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처장, 항소심서 간첩증거조작 ‘검찰 책임’ 제기

2015년 01월 07일 13시 39분

간첩조작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유우성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이문성 검사가 유 씨의 북한-중국 출입경 기록 진본을 이미 확인하고서도 가짜 기록 입수를 사실상 지시했다는 국정원 수사 책임자의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 씨 사건 담당 검사들은 위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 '유우성 사건' 담당 검사였던 이문성 검사(왼쪽)
▲ '유우성 사건' 담당 검사였던 이문성 검사(왼쪽)

오늘(7일) 서울고법 형사5부 심리로 열린 국정원 직원과 국정원 협조자들에 대한 항소심 공판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재윤 처장의 변호인 김종수 변호사(법무법인 솔론)는 “이(문성) 검사가 국정원 파견 당시 권세영 대공수사국 과장이 2012년 말 입수한 (유 씨의) 컴퓨터 화면 스캔본 출입경기록을 봤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컴퓨터 화면 스캔본은 유 씨의 출입경기록 진본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검찰이 유 씨가 북한을 다녀왔다는 증거로 제시한 위조 출입경기록의 내용과는 상반되는 기록이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문성 검사가 “국정원 직원들에게 출입경기록을 입수하라고 지시한 것은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입수하라는 것이 아닌 첩보 활동을 통해 가져오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이 검사가 유 씨의 출입경기록 진본을 확인하고서도, 이와는 다른 내용의 출입경기록을 입수하라고 국정원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 처장은 이문성 검사와의 협의 하에 영사 확인을 받아 전달했을 뿐”이라며, 위조된 출입경기록에 가짜 영사확인서를 첨부하는 과정 전부에 사실상 이문성 검사의 수사 지휘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이 처장이 증거 조작의 대가로 협조자들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지출해야 하냐”며 위조 증거 입수 방식에 자신은 반대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처럼 국정원의 ‘유우성 사건’ 수사책임자 격인 대공수사국 이재윤 처장 측이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증거위조 사건의 검찰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국정원은 검사 지휘를 받은 수동적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서 향후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증거조작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이 검사가 증거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불기소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이 검사가 유 씨의 출입경기록 진본 내용을 알고도 상반된 내용의 증거 입수를 지시하고 이를 법정에 제출한 것이 맞다면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 1심 재판 과정에서 “가짜 영사확인서를 이문성 검사가 지시해 만들었다”는 권세영 과장 측 변호인의 주장은 있었지만 유 씨 사건 관련 국정원 수사팀의 가장 윗선인 이재윤 처장 측에서 유 씨의 출입경기록까지 위조됐다는 사실을 이문성 검사가 사실상 인지했다는 주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 14일 이문성 검사가 2011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1년 8개월 동안 국정원에 파견돼 대공수사국 수사지도관으로 근무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우성 씨 간첩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참고 : ‘유우성 사건’ 공판 검사, 국정원 대공수사국 수사지도관 출신(2014.3.14)

유 씨 사건 담당 검사인 이문성 검사와 이시원 검사는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가 진짜라고 믿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이재윤 대공수사처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스타파는 이 처장 측의 주장에 대한 이문성 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검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