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10억 원대 재산 증식과 관련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추경호 후보자 일가는 국회의원이 된 2017년 11월, 11억 원을 증여받았다. 증여한 사람은 추 후보자의 장모 구 모씨였다. 추 후보자, 부인 김 모 씨, 손녀에게 총 11억 원의 현금을 증여한 것이다. 

그런데, 이 11억 원의 증여 자금 출처가 장모 구 씨가 운용한 하나금융투자 펀드 상품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모 구 씨는 최소 11억 원 이상의 현금을 하나금융투자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돈이 추 후보자 가족에게 증여된 것이다.

여기서 의혹이 제기된다. 추 후보자와 하나은행(하나금융그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특수관계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로 주식·펀드 거래 등 그룹내 증권·투자업무를 맡고 있다. 

추 후보자는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당시인 2003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을 지냈고,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인 2012년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추 후보자가 외환은행 매각과 인수에 모두 깊숙이 관여한 금융사의 펀드에 장모가 거액을 투자한 것이고, 그 펀드의 수익금이 본인을 포함한 가족에게 증여된 것이다. 

결국, 추 후보자는 자신과 특수관계인 하나금융투자에 장모가 거액의 펀드를 운영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하나금융투자로부터 별도의 혜택을 받은 것은 있는지 등의 의혹과 함께 이해상충 가능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이 의혹을 풀기 위해 장모가 운용한 하나금융투자 펀드 상품이 뭐였는지, 언제 가입해 언제까지 운용했는지, 수익률은 얼마나 됐는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추 후보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뉴스타파는 추경호 후보자의 이 같은 재산 증식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추 후보자(당시 직책,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 인수위원)에게 해명을 요청했다. 당시 추 후보자는 장모 구 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펀드 운영 관련해 수익을 본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하나금융투자 펀드 투자로 수익이 발생해 증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추 후보자는 “원금손실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추 후보자의 이런 해명은 두달 뒤인 5월 2일 실시한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과 조금 다르다. 장모의 재산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한 것이다. 추 후보자는 5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장모의 증여 재원이 무엇이냐’는 위원의 질의에 “장모께서 재산을 얼마를 갖고 계신지, 재산 증식을 어떻게 했는지 제가 알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추 후보자는 지난 3월, “장모의 하나금융투자 펀드가 원금손실로 손해를 봤다”고 거짓 답변을 했거나, 5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 허위 답변을 한 셈이다. 

더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추 후보자 가족과 장모가 운용한 하나금융투자 펀드에선 손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타파는 추경호 후보자의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을 분석해, 그가 2017년 10억 원대 예금 증가로 재산 증식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배우자 명의 예금이 1년 사이(2017~2018) 4억 7천만 원가량 증가했고, 추 후보자 본인도 같은 기간 4억 2천여만 원의 현금이 순증가했다. 

또 증여 시점 기준으로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추 후보자의 둘째 딸도 2억 6천여만 원의 현금이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20대 후반이었던 첫째 딸의 경우,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해 현금 증가액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장녀를 제외한 추 후보자 가족의 현금 증가액은 정확히 11억 6,000여만 원에 달했다.

추 후보자와 배우자 김 씨의 예금은 하나금융투자가 판매한 펀드 계좌에 관리되고 있었다. 펀드 상품은 ‘plus신종개인용MMF2호’(이하 MMF2호)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MMF2호 펀드의 2009년 7월~2012년 7월 수익률은 10.05%, MMF2호(종류C) 펀드의 2011년 11월~2016년 11월 수익률은 11.97%다. 또 MMF2호(종류C) 펀드의 2017년 8월~2020년 8월 펀드 수익률은 4.57%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추 후보자 가족에게 증여가 이뤄진 2017년 전후로 해당 펀드에서 마이너스 수익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추 후보자는 지난 3월, 취재진에게 “원금손실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인사청문회에선 “장모의 자산 증식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장모의 하나금융투자 펀드와 관련해, 추 후보자는 지금까지 펀드의 세부 정보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특히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김수흥 의원이 요구한 ‘장모 명의 펀드’에 대한 자료 제출을 모두 거부했다. 장모가 언제 펀드에 가입했는지, 어떤 펀드 상품에 투자했는지, 누적 수익률은 얼마인지, 펀드 투자를 위한 종잣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등을 숨긴 것이다.

특히, 추 후보자는 장모 구 씨가 자신의 장녀와 차녀에게 증여한 수억 원대 현금과 관련해서도 인사청문회 당일까지 정확한 납세액을 밝히지 않았다. 

5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추 후보자는 2017년 당시, 자신과 배우자가 장모로부터 증여받은 현금이 10억 6천만 원에 이른다고 김수흥 의원실에 답했다. 증여에 따른 납세액 합계는 1억 7400만 원이다. 그러나 자녀가 증여받은 돈이 얼마인지, 증여세는 얼마를 납부했는지 등은 이날 오후 3시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추 후보자의 경우처럼. 조부모가 한 세대를 건너 뛰어 손자·손녀에게 증여하는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해, 국세청은 통상 증여세의 약 30%의 할증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즉, 장모가 손녀에게 증여하려면, 일반 증여보다 더 많은 증여세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추 후보자의 둘째 딸이 외할머니로부터 2억 6천여 만 원을 증여받은 것인데, 증여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자녀가 어떻게 증여세 재원을 마련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추 후보자는 따로 소명하지 않았다. 

추 후보자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외환은행의 매각 관련 실무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추 후보자는 비금융주력자 사모펀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맡았다. 이후 2011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엔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이런 ‘론스타 사건’의 결과로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을 인수했고 이른바 ‘4대 시중은행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추 후보자와 외환은행, 하나은행은 거대한 ‘이해사슬’로 묶여 있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추 후보자가 외환은행 매각 등 하나금융그룹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하나금융투자 펀드를 통해 재산을 증식한 것은 아닌지, 장모가 운용한 하나금융투자 펀드의 자금 출처가 어디인지 질의했지만 2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추 후보자 측은 장모 명의 펀드에서 증여가 이뤄지지 않았고, 장모가 보유 중인 현금을 증여한 것이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공개를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