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현지 기고②] 수만명 피신…"태국은 난민 못 오게 철조망 쳐"

2021년 04월 26일 14시 10분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폭거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이 6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군부는 현지 언론의 취재 보도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마치 1980년 5월 한국 광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목숨을 건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투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우리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얀마 기자 ‘쏘 얀 나잉(Saw Yan Naing)’과 그 동료들의 특별기고를 싣습니다. 쏘 얀 나잉은 BBC 미얀마 지국장 등을 역임한 베테랑 저널리스트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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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경지대에서 군부와 민족무장 단체간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 동쪽에 있는 카렌(동남부), 카친(동북부), 샨(동부) 주에서는 공습과 전투가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카렌족, 카친족, 샨족 등 소수민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투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고, 분쟁 지역의 카렌 주에서만 2만여 명이 집을 떠나 피신했다. 이 중 2천여 명은 태국으로 도망쳤지만 가로막혔다. 전문가들은 미얀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공습을 피해 이뚜따 난민촌으로 피신한 노인이 정글에서 치료받고 있다.

"태국, 난민 돌아가게 하고 철조망 쳐"

지난달 28일, 미얀마 군부는 카렌민족연합의 영토인 카렌 지역(미얀마 동부·태국 접경 지역)을 공습했다. 공습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 2200명 이상의 카렌족 이재민들이 공습을 피해 태국으로 도망쳤지만 태국 국경 경비대에 의해 가로막혔다. 
카렌 주의 ‘이뚜따(Ei Tu Hta)’ 캠프에 있는 소 바호 씨는 “태국 경비대가 미얀마 군이 우리 캠프를 폭격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미얀마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리가 미얀마로 돌아가자 태국 경비대는 철조망을 설치해 우리가 다시 태국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쏘 바호 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이뚜따 캠프의 난민 2천 명 이상이 태국으로 건너갔다. 태국 경비대는 이들에게 앞으로 더 이상 공습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들이 미얀마 쪽으로 돌아간 후, 태국 군인들은 난민들이 들어왔던 입구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그러나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한 난민들은 집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들은 집에 머무는 대신 정글로 들어가 숨어서 자야 했다.
▲ 폭격의 공포 때문에 정글에 숨어 잠을 취하는 카렌 주 주민들.
이뚜따처럼 살윈(Salween) 강 인근 ‘웨이 부 따(Way Bu Hta)’ 마을 주민 수십 명도 같은 날 공습을 피해 태국으로 갔지만 역시 돌아와야 했다. 웨이 부 따 마을의 학교 선생님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Naw Beh Beh 씨는 태국에서 돌아온 뒤 그녀와 가족이 여전히 공습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정글에 숨어있습니다. 하지만 제겐 아이가 둘이 있어 정글에서 비를 맞으면서 사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집에 있기로 했지만 매순간 포격 소리를 들었고 결국 저와 제 아이들은 정글에서 잠을 잤어요.” 
▲ 이뚜따 난민촌에 머물던 피란민 가족이 3월 27일 공습을 피하려고 살윈 강을 건넌다.
이날 태국으로 피신한 사람들 중에는 아이들과 노인들도 있었다. 적절한 대피소가 없었고, 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며칠을 강둑에서 더위 속에서 살아야 했다.
언론 보도와 구호 단체들에 따르면, 태국 외신 기자와 더 리포터, 채널 3TV, 로이터, NHK 월드 등에서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태국 매삼립 마을을 방문했지만 태국 당국은 언론인과 구호 단체가 이들을 방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폭격은 3월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계속 이어져 마을의 학교와 집, 식품점이 파괴됐고 카렌 주에서만 2만여 명이 집을 떠나 피신했다. 
태국은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미얀마군의 날'이었던 3월 27일, 미얀마 군이 카렌족 마을을 폭격했던 날 태국은 태국군 사절단을 미얀마 측에 보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미얀마 군과의 소통 창구를 유지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태국 총리는 카렌민족연합 지역에 주둔한 미얀마 군대를 지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카렌민족연합 소식통과 매삼립 마을의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태국 당국은 쌀 700포대를 보내 미얀마 병력을 지원하려고 했다. 
하지만, 카렌민족연합(KNU) 군이 쌀을 수송하는 배를 총격하겠다고 위협하자 태국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태국 지도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태국 군인들은 카렌족 피란민들에게 총을 겨누거나 돌아가라고 한 적이 없고, 악수를 하고 그들의 안전을 기원했다고 밝혔다. 
카렌족에 대한 공습이 이어지던 지난달 30일, 킬리안 트릭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은 성명을 통해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주변 국가들이 긴급히 모든 사람들에게 피난처와 보호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 안전을 위해 국경을 넘어 다른나라로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은 누구나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와 여성, 남성,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이들에게 안식처가 주어져야 한다. 그들의 삶과 자유가 위험에 처한 곳으로 그들은 돌아가선 안된다. 이 ‘농 르풀망 원칙(박해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난민을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상의 원칙)’은 국제법의 초석이고, 모든 국가들에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으로 대피”

활동가, 정치인, 공무원, 시위대,언론 종사자 등 수백 명이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거쳐 인접 국가들로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얀마 언론과 국제 언론이 보도했다. 
인도 법조인과 경찰 발언을 인용한 3월 25일자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2월 이후로 미얀마 폭력 사태를 피해 인도 미조람 주로 피란온 사람들의 수가 천 명이 넘는다. 
이와 같은 난민 유입은 미얀마 군과 밀접한 사이인 인도 당국에게도 외교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인도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는 유감이라며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을 취했다. 로이터는 인도 정부가 미얀마와 국경을 공유하는 인도 4개 주에 보안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육군과 카친족 반군인 카친독립군(KIA)이 미얀마 북부에서 충돌하자 주민 수백 명이 집을 떠나게 되었다. 카렌 주에서는 2월부터 시작된 군사 활동 때문에 만 2천 명 이상이 국내실향민 신세가 되었다고 구호 단체 ‘프리 버마 레인저스’가 전했다.
▲ 미얀마 군의 공습으로 카렌 주 파푼 지역의 쌀창고가 파괴되었다. 

"주변국들, 미얀마 난민 수용해야"

전문가들은 미얀마 사태가 인근 국가들마저 위협하는 지역 문제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태국과 인도는 이전부터 난민 유입이나 국경 치안 문제와 씨름해왔다. 인권단체들은 신변 보호를 목적으로 주변국을 찾는 난민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와 학자들은 미얀마가 중국, 인도, 미국, 러시아 같은 강국이 경쟁을 벌이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이나 미국이 현재 미얀마 사태를 규탄하며 압력을 가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얀마를 감싸는 입장이다. 
안보리는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아웅산 수지를 포함한 여러 활동가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영국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안보리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유엔 산하 기관 및 다양한 국제 구호 단체, 다수의 대사관도 미얀마 군이 카렌족 민간인과 태국 접경 지역에 모인 난민을 대상으로 벌인 공습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이 공습을 피하려고 벙커에 숨었다.
영국에 기반을 둔 미얀마 전문가 마웅마웅 딴은 비록 중국은 “미얀마 쿠데타는 미얀마 내부의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미얀마 사태는 지역 문제가 아닌 국제적 사안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마웅마웅 딴은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미얀마가 UN 도움과 국제사회의 압력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 중국과 미얀마의 전략적 동맹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준다”며 “서구 세력이 미얀마 압박 수위를 높이면 오히려 중국 의존도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웅마웅 딴은 “전 세계가 미얀마 군부의 피비린내 나는 잔혹성을 목격했다”며 “국제 사회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인권 유린과 반인륜적 범죄를 방관하는것이고, 이에 대한 큰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
정리강혜인 기자
번역이명주·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