를 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비공식적으로 소요 예산을 계산해줬다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다. 신청서가 들어오면, 심사를 해야 하는 주체가 신청서류를 작성해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다.
게다가 예비비를 신청하려면 산출기초를 명백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주장하는 496억 원은 전혀 명백하지 않은 계산이다. 이처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절차는 현행 법령에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행정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당선인 측의 눈치를 보는 관료들이 이런 상황을 만드는데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굳이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한 다음에 일을 진행하면 될 것인데, 이렇게 무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무회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이렇게 이미 절차상 하자와 법적인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앞으로의 일은 국무회의 심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 
국가 안보에 관한 우려, 절차상의 하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이나 예비비 사용을 승인하지 않으면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가 한 일들은 불법이 된다. 직권남용죄도 성립되고, 국가재정법상의 절차도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문재인 대통령이 추인하고, 예비비 사용에 대해서도 국무회의를 거쳐서 대통령이 승인해 주면 절차상 하자는 있었지만, 일단 상황은 정리되는 셈이 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법형식적으로는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이나 예비비 사용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한 셈이 된다. 법적으로는 당선인이나 인수위원회가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권한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도 하고 책임도 져야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하고 대통령이 승인해 달라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시작부터 무리수와 권한남용을 하는 윤석열 정권의 앞날이 무척 우려된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데이터최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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