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와 전관재단의 수상한 커넥션...재단업무 대행하고 억대 부당 수수료까지 지급

2021년 10월 08일 16시 30분

국가보훈처가 공기업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조성한 수십억 원대 기부금을 특정 민간재단에 몰아줬을 뿐 아니라, 재단의 기부금 집행 업무까지 보훈처 공무원들이 대행해 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 국가보훈처 재단 업무 대행해 주고 억대 수수료까지 챙겨 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박근혜 정부 당시 보훈처는 민간재단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재단 몫인 기부금 집행 업무를 대행했고, 기부금 사용 결과 보고서도 보훈처 공무원들이 직접 작성해 공기업에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보훈처가 일은 다 했지만, 재단에는 기부금 집행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챙겨주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뉴스타파가 확인한 부당 지급 수수료는 1억 8,000만 원이 넘는다.
이 같은 막대한 특혜와 부당 이득을 제공받은 단체는 함께하는나라사랑(이하 나라사랑재단)이다. 보훈처 출신 공직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전관 단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비리였지만 정권이 바뀐 문재인 정부에서도 진상 규명은 미흡했고, 책임자 처벌 없이 은폐되고 있다. 

■ 부당·특혜 유착의 시작은 2011년 8월 수상한 업무 협약 

국가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의 불법적인 유착과 부당·특혜 구조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8월 29일, 박승춘 당시 국가보훈처장과 유병혁 나라사랑재단 이사장은 업무 협약을 맺는다. 협약 내용은 ‘보훈 가족 나눔·후원’ 에 관한 것이다.
지난 7월, 뉴스타파는 이 업무 협약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보훈처에 관련 문서의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지난 8월 서면 답변에서 “관련 협약 문서 보존 기간 경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거짓 해명을 내놨다.
결국, 뉴스타파는 지난 9월 송재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과 협업을 통해 2011년 8월 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이 맺은 협약서 사본을 입수할 수 있었다.
뉴스타파와 송재호 의원실이 입수한 보훈가족 후원 협약서 사본 1페이지
협약서 사본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유병혁 나라사랑재단 이사장이 공동 날인한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협약서는 모두 8개 조항으로 돼 있다. 국가기관인 보훈처가 민간재단을 위해 반영구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특혜를 제공하는 매우 이례적인 협약이다. 
협약서 4조의 내용이 중요한데, 기부금 집행에 대한 양측의 역할을 정하고 있다. 보훈처는 보훈 사업 계획을 세워 외부 민간기관 등으로부터 자발적인 기부금을 받아 나라사랑재단에 일괄 기탁하는 등 사업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뉴스타파와 송재호 의원실이 입수한 보훈가족 후원 협약서 사본 2페이지
반면 나라사랑재단은 기부금품 영수증을 처리하고 보훈 대상자에게 기부금품을 전달하는 등 집행을 맡도록 했다. 즉 보훈처가 모집된 기부금의 쓸 곳을 정하고 재단에 넘기면, 재단은 기부금 영수증 처리를 하고, 집행을 담당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협약서 4조 2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단이 기부금의 관리, 운영, 사용, 결과 보고를 하는 데 드는 비용 명목으로 보훈처가 재단에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 기부금 건별 수수료 3∼6% 지급, ‘앉아서 돈 버는’ 특혜 협약

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 양측이 합의한 수수료율은 최소 3%에서 최대 6%다. 기부금이 1천만 원 미만이면 6%, 1억 원 이상이면 3% 수수료를 보훈처가 나라사랑재단에 지급하도록 했다. 이와 별개로 나라사랑재단이 보훈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건비 등 경비는 따로 실비 정산할 수 있도록 했다.
협약 내용만 놓고 보면, 파격적인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기부금 운영에서 가장 까다로운 업무인 기부금 재원을 마련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보훈처 몫이다. 재단은 보훈처가 몰아준 기부금을 배분하고, 돈을 낸 곳에 영수증 처리를 해주면 그만이다.
결국, 어려운 일은 국가기관인 보훈처가 다 하고, 생색은 재단이 내면서도 꼬박꼬박 수수료까지 챙겨가는 꼴이다. 더구나 보훈처가 기부금을 많이 모집할 수록 나라사랑재단은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다. 

■ 부당·특혜 협약, 보훈처가 먼저 제안했다는 내부 증언 나와 

협약 내용도 파격적인 특혜투성인데, 이 협약을 먼저 제안한 곳이 보훈처라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협약 체결 당시 보훈처에서 실무를 맡은 박 모 씨(보훈처 공무원)는 “당시 (보훈처가) 나라사랑재단을 찾아가 협약을 맺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스타파는 당시 이 협약을 맺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누구의 요청이나 지시로 협약이 진행됐는지 보훈처에 물었지만, 보훈처는 당시 관련 문서를 확인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협약 체결 이후, 보훈처는 나라사랑재단에 기부금을 몰아줬고, 재단의 기부금 수익은 폭증했다. 2013년 54억 6,000만 원 등 2013~2017년까지 모두 119억 원의 기부금 수익을 거뒀다. 반면 정권이 바뀐 2018년 기부금 수익은 6,000만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협약 이후, 기부금 사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보훈처와 재단 모두 협약 내용대로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초 협약서대로 이뤄진 것이라곤 나라사랑재단이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겨갔다는 것뿐이었다. 
우선 뉴스타파가 앞선 1편 보도에서 폭로한 대로,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훈처의 기부금 조성 방식은 결코 자발적으로 보기 힘들다. 공기업에 협조 공문을 뿌리는 등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 뉴스타파는 최소한 공기업 16곳이 보훈처로부터 기부를 강요받아 나라사랑재단에 20억 원을 낸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국가기관의 기부금품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다. 

■ 재단 고유 업무까지 보훈처 공무원들이 떠안아 

중대한 비리는 또 있다. 협약 내용과 달리 나라사랑재단은 기부금을 수혜자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거의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재단이 해야 할 기부금 집행 업무는 지방보훈청 공무원들이 대행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실제 기부금을 모집하고 보훈사업을 수행한 곳은 보훈처였다. 재단이 했던 일은 보훈처가 돈을 모금해 오면 영수증 처리를 했을 뿐이다. 이렇게 나라사랑재단은 초보적인 행정 처리만으로 보훈처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뉴스타파가 송재호 의원실과 협업을 통해 입수한 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의 사업 추진 내역 자료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나라사랑재단이 기부금 영수증을 처리한 사업 내역이 적혀 있다. 서울지방보훈청 등 16곳이 571건의 사업을 나라사랑재단과 진행하고, 43억 7,700만 원을 쓴 것으로 돼 있다. 재단은 이 과정에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 보훈처가 재단에 퍼준 수수료 최소 1억 8천만 원 추산

뉴스타파가 ‘보훈 가족 나눔·후원’ 협약서에 명시된 요율을 근거로 나라사랑재단이 받은 수수료를 집계한 결과, 571건의 사업과 관련해 최소 1억 8,000만 원을 보훈처로부터 지급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나라사랑재단의 2013~2017년 전체 기부금 수익이 119억 원이란 것을 고려하면, 실제 지급된 수수료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보훈처가 2014~2017년 나라사랑재단을 통해 지출한 총사업비와 지급수수료(추정치), 자료는 국가보훈처 데이터 가공
이렇게 ‘재주는 보훈처가 부리고, 돈은 재단이 챙기고 있다’는 증거는 뉴스타파와 송재호 의원실이 공동으로 입수한 수많은 공공기관·공기업의 내부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기업인 한전KDN이 2017년 6월 작성한 내부 결재 문서다. 제목은 ‘호국보훈의 달 맞이 보훈가족 후원 행사’다. 이 내부 문서를 보면, 한전KDN은 보훈 가족 위로 명목으로 200만 원어치 쌀을 구입해 광주지방보훈청으로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실제 확인해 보니, 200만 원어치 쌀을 요청한 곳도, 쌀을 보훈 대상자에게 전달한 곳도 광주지방보훈청 공무원들이었다. 나라사랑재단은 해당 200만 원어치 기부금의 영수증을 발급해 줬을 뿐이다. 한전KDN 측은 “당시 기부 협조 공문은 지방보훈청에서 접수했고, 후원물품도 보훈청으로 보냈다”며 “우리가 나라사랑재단과 주고받은 것은 영수증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전KDN이 2017년 6월 작성한 내부 문서 
2017년 5월, 광주지방보훈청은 공기업인 한국전력거래소에 기부·후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 달 뒤, 한국전력거래소는 보훈처 요구대로 후원을 결정했다. 당시 해당 결재 문서에는 보훈처가 지정한 국가보훈 대상자 41명에게 1인당 5만 원짜리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하고 광주지방보훈청에 후원금을 전달한다고 돼 있다. 이렇듯 해당 기부 사업에 나라사랑재단의 역할은 없다. 기부금 지급을 요구한 곳도, 해당 기부금을 전달받은 곳도 광주지방보훈청이었다. 
이 기부 사업에서 나라사랑재단의 역할은 영수증 발행에 그쳤다. 2017년 8월 한국전력거래소의 회계 결의 문서다. 보훈 대상자에게 지급된 두 달 전 기부금을 정산하고 있다. 이때 정산한 후원금은 500만 원, 지급처는 ‘광주지방보훈청 →  재단법인 함께하는나라사랑’이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나라사랑재단은 중간에서 영수증만 발행하고 500만 원의 6%에 해당하는 수수료 30만 원을 챙겼다. 
한국전력거래소가 2017년 6월 작성한 내부 문건
한국전력거래소의 2017년 8월 회계결의서

■ 대부분 아무 일도 않고 앉아서 챙긴 ‘공짜 수수료’

보훈처 소속 기관인 국립영천호국원이 작성한 공문에선 기부금 집행의 주체가 보훈처였고, 재단은 공짜로 수수료를 챙겼음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5년 8월 27일, 국립영천호국원은 공기업 한국동서발전에 공문을 보내 기부를 요청했다. 다음 달인 9월 10일 열리는 ‘제3회 나라사랑 호국문화예술제’ 행사 경비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영천호국원이 작성한 행사 기본계획을 보면, 행사의 모든 준비를 국립영천호국원이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 영천호국원이 주최·주관을 맡고 있다. 행사 계획 어디에도 나라사랑재단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동서발전은 2015년 9월 2일, 행사 경비 지원으로 나라사랑재단 계좌에 300만 원을 입금했다. 이날 행사를 통해 나라사랑재단은 어떤 일도 하지 않고 300만 원의 6%인 18만 원을 벌었다. 보훈처가 행사를 하고 나라사랑재단은 중간에서 기부금과 수수료까지 챙기는 기형적인 구조다. 
국립영천호국원이 2015년 8월 공기업에 발송한 사업계획서, 나라사랑재단의 역할은 없다.
한국동서발전이 2015년 9월 작성한 내부 문건, 기부금 300만 원을 나라사랑재단에 후원한다고 돼 있다.
결국, 나라사랑재단은 이 같은 사업구조 덕택에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억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반면, 보훈처는 나라사랑재단이 해야 할 고유 업무까지 떠안았다.
실제 나라사랑재단은 행정 실행 능력이 거의 없었다. 상근 직원이 몇 명인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페이퍼 재단’이었다. 기부금을 언제, 어떻게 썼는지 알지도 못했다. 기부금 사용처를 아는 곳은 기부금 집행을 대행한 보훈처였다. 

■ 공기업에 제출할 기부금 결과 보고서까지 보훈처가 대신 작성

이렇다 보니, 기부금 집행에 대한 결과 보고서도 재단이 만들지 않았다. 보훈처 공무원들이 작성해 각 공기업에 제출했다. 기부금 집행은 물론 결과 보고서 작성과 제출까지 보훈처가 떠안은 것이다. 
인천보훈지청은 2016년 4월부터 9월까지 ‘보훈재가 복지 대상자 생신상 지원’사업을 했다. 모두 52명에게 생신상(1만 원)과 선물(3만 8,000원)을 지원했다. 지청 자체 부담을 포함해 265만 원을 썼는데, 이 돈은 한국마사회가 인천보훈지청의 요청으로 준 것이다. 이 사업에 나라사랑재단의 역할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마사회가 낸 기부금은 재단으로 갔다. 게다가 사업을 마친 뒤 2016년 10월, 인천보훈지청은 ‘기부금 265만 원을 이렇게 썼다’며 한국마사회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인천보훈지청은 ‘기부금 행정수수료’ 명목으로 나라사랑재단에 15만 원을 지급했다. 보훈 대상자 1명이 받은 생신상(1만 원)과 선물 구입 비용(3만 8000원)보다 많은 액수였다.
인천보훈지청이 2016년 10월 한국마사회에 보고한 기부금 집행내역, 기부금 행정수수료가 나라사랑재단에 지급된 것으로 돼 있다.
이렇게 보훈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나라사랑재단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해 줬다. 공기업 등에서 모금한 소중한 기부금을 허루투 낭비한 것이다. 그러나 보훈처는 이에 대해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2017년 보훈처 내부 감사 자료를 보면, 오히려 재단을 두둔하고 있다. 보훈처는 ‘재단에서 기부금을 직접 집행하여야 하나 인원 부족, 다수의 대금 지급 조치 및 영수증 등 회계서류 징구의 번거로움, 외상 처리 등 어려움 발생’이라고 적어놨다. 

■ 나라사랑재단은 보훈처 출신이 만든 전관 단체 

그렇다면, 나라사랑재단은 어떤 곳일까?  초대 이사장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대 이사장은 국가보훈처 차장을 지낸 이종정 씨다. 3대 이사장인 유병혁 씨도 보훈처 출신 공무원이다. 보훈처 출신 퇴직 공무원인 최 모 씨는 재단 등기이사와 사무국장을 맡았다. 보훈처 출신들의 전관 단체인 셈이다.
최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내가 보훈처 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에 내용도 잘 알고 하니까 (유병혁이) 와서 일을 좀 도와달라고 했고, 유 씨는 보훈처에 있을 때 사무관으로 함께 근무했었다”고 말했다. 등기이사인 조 모 씨는 “(유병혁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부탁을 하기에 거절할 수 없어 (이사 등기를) 들어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저는 이제 교수로 있으면서 이사장을 한 번 맡아달라고 해서 했던 기억이 있는 거 같은데요. 그게 아마 보훈 가족들을 위한 그런 거라고 시작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돼요. (유병혁이) 보훈처에도 있었고 문광부에도 잠깐 있었을 거예요. 이제 그 인연으로 좀 맡으면 좋겠다...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초대 재단 이사장)
그래서일까. 재단 주무 부처인 보훈처는 나라사랑재단에 온갖 특혜를 제공하면서도 관리·감독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나라사랑재단이 재단 정관과 규정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보훈처는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 재단 정관 어기는데도 보훈처는 수수방관

어찌된 일인지, 나라사랑재단은 2008년 설립 이후, 이사 선임에 따른 주무관청(보훈처)의 승인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임원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되 반드시 주무 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재단 정관을 어긴 것이다.  
특히 3대 이사장인 유 씨는 2011년  취임 이후, 퇴임 직전까지 감사 선임 없이 재단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부터 5년 넘게 결원 상태로 방치했다. 뒤늦게 감사를 선임했지만, 이사장과 같은 사기업에 근무했던 특수 관계자를 감사로 앉혔다. ‘이사장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은 감사가 될 수 없다’는 정관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이렇게 감사의 역할은 막혔고, 재단을 견제할 수 있는 정기 이사회 기능도 마비됐다. 2011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이사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재단은 반드시 1년에 한 번 정기 이사회를 열어 재단의 재산 관리, 사업 수행, 결산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재단 등기이사인 조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사회가 소집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정기 이사회 단 한 번도 열리지 않는 등 비상식적 재단 운영

모든 재단은 매년 2월 또는 3월, 전년도 사업 실적 및 수입 지출 결산서, 재산 목록을 주무 관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나라사랑재단은 길게는 2년 넘게 관련 자료를 보훈처에 제출하지 않았다. 2014년도 사업결산 보고서의 경우, 2015년 2월말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2년 8개월이 지난 2017년 10월에 제출했다. 그런데도 제재는 없었다.
재단법인 함께하는나라사랑은 결산 자료 미제출, 감사 결원, 이사 선임 미보고, 이사회 미개최 등 재단 관련 중요 규정을 위반했음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결산 자료의 기간 내 미제출, 장기간 감사의 결원, 이사 선임 미보고, 정기 이사회 미개최는 재단 운영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규정 위반이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길 경우, 재단 인가 취소는 물론 지정기부금 단체의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훈처는 나라사랑재단에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결국,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나라사랑재단은 횡령 등 온갖 비리와 범죄 혐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재단 설립은 취소됐다. 재단 이사장인 유병혁 씨는 보훈처에 의해 형사 고발됐다.

■ 박근혜 정부 중대 비리,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은폐

그렇다고 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의 불법적인 유착 구조가 청산된 것은 아니다. 유 씨는 소재불명을 이유로 현재 기소 중지된 상태다. 보훈처 관련자 누구도 처벌받거나 책임을 지지 않았다. 특히 재단에 기부금을 몰아주기 위해 보훈처 조직이 가담해 공기업으로부터 기부를 강요한 비위에 대해선 아무도 처벌받은 이가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시작된 비리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가 계속된다. 이해하기 힘든 특혜로 얼룩진 2011년 업무 협약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추진했는지, 민간재단이 해야 할 업무를 국가 공무원이 대행하게 만들고 막대한 수수료까지 지급해 부당이득을 챙기게 한 특혜 구조의 ‘설계자’와 ‘실행자’는 누구인지 규명해야 한다. 
뉴스타파는 보훈처로부터 엄청난 부당·특혜를 받은 재단 이사장 유병혁 씨가 기부금을 이용해 과연 어떤 범죄 행위를 저질렀는지, 또한 정권이 바뀌고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이뤄진 재단에 대한 보훈처의 자체 감사가 얼마나 허술하고 엉터리로 진행됐는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보훈처와 재단의 특혜 구조를 보도 3편(15일)에서 연이어 폭로한다.
제작진
취재강현석, 임선응, 박종화, 박중석
CG이도현
데이터최윤원
웹출판허현재
자료협업송재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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