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팀이 강압·회유 수사"...사면된 전직 검사의 법정 증언 확인

2023년 01월 25일 14시 00분

윤석열 정부는 지난 연말 1373명을 특별사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정치인 사면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반면 사면 명단에 전직 검사들이 여럿 들어 있다는 사실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방해한 전직 검사들(장호중·이제영)도 그 중 하나다. 국정원 파견 검사였던 이들은 2017년 재개된 수사와 재판을 거쳐 각각 징역 1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이들의 재판기록 일부를 입수해 살펴보니, 수사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강압·회유 수사를 한 정황, 소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의 비위 의혹, 그리고 이를 검찰이 덮은 정황이 들어 있었다. <편집자 주>
① "윤석열 수사팀이 강압·회유 수사"...사면된 전직 검사의 법정 증언 확인
② “정영학 북부지검장이 ‘국정원 사건’ 수사기록 유출 관여” (2018년 법정 증언)
⬤ 뉴스타파, 2017년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 재판 기록 일부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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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영 전 부장검사, 법정에서 “윤석열 수사팀이 회유, 협박” 폭로
⬤ 이제영, '국정원 댓글 사건' 연루 검사 실명 공개...정영학 현 북부지검장 등
⬤ 대통령실, '특별사면' 입장 묻는 질의에 답변 거부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서울대,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친 ‘엘리트 검사’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서울 현대고 동문이다. 이 전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4월 국정원에 파견돼 2015년 2월까지 재직했고, 네덜란드 대사관 법무협력관을 거쳐 2017년 8월 의정부지검 형사5부 부장검사로 승진했다. 그러나 두달 뒤인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기간 중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인터넷에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용 댓글 등을 작성해 선거에 개입한 사건이다. 2013년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수사팀장을 맡아 수사했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주도로 국정원 직원들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도중 국정원 파견검사였던 변창훈 검사와 국정원 관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제영 전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파견 검사로 댓글 공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에게 수사 관련 법률 조언을 제공했다. 2013년 4월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는 국정원이 만든 ‘가짜 사무실’로 검사들을 유인해 압수수색을 무력화시켰다. 댓글 수사 당시 핵심 증인을 설득해 해외로 도피시킨 것도 이 전 검사가 계획한 일이었다.
2018년 5월 1심 법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인정해 이 전 검사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2심 결과도 같았다. 재판부는 “공안부서 근무 경력을 통해 국정원의 역할과 임무를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었을 것임에도,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019년 3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그런데, 이 전 부장검사는 자신이 기소된 재판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회유와 협박 등 강압수사 정황을 폭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판 기록에 따르면, 이 전 부장검사는 재판에서 “박찬호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윤석열 검사장의 승인 하에 불구속 수사를 약속하고 ‘수사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 팀장을 거쳐 2017년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아래는 이 전 부장검사의 증인신문 내용 중 일부.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임의로 적은 것)
변호사 :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으로부터 자백하면 불구속을 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사실이 있는가요.
이제영 : 예, 여기 계신 (공판) 검사님들은 모르는 일이고, (17년 10월 27일) 1회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조사 시작한지 10분 후에 검사님께서 ‘옆방에 잠시 다녀오시라’고 하였는데, 그 옆방이 공안2부장실이었습니다. 들어갔더니 국정원 수사팀장이신 박찬호 2차장님이 계셨고, 저를 앉히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장 입장은 전해 들었는데 지금 이 부장이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기록이 다르게 만들어져 있어. 검사장(윤석열)님께 허락받고 얘기하는 건데 제대로 얘기하면 신병은 약속할게. 그런데 지금처럼 그렇게 얘기하면 구속할 수밖에 없고. 이 부장 요즘 분위기 알겠지만, 구속 기소하면 실형이야’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영 전 부장검사 증인신문 내용 (2018.5.2)
이제영 전 부장검사 증인신문 녹취록 중 일부 (18.5.2)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수사 거래를 뜻하는 ‘플리바게닝’도 우리 사법체계에는 없다. 이에 대해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박찬호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전 광주지검장)은 “이제영 전 부장검사의 법정 진술이 사실인지”를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수사기록 임의 열람에 외부 유출까지… ‘위증’ 아니면 ‘부실 수사’

이 전 부장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인권보호기관인 검찰이 영장을 갖고 피의자와 거래한 사실에 극심한 환멸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제가 그 얘기를 듣고 다른 생각이 아니라 제가 네덜란드 갔다 와서 한 일이 헌법상 검사영장청구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 쫓아다니면서 ‘검사는 인권보호기관이다’라는 설명을 하고 다녔던 게 저이고, 제가 그 일을 하는 것은 검찰조직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런데 그런 저한테까지 영장 가지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고 너무 극심한 환멸을 느꼈고, 나한테까지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했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영 전 부장검사 증인신문 내용 (2018.5.2)
이 전 부장검사는 수사와 재판에서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오히려 그는 동료 검사의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유죄의 증거로 제시한 ‘문건’ 작성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검사”라는 주장이었다. 이 전 부장검사는 동료 검사의 실명까지 공개했다. 정영학 현 서울북부지검장(전 국정원 파견 검사)이었다.  아래는 이 전 부장검사의 증인신문 내용 중 일부.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임의로 적은 것)
(이제영 전 부장검사 변호인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사건 관련 압수수색 범위 검토’ 제 11078쪽을 제시하고,
변호사 : 피고인은 이 문건에 대해 아는가요
이제영 : 이번 수사 과정에서 제가 작성한 거라고 처음에 추궁을 당했었는데, 사실상 정영학 검사가 감찰실장님의 지시를 받아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사 : 그렇게 보는 근거는 국정원 회신 결과, 정영학 검사가 13.4.23 8:55분경 이 문건을 피고인에게 전송한 것으로 확인된 점을 보면, 정영학 검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요?
이제영 : 예, 그렇습니다.

이제영 전 부장검사 증인신문 내용 (2018.5.2)
이 전 부장검사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이 국정원 수사를 시작하자 평소 친분이 있던 검사들을 통해 민감한 수사기록을 열람했고, 같은 해 댓글 사건 공판이 열리자 ‘공판 속기록’을 작성해 검찰과 공유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기소 이전 단계의 수사기록 열람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대검찰청 예규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아래는 이제영 전 검사의 증인신문 내용 중 일부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임의로 적은 것)
변호사 : 증인은 검찰 2회 조사 시에, “변창훈(당시 국정원 파견 검사)이 당시 특별수사팀 박형철 부장검사와 통화하면서 증인(이제영)을 보내 기록을 검토하게 할 수 있냐고 상의했다”, “OOO 또는 OOO 검사실에 가서 기록을 본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지요?
이제영 : 예. (중략) 제가 위와 같이 진술한 이유가, (국정원) 파견 직후에 수사팀에 한 번 찾아가서 OOO 검사실에 가서 뭔가를 봤던 기억이 있고, OOO 검사가 ‘국정원 좋냐’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어서 유추해서 그렇게 진술했던 것입니다.
변호사 : 증인이 검사실에 가서 검토한 기록은 댓글 사건 관련 경찰 수사기록만이었나요. 아니면 검토하던 날까지 검찰에서 이루어진 조사 기록도 검토하였나요.
이제영 : 아마 (국정원) 법률보좌관실에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 단계까지의 기록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추가되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대단히 많이 본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이제영 전 부장검사 증인신문 내용 (2018.4.24)
변호사 : 피고인은 댓글 사건 공판 당시 OOO 변호사(국정원 직원)가 작성해 온 공판 속기록을 원래 친분이 두터웠던 당시 청와대 파견검사와 대검 공안 연구관에게 보내준 사실이 있지요.
이제영 : 예, 그 부분도 아마 여기 계신 분들은 다 깜짝 놀라셨을 것 같은데 그런 적이 있습니다. (중략) 그때 수사팀이 약간 자의반, 타의반 검찰 내에서 고립이 되었고… (중략) 당시 대검 공안부 연구관과 청와대 파견검사가 저랑 공안부에서 같이 근무해서 아주 친한 검사였는데 저한테 전화가 와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냐’고 계속 물어보길래 “우리 속기록이 있으니까 이것 봐라”고 보내주었습니다.

이제영 전 부장검사 증인신문 녹취 (18.5.2)
이상과 같은 이 전 부장검사의 법정 증언은 동료 검사의 범죄를 고발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검찰은 이 전 부장검사의 폭로를 무시했다. 진상 규명, 수사, 징계 등 후속 조치는 전혀 없었다. 물론 이 전 부장검사에게 위증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이 전 부장검사의 법정 증언에 대한 사실 확인, 다시 말해 ‘2017년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피의자인 이 전 부장검사를 상대로 위법하게 강압 혹은 회유를 한 사실이 있는지, 또 이 전 부장검사를 특별사면한 이유는 뭔지 등을 묻는 내용의 질의서를 대통령실과 법무부에 보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강현석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