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해직..그래도 ‘참교육’

2013년 11월 12일 13시 40분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했습니다. 해직교사 조합원 가입을 허용한 규약을 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교조의 6만 조합원은 정부가 문제삼는 9명의 해직교사를 지키기위해 법외노조 통보를 받아들였습니다.

 

 

여기 9명의 해직교사 중 한 분이 있습니다. 81년 교직의 길에 들어선 그는 3번 해직당했습니다. 86년 교육민주화선언 참여, 89년 전교조 가입과 탈퇴거부, 2004년 상문고 사학비리재단 복귀반대 투쟁이 해직의 사유였습니다. 그가 33년 교직생활 가운데 교단에서 쫓겨나 해직자로 보낸 시간은 총 16년입니다. 이을재 해직교사를 뉴스타파가 만났습니다.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다시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조종현 전교조 충북지부 청주공고분회장]
“정부가 문제삼는 9분의 해고조합원들이 맞을 매를 전교조는 6만명이 같이 맞기로 결의했습니다.”

6만 조합원의 전교조가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9명의 해직교사들. 그 중 세 번이나 해직을 겪은 이을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을재 선생님]
“지금도 보면 학생들의 자살, 청소년 자살이 우리나라가 세계 1위에요. 그 중에서 제일 큰 자살의 원인이 성적비관.”

1986년, 교직 6년차였던 이을재 선생님은 어린 제자들의 자살이 속출하는 상황을 보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이을재 선생님]
“아이들은 죽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스템에 우리가 침묵한다면 우리도 공범일 수 밖에 없다.”

이을재 선생님은 그해 5월,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교사들과 함께 교육민주화선언에 동참했습니다. 선언 직후 당시 문교부와 각 시·도 교육위원회는 중징계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을재 선생님]
“상당히 불안한 마음으로 모임에 갔어요. 어디 모일 공간없어서 학교 운동장에 모여 일단 축구하고. 음식점 가서 짜장면 먹으면서 우리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이런 움직임. 그걸 지역교사모임이라고 하는데...”

결국 그는 해직됐습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거꾸로 그를 교육현장에서 내몬 셈입니다.

[이을재 선생님]
“서명 하나 했는데 그걸로 해직시킨다? 그 사유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교육청은 해직사유를 보탰는데, 불온서적 탐독하고, 근무태만이다. 이런식으로. 말도 안되는 징계사유로 해직됐어요. 그러면 분노해야 하는데, 분노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한편으론 마음의 빚을 갚은 느낌도 있어서…”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해체된 교원노조가 다시 부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전조교를 불법단체로 규정합니다.

[이을재 선생님]
“만들면 징계하겠다, 했는데 그냥 한거에요. 조합원 해직시킬 수 있으니까 우리가 위축이 돼요. 안되니까 공세적으로 가자. 나 조합원이다.”

당시 전교조의 조합원 명단공개 후, 정부당국의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됐습니다.

[이을재 선생님]
“입체적으로 교육부, 안기부, 교육청, 경찰 총 동원되서. 탈퇴각서 내라. 끝까지 안쓰고 버틴 1천 500명.”

당국의 회유와 협박에 굴하지 않은 전교조 교사들은 결국 해고됐습다. 명단을 공개한 만 오천명 가운데 천 500명의 교사들이었습니다. 이을재 선생님은 해직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을재 선생님]
“해고된다는 게. 함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독한 사람들이 하는거지. 우리학교 10명쯤 됐는데. 어떤 학교는 그냥 10명이 다 버티고. 우리 같이가자. 우리학교는 대부분이 우리같았는데, 고통스럽잖아요. 부모, 배우자에게 시달리고. 자기 스스로도 공포스럽고. 그러니까 안되겠다. 그들에게 끝까지 가자는건 못할 짓이다. 선생님 모이세요. 우리 학교에서는 저 혼자 남겠습니다. 다 탈퇴각서 쓰세요.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잘 한 일인지 못 한 일인지 모르지만…”

두 번의 해직에서 돌아온 이을재 선생님의 교직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10여년 만에 또다시 해고됩니다. 상문고 사학재단의 비리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였습니다.

2000년 1월, 당시 전교조 간부를 맡고있던 이을재 선생님은 상문고 교사들과 함께 비리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며 교육청 점거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3년간의 재판 뒤, 그는 해직됐습니다.

[이을재선생님]
“상문고 교장 겸 재단이사장, 상춘식. 이 사람이 선생한테 돈을 1년에 500만원씩 내라고 했어요. 500만원을 어떻게 내라고 했냐면, 상문고는 부자동네죠. 한 학급에서 500만원을 걷어서 내라는 거예요. 돈 내는게 늦어요. 그러면 어떤 보복이 오냐면, 돈 안내는 사람에게 교장이 시비를 건다. 말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말투가 아니에요. 선생님한테 교장이 하는 말이 어느 뒷골목 깡패같아요. 거짓말 같아요. ‘야, 너 머리 잘라’ 괜히 시비거는 거예요. ‘야, 너 담배 끊어.’ ‘야 너 임마 살 좀 빼.’ 배를 쿡쿡 찌르고. 그것만 있냐 하면, 돈을 많이 갖다주는 학부모의 경우에는, 어떤 서비스를 하냐면 그 자녀의 성적을 조작해요. 상문고 비리사태 이후 많은 사립학교에서 부패재단을 쫓아내거나, 학교를 민주화하기 위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났어요.”

전교조와 함께 해직생활 대부분을 보내온 이을재 선생님.

박근혜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로 인해 그가 교단으로 돌아갈 날은 더 멀어졌습니다.

[이을재 선생님]
“아 빨리 학교 들어가서 아이들과 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죠. 정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곧 나이가 정년퇴직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복직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죠.”

뉴스타파 김새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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