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반환 용산기지에도 중금속 검출...공원화 차질 우려

2022년 03월 25일 17시 45분

최근 일부가 반환된 용산미군기지에서 유류·중금속이 기준치의 수십배 이상 검출되는 등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용산기지 반환 지역의 환경조사보고서를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지난 2월 반환된 용산기지 일부의 환경오염 실태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미군기지는 2020년 12월부터 조금씩 한국으로 반환되고 있다. 2020년 12월에는 전체 용산기지의 약 2%, 지난 2월에는 약 8%가 반환되면서 현재는 전체 용산기지의 10% 가량을 한국이 돌려받은 상태다. 
용산미군기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윤 당선자는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그 주변에 있는 용산미군기지를 용산공원으로 "조속히"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용산미군기지의 '국가 공원화'는 기지의 전체 반환 일정이 불투명하고, 환경 오염·정화 문제 등도 겹쳐 계획이 처음 발표됐던 2005년 이후 2022년 현재까지도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는, 오래된 국가 사업이다. 게다가 뉴스타파 취재로 미군기지 일부가 반환될 때마다 심각한 오염 실태가 드러나고 있어 단기간에 용산미군기지의 공원화 사업이 완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뉴스타파, 반환 용산기지 3곳 환경조사보고서 입수

지난 2월 25일 한미 양측은 서울 용산미군기지 약 16만 제곱미터를 추가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반환 대상은 모두 3곳으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의 사우스포스트 5만 제곱미터,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인근 메인포스트 약 9만 5천 제곱미터,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 메인포스트 약 1만 제곱미터다. 
용산미군기지 반환은 2020년 12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에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뒤편과 현재 임시 개방 중인 장교숙소 5단지 뒤편 2곳이 반환됐다. 뉴스타파는 이때 반환된 용산기지의 오염 실태를 <미군기지 반환 현주소②용산기지서 '다이옥신'첫 검출...맹독성 발암물질>을 통해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용산미군기지는 크게 북쪽의 메인포스트와 남쪽의 사우스포스트로 나뉜다. 국방부 청사가 있는 곳은 사우스포스트다. 용산 기지의 4분의 1은 올해 상반기 안에 반환받을 계획이지만 나머지 4분의 3은 언제 반환이 마무리될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 사진 : 현재까지 반환된 용산미군기지 일부를 지도 위에 표시한 사진. 빨간색 2곳이 2020년 12월 반환된 부지고, 노란색 3곳이 2022년 2월 반환된 부지다. 
뉴스타파는 지난 2월 추가 반환된 용산미군기지 3곳의 환경조사보고서와 위해성평가보고서를 최근 입수했다. 반환 대상 기지가 정해지면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절차에 따라 환경부를 중심으로 해당 기지가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환경 조사를 실시한다. 
▲ 사진 : 뉴스타파가 입수한 반환 용산기지 3곳의 환경조사보고서. 

신용산역 인근 반환 기지 : 유류 오염 물질 기준치 29배 초과 

이번에 돌려받은 부지를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사우스포스트의 신용산역 인근 부지에는 토양과 지하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오염물질이 발견됐다. 토양에서는 모두 10가지 오염 물질이 '1지역'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다. 
토양오염 기준은 1지역, 2지역, 3지역으로 나뉜다. 공원으로 사용되는 땅에 적용되는 기준이 1지역 기준이다. 
▲ 사진 : 사우스포스트의 신용산역 인근 부지 토양오염 우려기준 초과 현황. 유류 오염 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를 29배 초과했다. 
유류 오염 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가 최고 농도 기준, 기준치를 29배 초과했다. 1군 발암물질인 비소는 기준치를 2.4배 초과했다. 카드뮴, 구리, 납, 아연 등의 중금속 물질 역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지하수에서는 유류 오염 물질인 TPH가 지하수 정화 기준을 11배 초과했고 독성 물질인 페놀이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을 2.8배 초과해 검출됐다. 
오염된 토양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이를 조사한 것이 '위해성 평가'다. 보고서에서 조사된 위해성 평가 결과 이 부지는 주거 지역으로 사용될 경우와 상/공업 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경우 모두 '발암위해도'가 10⁻⁵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오염물질 위해성 평가 지침'에 따르면 발암 위해도가 10⁻⁵를 초과한다는 것은 인체가 토양 내 독성 오염물질 등에 노출돼 암에 걸릴 확률이 있다는 의미다. 
오염 토양은 인체에 암 이외의 질병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비발암위해도'로 평가하는데, 숫자 1을 초과하면 암 외의 질병을 일으킬 확률이 있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이 부지는 주거지역과 상/공업 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모두 비발암위해도가 1을 초과했다.
▲ 사진 : 사우스포스트의 신용산역 인근 부지 지하수 기준 초과 현황. 유류 오염 물질인 TPH가 지하수 정화 기준을 11배 초과해 검출됐고 독성 물질인 페놀이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을 2.8배 초과해 검출됐다. 

숙대입구역 인근 반환기지 : 중금속 오염 물질 납 기준치 48배 초과

숙대입구역 인근 기지도 토양과 지하수 모두 오염됐다. 석유계총탄화수소가 최고농도 기준, 1지역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32배 초과하는 것으로 나왔다. 중금속 오염 물질인 납은 기준치의 48배 이상 검출됐다. 1군 발암물질인 비소도 기준치의 5배 이상 발견됐다. 지하수에선 석유계총탄화수소와 페놀류가 둘 다 지하수 정화 기준과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의 2배로 조사됐다. 
이곳도 주거지역이나 상/공업 지역으로 사용하는 경우 발암 위해도가 10⁻⁵를 초과해,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지역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비발암위해도가 1을 초과해, 어린이와 성인 모두 암 이외의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사진 :  메인포스트 숙대입구역 인근 부지 토양오염 우려기준 초과 현황.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를 32배 초과해 검출됐다. 비소는 5배 이상, 납은 48배 이상 초과 검출됐다. 
▲ 사진 : 메인포스트 숙대입구역 인근 부지 지하수 기준 초과 현황. 석유계총탄화수소는 최고농도 기준 지하수 정화 기준을 2.4배, 페놀류는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을 2.4배 초과했다. 

녹사평역 인근 반환기지 : 발암물질 비소가 30배…다이옥신도 검출

녹사평역 인근 기지 토양에서는 1군 발암물질 비소가 기준치의 30배 이상 검출됐다. 중금속 오염 물질인 납은 기준치의 3배 이상 검출됐다. 이곳에서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검출됐다. 현재 다이옥신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은 '1지역' 기준, 160 pg I-TEQ/g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선 164 pg I-TEQ/g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지하수에서는 조사 결과 오염 물질이 지하수 수질 기준 이내로 조사됐다. 
다만 인체 위해성은 역시 높게 조사됐다. 주거지역이나 상/공업 용도로 사용하면 발암위해도가  10⁻⁵를 초과해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지역으로 사용되면 어린이에게는 암 이외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사진 : 메인포스트 녹사평역 인근 부지 토양오염 우려기준 초과 현황. 1군 발암물질 비소가 기준치의 30배 이상 초과했다. 

정화가 우선…통상 수년 걸려

이렇게 오염된 부지는 환경정화 후에 시민들에게 개방돼야 한다. 특히 공원으로 사용된다면 더욱 그렇다. 
환경 정화에는 통상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앞서 다이옥신이 발견됐던 부평미군기지 일부 지역은 환경정화에만 2년 6개월이 걸렸다. 정화 대상이었던 부평미군기지 크기는 약 10만 제곱미터다. 약 63만 제곱미터 규모의 춘천 미군기지인 캠프 페이지는 환경 정화에 3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환경 정화가 다 끝난 후에 우연히 땅 속에 매립된  폐기물통이 발견되면서 부실 정화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용산미군기지의 전체 크기는 203만 제곱미터로 부평미군기지의 20배 규모다. 
윤석열 인수위 측은 올해 상반기에 계획대로 용산미군기지의 4분의 1이 반환되면 우선 개방을 목적으로 절차를 밟아나간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는 반환 기지마다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견되고 있다. 
김용현 윤석열 인수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부팀장은 뉴스타파와 전화 통화에서 "상반기에 우선 우리가 반환을 받는 지역에 대해서는 6개월 정도 환경영향평가와 안전 진단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연말 정도가 된다"며 "빠르면 연말 늦으면 연초(2023년)에 우선 개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정상적으로 환경 오염을 평가하고, 땅을 파서 환경 정화를 한다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개방될 부지 일대가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지 그 여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을 간략하게 우선적으로 하고, 인체에 이상이 없다고 하면 우선 개방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반환 받은 미군기지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심각한 토양·수질 오염이 발견되고 있고, 인체 위해성 평가에서도 발암 우려 등이 있는 것으로 나와 윤석열 당선자의 용산기지 공원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작진
촬영최형석
편집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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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