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최정점, 대통령비서실이 쓴 세금을 공개하라

2022년 08월 18일 14시 55분

뉴스타파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이 쓴 세금의 사용처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비서실의 수의계약과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 세부내역 일체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이다. 소장이 접수된 날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2022년 8월 17일이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 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이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뉴스타파의 네 번째 ‘공직 감시를 위한 시민단체 협업 프로젝트’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2017년부터 3년 동안 ‘국회 세금도둑 추적’을 진행했고, 2019년부터 현재 검찰의 예산 오남용 추적을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5개 정부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신생 영세업체와 수의계약…‘대통령비서실 예산 집행내역’ 정보공개 청구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 공사에 신생 영세업체가 수의계약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의 계약현황 조회 서비스가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여전히 대통령비서실 수의계약 내역은 베일에 싸인 상태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해 논란이 됐던 신생 영세업체 ‘다누림 건설’ 사무실. (출처 : 중앙일보)
뉴스타파는 7월 29일 대통령비서실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부터 청구일인 7월 29일까지 대통령비서실에서 체결한 공사와 용역, 물품구매 수의계약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뉴스타파는 같은 기간 ▲대통령비서실에서 생산한 정보목록과 ▲대통령비서실에서 집행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서류에 대해서도 공개 청구했다. 
정보목록을 달라고 한 이유는, 정보목록을 보면 대통령비서실이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추가로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등 집행내역은 과거 정부들 때도 문제가 지적돼온 대표적인 예산 항목이다. 그런데도 이 정보들은 아직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시절 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전부 승소했는데도 확보하지 못했다. 각각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소송이 각하됐고, 문재인 대통령 퇴임으로 관련 자료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비공개 대상이 된 탓이다. 

정보 사실상 비공개, 이유는 “국익 침해”

뉴스타파의 정보 공개 요청에, 대통령비서실은 8월 9일 단 하나의 정보를 공개했다. 5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상반기 대통령실 업무추진비의 집행 총액이 3억 7,659만 원이라는 것. 공개 청구한 적 없는 정보였다.
“업무추진비 유형별 내역은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반기별로 공지하고 있다”고 대통령비서실은 덧붙였다. 7월 19일 홈페이지에 올라온 A4 세 장짜리 문서에는 ‘정책 조정 및 현안 관련 간담회비’를 비롯한 4가지 유형별 업무추진비 규모와 관련 행사명, 행사 횟수 등이 적혀 있다. 뉴스타파가 공개를 요구한 업무추진비 집행건별 일시와 장소, 금액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 지출 증빙서류도 첨부돼 있지 않다. 이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 등이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했던 수준과 동일하다.  
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2년도 상반기 대통령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문서 일부. 
나머지 정보에 대한 비공개 사유는 “국방 등 국익 침해”였다. 대통령비서실은 수의계약 내역이 공개되면 국가 안전을 지키는데 문제가 생기고, 계약업체 명단이 알려질 경우 대통령 경호에 큰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공개될 시에는 국가 기밀이 유출돼 악용되는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까 걱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을 둘러싼 수의계약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는 대통령비서실이 체결한 계약 정보가 조회됐었다. 단적인 예로 웹 시스템 유지보수와 관련해 5월 31일 대통령경호처가 수의계약 형태로 체결한 용역계약만 해도 현재 검색이 가능하다. 뉴스타파가 공개 청구한 계약번호, 계약일자, 수의계약 금액 등 세부 정보도 나와 있다. 심지어 공공기관들의 각종 계약 정보가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게 최근 추세다. 공공데이터법에 의해 ‘조달정보개방포털’도 운영되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 검색 결과. 대통령경호처가 웹 시스템 유지보수 관련해 2022년 5월 31일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한 용역 계약 정보가 확인된다. 
대통령 비서실의 특수활동비 등 집행내역을 “공개 거부한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도 이미 두 차례나 있었다. 정보 공개를 거부한다는 대통령비서실의 결정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다.  
이밖에도 정보목록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가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공개 관련 내부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며 비공개 처리했다. 같은 법 제9조 제1항 제5호 단서에는 “내부 검토 과정의 단계 및 종료 예정일을 함께 안내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100일, ‘권력의 최정점’ 겨냥한 정보공개 소송 시작

이번 정보공개 행정소송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이자 뉴스타파 전문위원인 하승수 변호사가 뉴스타파와 단체들을 대리해 진행하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과거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해, 1심 승소 판결을 받아낸 원고 당사자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관련 자료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공개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또 다시 맞닥뜨려서는 안 된다고 하 변호사는 강조했다. 또 “대통령실이라고 해도 국민 세금을 쓰는 이상 정보공개가 원칙”이라면서 ‘선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대 정권 모두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에는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송을 통해 정보공개가 이뤄지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법원까지 판결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서 일찍부터 소송을 시작하는 겁니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실이 정보공개법을 지키지 않는데 다른 공공기관들이 정보공개법을 성실하게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을 통해서 대통령실의 예산 집행, 수의계약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정부 전체의 투명성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하승수 변호사 (뉴스타파 전문위원/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
제작진
공동 기획세금도둑 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