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대중도 반기문과 같았다?...피선거권 논란 키우는 선관위

2017년 01월 26일 17시 00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통령 피선거권을 놓고 논란이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의회는 반 전 총장의 피선거권에 문제가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비판하며 “중앙선관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피선거권 유무를 심의하라”는 내용의 촉구 건의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과 시민단체는 서울중앙지법에 반 전 총장과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대통령 피선거권 부재 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은 재판이 조기대선 전에 끝나지 않는다면 대선 기간에 가처분 소송도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중앙선관위의 입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월13일 출입기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냈는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선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선거일 현재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국내에 계속 거주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 제19대 대통령선거일까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다면, 공무 외국 파견 또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에 체류 여부를 불문하고 피선거권이 있다.
- 1997년 12월18일 실시한 제15대 대선에서 1993년 영국으로 출국해 1년간 체류한 김대중 후보자의 피선거권에도 거주요건을 제한하지 않았다.
요약하면 대통령 선거일까지 한국에서 5년만 살았으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다는 것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명쾌하게 납득되지 않는 선관위의 유권해석

대통령의 피선거권에 대해선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헌법 제67조]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16조]
①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
문제는 공직선거법 16조 1항의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이란 문구인데 선거일 현재 국내에 살고 있는, 즉 현재진행형으로 봐야하느냐 아니면 과거형으로 봐야하느냐입니다.
많은 현직 법조인과 헌법학자들은 현재진행형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그 뒤에 붙는 외국 체류 예외조항이 그래야 앞의 조문을 보완하는 조항으로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앞의 조문이 통틀어 5년만 살아도 된다는 뜻이면 굳이 이런 예외조항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혼란을 가중시키는 중앙선관위

중앙선관위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에서 패한 후 1993년 1월부터 7월까지 영국에 머물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국내에서 살았던 기간이 총 5년이 넘었기 때문일까요?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에게 물었더니 “당시에 아버지가 잠시 영국에 다녀오신 거라 주민등록상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고 뉴스타파에 밝혔습니다.
법조문의 ‘문리해석’상으로도 예외조항에 해당돼 피선거권에 문제가 없었던 것입니다.
국내에 주소를 두고 외국에 체류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경우는 전혀 다른 경우가 되는 것이죠.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인 지난 13일 사당동에 다시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의 경우 영국에 체류할 당시엔 공직선거법상 국내 거주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97년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소급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앙선관위, “기본 입장 변화없다”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서 중앙선관위에 문의했더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현재 “법제국 해석과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 전 총장의 피선거권에는 문제가 없으나 그 근거를 좀더 정확히 마련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사실 국내 거주기간 의무조항은 국회의원 피선거권의 경우에는 아예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지방선거 피선거권에만 60일 의무조항이 있을 뿐입니다. 때문에 국회의원에도 해당되지 않는 이런 조항이 대통령에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국회에서 이 조항을 앞으로 개정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다만 일단 법조항이 그렇게 돼 있으면 법조항을 지키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선거때 마다 감시하고 감독하는 중앙선관위는 이에 대한 논란이 있으면 정확한 설명과 정보제공으로 논란을 불식시켜야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최근 중앙선관위의 모습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으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의 악몽이 남아있는 국민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부디 중앙선관위가 조속히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해서 국민들을 납득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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