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택 검사장의 마지막 '특활비 파티'

2023년 09월 14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는 사상 처음으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예산 자료를 받아내 세금 오남용을 밝혀내는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제 전국 지방검찰청 67개 전체로 예산 감시를 넓힙니다. 이를 위해 5개 독립언론ᆞ공영방송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습니다. 검찰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한 결과를 9월 14일부터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기밀 수사와 정보 활동에 쓰여야 할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가 퇴임을 앞둔 고위직 검사의 전별금으로 유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를 포함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전주지검과 울산지검의 특활비 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일부 검사의 명절 ‘떡값’, 수사 포상금, 연말 몰아쓰기에 이어 ‘전별금’으로까지 특활비를 오남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 특활비를 퇴임 전 전별금으로 오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위 검사는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이다.
▲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

송인택 전 지검장, 퇴임 앞두고 특활비 무더기 집행

송 전 지검장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전주지검장을, 이후 2018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울산지검장을 지냈다. 울산지검장 재임 중엔 국회가 추진한 검찰 개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7월 19일 울산지검장을 끝으로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송 전 지검장이 울산지검에서 퇴임을 앞두고 집행한 특활비 지출 내역을 보면, 2019년 7월 1일~18일까지, 18일동안 1,900만 원의 특활비를 쓴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7월 8일 하루 동안 17명에게 특활비를 줬는데, 1명이 400만 원, 8명이 100만 원, 3명이 50만 원, 5명이 20만 원을 각각 받았다. 
▲ 송인택 당시 지검장은 7월 8일 하루 동안 17명에게 특활비를 줬는데, 1명이 400만 원, 8명이 100만 원, 3명이 50만 원, 5명이 20만 원을 각각 받았다.
이렇게 7월 8일, 당일 지급된 특활비 총액은 1,450만 원이다. 이는 울산지검이 2019년 1~6월까지 쓴 특활비 총액 1,040만 원보다 많은 액수다. 다시 말해, 퇴임을 열흘 앞둔 7월 8일, 송 전 지검장이 하루만에 쓴 특활비가 지난 6개월 동안 쓴 특활비보다 많았다.
그런데 송 전 지검장은 이렇게 특활비를 쓰기 한 달 전인 2019년 6월 18일, 후배 검사인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또 특활비를 지급하기 이틀 전인 7월 6일에는 근무지인 울산을 떠나 경기도 분당에 있는 자택 인근 텃밭에서 포도를 따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19년 7월 8일, [가리사니-이경원] 칼의 노래)
이렇듯, 검찰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가 갑자기 기밀 수사에 필요한 특활비를 한꺼번에 몰아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 울산지검의 2019년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2019년 7월 쓴 특활비가 이전 6개월 동안 쓴 특활비 총액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의 직전 근무지인 전주지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특활비가 집행됐다. 전주지검의 2018년 1~12월 특활비 내역을 분석했을 때, 가장 많이 특활비가 쓰인 달은 2018년 6월이다. 그의 전주지검장 임기인 2017년 8월~2018년 6월을 기준으로 하면, 2017년 연말을 제외하고 2018년 6월에 가장 많은 특활비가 집행됐다.
그런데 2018년 6월은 검찰 고위직에 대한 법무부 인사가 예정된 시기였다. 당시 법무부는 6월 19일 검찰 고위직 인사를 발표하면서 전주지검장으로 있던 송 전 지검장을 울산지검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이렇게 검찰 인사가 발표되기 전후인 6월 18일~19일 이틀간, 송 전 지검장은 김모 부장검사 등 18명에게 특활비 850만 원을 돌렸다. 한 사람에 많게는 100만 원에서, 적게는 10만 원까지 특활비가 차등 지급됐다. 이 중, 기밀 수사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전주지검 공판 담당 검사에게까지 특활비가 나갔다. 
▲ 전주지검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2017년 9월~2018년 6월), 연말을 제외하고, 인사 직전에 가장 많은 특활비를 사용했다.
이를 포함해 전주지검이 2018년 6월 한 달간 쓴 특활비 총액은 2,198만 원이다. 반면 그 직전 달인 2018년 5월 지출된 특활비는 220만 원에 불과했다. 당시 송 전 지검장이 인사 발령을 앞두고 후배 검사들과 특활비를 나눠 썼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자기 임기가 끝나기 전에 쓸 수 있는 돈은 다 쓴다라고 하는 게 대체적인 기관장들의 행태 중의 하나거든요. 저는 그게 지검장, 지청장에서도 그대로 보여진 모습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건 특수활동비잖아요. 수사에 쓰라고 되어 있는 돈인데 퇴임 전이라고 갑자기 수사가 몰렸다, 그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정리하면, 송 전 지검장은 전주지검과 울산지검에서 각각 이임과 퇴임을 앞둔 시기에 수천만 원의 특활비를 썼다. 또한 특활비를 받은 수령자 중에는 기밀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공판 검사’도 포함돼 있었다. 
▲ 송인택 전 지검장이 2018년 6월 전주지검에서 집행한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특히 검사 생활을 정리하는 시기에 수천만 원대 특활비를 돌린 것은 그 자체로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퇴임을 앞둔 때에 기밀 수사 수요가 갑자기 급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활비를 일종의 ‘전별금’처럼 부하 검사들과 나눠 쓴 것은 아닌지 세금 오남용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활비 ‘연말 몰아쓰기’, 전주지검-울산지검에서도 발견

송 전 지검장이 관여된 특활비 오남용 의혹은 더 있다. 앞서 뉴스타파가 확인한 ‘연말 몰아쓰기’ 양상이 전주지검과 울산지검에서 동일하게 발견된다.
송 전 지검장은 전주지검장 시절인 2017년 9월~2018년 6월, 1억 1,100만 원가량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이 중, 가장 많이 특활비가 쓰인 달은 연말인 2017년 12월이다. 12월 한 달 동안 2,943만여 원을 썼다.
특히 2017년 마지막 근무일인 12월 29일 금요일, 47만 2500원을 지출하는 등 연말을 맞아 백 원 단위까지 남김 없이 예산을 ‘털어’ 썼다. 이는 해가 바뀌면, 남은 예산을 전액 국고로 반납해야 하기에 남은 특활비를 전액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 전주지검의 2017년 12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연말을 맞아 백 원 단위까지 남김 없이 사용했다. 
울산지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특활비가 집행됐다. 송 전 지검장의 임기인 2018년 6월~2019년 7월까지 가장 많은 특활비가 쓰인 달은 연말인 2018년 12월이다. 12월 한 달 동안 모두 14명에게 1,975만 원을 썼다. 이는 직전 울산지검의 5개월간(7월~11월) 특활비 지출 총액 2,072만 원과 비슷한 액수다. 
뉴스타파는 9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송 전 지검장에게 연락해 연말마다 특활비를 몰아쓴 이유가 무엇인지, 특히 퇴임을 앞두고 특활비를 무더기 집행한 사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송 전 지검장은 답변을 거부하고, “해당 청에 문의하라”며 “(기자가)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쓸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거(특활비)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설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의 취재로 고위 검사의 ‘퇴임 전별금’은 물론 ‘연말 몰아쓰기’ 등 특활비 오남용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구체적 해명은 하지 않고 예산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숱한 특활비 오남용 의혹은 ‘뉴스타파의 추정’이라는 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입장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윤석열 중앙지검장 재임 중에 2018년, 2019년에 두 번의 설날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총 2억 4900만 원에 해당되는 특수활동비가 떡값으로 지급된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이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검찰이 문제가 될 테고요. 사실이 아니라면 검찰이나 법무부에서 반박자료 냈겠지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아니요. 제가 말씀드리잖아요. 뉴스타파 근거만 가지고 그렇게 추정해서 말씀드리면 안 되고 그 말 가지고 어떻게 떡값으로 나눠 줬다는 말이 되지요? 그게 무슨, 지금 말씀하신 거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게요. 그 돈 가지고 나눠 가진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 23년 8월 21일
제작진
취재박중석, 조원일, 임선응, 강민수, 강현석
공동취재단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영상취재정형민
CG정동우
웹디자인이도현
편집정지성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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