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사촌과 특혜 의혹 ①

2022년 05월 03일 10시 00분

강릉시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사촌이 운영하는 조명업체에 최근 7년여 간 61억 원의 수의계약을 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조명업체인 퓨쳐라이팅의 권 모 대표는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퓨쳐라이팅에 대한 강릉시의 특혜 제공 논란은 관련 언론보도가 있었던 지난 2011년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채 의혹에 머물렀다. 그러다 2020년 10월 강릉시의회가 퓨쳐라이팅이 시공한 주문진항 방파제 조명 공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특혜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김미랑 강릉시의원은 “시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높은 가격의 자재비가 들어갔다”며 “주문진 농공단지 업체 중 관급공사를 1건도 못한 업체가 있는 반면 유독 한 업체만 사업 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강릉시를 상대로 ‘특별감찰’에 들어갔다. 그동안 감찰 결과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강릉시가 주문진항 방파제 조명 공사를 통해 퓨쳐라이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은 당시 행안부 감찰을 통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강릉시가 부적격업체인 퓨쳐라이팅에 특혜 제공”

2020년 11월 행정안전부 복무감찰담당관실은 농공단지 입주 업체인 퓨쳐라이팅이 공사에 사용된 전선 덕트(전선 보호관)를 직접 생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억 원대가 넘는 공사를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 특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농공단지 입주업체라는 이유로 수의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물품을 직접 생산해야 하는데 강릉시가 검토를 소홀히 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공사 중 퓨쳐라이팅이 설계를 변경함에 따라 2,300만 원 상당의 공사비를 깎았어야 했지만 원래 계약대로 지급해 재정 손실을 입혔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안부 감찰 보고서는 “사전에 농공단지입주확인서, 직접생산확인서 등을 통해 업체 적격 여부를 확인해야 함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여 부적격업체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예산의 절감보다는 지역업체 일감 몰아주기로 비춰진다”고 명시했다.
강릉시는 설계변경에 따른 재정 손실이 2,300만 원보다 적다며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행안부는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강릉시는 나머지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수용했다.
행안부는 강릉시에 주문진항 방파제 조명 공사를 담당한 공무원 3명에 대해 징계를 내리고 퓨쳐라이팅에 대해서도 적의 조치, 즉 적절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릉시 징계는 시늉만 내고 끝났다. 
징계 대상자 3명 중 2명은 강원도지사 표창 등을 받았다는 이유로 ‘불문 경고’, 즉 징계를 하지 않았다.  나머지 공무원 1명에 대해서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정작 특혜를 받은 퓨쳐라이팅은 강릉시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당시 징계위원회에는 퓨쳐라이팅의 권모 대표와 친척 관계에 있는 강릉시 공무원 권모 씨가 간사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는 “친척 관계인지 몰랐고, 간사는 의결권이 없어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문제 삼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직접 생산 의무 위반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릉시와 퓨쳐라이팅 모두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새로 드러났다.
퓨쳐라이팅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전선 보호관(전선 덕트)과 관련해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강릉시에 분명히 얘기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찰에서도 이 부분은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사업 담당 공무원은 감찰 과정에서 ‘전선 덕트를 경관 조명의 자재 일부로 오인해 직접 생산제품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고 행안부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부실 시공,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비록 행안부 감찰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퓨쳐라이팅의 부실시공 및 강릉시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주문진항 방파제 조명 공사를 진행한 강릉시는 2020년 8월에도 같은 장소에 1억2,000만 원 상당의 추가 공사를 발주했다. 이번에도 퓨쳐라이팅이 수의계약 업체로 선정됐다.
그러나 2020년 9월 동해안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방파제 난간이 파손됐는데 함께 설치돼 있던 조명 설비도 부서졌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파도에 취약한 구조로 시공돼 파손됐다’며 부실 공사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청 관계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놨다.
-퓨쳐라이팅의 부실 시공 때문에 파손된 건 아닌가요?
"그런 부분으로 파손이 된 게 아니고 재해로 인한 파손이라고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다른 예산이 없어서, 퓨쳐라이팅과 협의를 해서 하자보수 개념으로 공사를 시행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
-퓨쳐라이팅 입장에서는 본인들 과실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자기들이 복구비용을 대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갈 거 같은데요?
"더 이상 말씀드릴 사항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강근선 강릉시청 관광과장 인터뷰>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강릉시가 체결한 수의계약 4만 9,186건을 전수분석한 결과, 퓨쳐라이팅은 총 61억 4,000만 원을 수주했다. 수의계약 실적이 있는 5,494개 업체 가운데 5위의 실적이다.   
퓨쳐라이팅의 주력 업종인 조명 분야에 한정해 수의계약 실적을 좁혀 보면 쏠림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계약 명칭에 ‘조명’ ‘가로등’ ‘투광등’ ‘LED’ 등의 단어가 들어간 사업만 별도로 분석한 결과 퓨쳐라이팅의 총 수주 금액은 55억 원으로 전체 수의계약 금액의 22.4%를 차지했다.
강릉시와 1차례 이상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관련 업체 316개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게다가 퓨쳐라이팅은 행안부 감찰에서 부당 수의계약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최근까지 총 59건, 8억6,1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따 낸 것으로 나타났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입찰을 하면 상관이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것 자체가 특혜”라며 “그 피해는 공무원들 뿐만 아니라 선량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하는 업체들과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가 2015년부터 2022년 3월까지 강릉시가 체결한 전체 수의계약 및 조명관련 사업의 수의계약 내역을 분석한 결과, 퓨쳐라이팅은 전체 수의계약에서 5위, 조명 관련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강릉 시민사회에서는 강릉시가 수의계약 과정에서 지역구 4선 의원인 권성동 의원과 퓨쳐라이팅 권모 대표의 관계를 의식했기 때문에 특혜 의혹이 반복된다고 의심한다. 홍 운영위원장은 “퓨쳐라이팅의 대표가 권성동 의원의 사촌”이라며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 권성동 의원이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안 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무원 스스로가 잘 보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퓨쳐라이팅과 상응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릉시 수의계약, 다 해먹었네요”

퓨쳐라이팅 권 모 대표와 권성동 의원은 단순한 사촌관계 이상이다. 최소 2015년부터 권 대표는 권성동 의원 후원회에서 회계책임자로 일했고, 최근까지도 회계책임자로 선관위에 신고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권 대표는 권성동 의원의 선거를 돕다가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권성동 의원이 강릉시에서 재선을 노리던 2012년 4월 권 대표는 권 의원의 블로그에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OOO후보가 건설업체까지 운영했네요, 동생 명의로 또 친인척 명의로 두 개 업체를 운영하면서 강릉시 관내 관련 업체 중 강릉시와 수의계약을 가장 많이 했네요. (중략) 주식회사는 투명해야 하는데 업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본인의 친인척과 직원을 주주와 사내이사들로 둔갑시켜 본인이 건설회사를 운영하면서 다 해 먹었네요.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내 눈에 들보는 못 본다는 말이 딱 들어맞네요.

19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2012년 4월, 퓨쳐라이팅 권 모 대표가 권성동 의원 블로그에 쓴 글 내용
권 대표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권 대표는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지역에서 권성동 의원의 정치 활동을 돕고 있었던 것이다. 
권 대표는 뉴스타파에 “특혜가 있었다는 행안부 감찰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릉시 수의계약은 퓨쳐라이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체결했을 뿐 권성동 의원이 친척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편집윤석민
데이터최윤원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