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정치 깡패가 된 '아스팔트 유튜버'

2023년 02월 03일 22시 00분

기사 요약

  1. 집회 활동 모습을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하는 유튜버들을 ‘아스팔트 유튜버’라고 부른다.
  2. 아스팔트 유튜버들은 욕설과 폭력적인 시위로 사람들을 자극했고,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엄청난 돈을 후원했다. 이들은 서로 중독적인 관계가 됐다.
  3. 정치인들은 아스팔트 유튜버들의 생태계를 지지층 결집에 활용했다.

‘윤석열을 지키는’ 아스팔트 유튜버

지난 1월 28일, 용산 대통령실이 보이는 삼각지역 앞 8차선 도로. 커다란 크레인이 스피커 16대를 연결한 ‘플라잉 스피커’를 공중 10미터 높이에서 늘어 뜨리고 있다. 무대가 설치된 스피커 앞쪽에는 깃발을 든 집회 참가자 300여 명이 모여 있다. 서로 경례를 하며 출신을 밝히는 이들의 손에는 "'찢' 큰집 가즈아"라는 전단지가 들려있다. 이들은 연신 “윤석열 잘 한다”, “이재명 구속” 구호를 외쳤다. 집회의 이름은 ‘맞불집회'. 같은 시간 시청에서 열리는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구속' 촛불집회가 대통령실로 행진하는 것을 봉쇄하는 것이 목적인 집회다. 이 맞불집회는 신자유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주최하고 있다.
▲ 지난달 28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맞불집회 모습
저희가 생각을 할 때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세력들 중에 상당수가 친북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요. 그들이 대통령을 끌어내려서 가고자 하는 방향은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로 보고 있거든요. 그것을 막아내는 것이 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는 판단하에서 어찌 보면 원시적인 방법인데 몸으로 막겠다. 그게 저희들이 진행하는 맞불집회입니다.

김상진 / 신자유연대 대표, 아스팔트 유튜버

집회 자리를 선점하고, 유튜브로 생중계 하기

김상진 씨는 유튜버다. 보통 자신을 ‘아스팔트’라고 소개한다. 길거리 투쟁가를 뜻하는 아스팔트는 집회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김씨는 9년 넘게 아스팔트 활동을 해왔기에 집회의 생리를 잘 안다고 주장한다. ‘집회장소를 선점하고, 과격한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 하는 것’. 그러면 온오프라인 속 사람들은 열광하고 후원금을 보냈다. 아스팔트 유튜버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 2019년 3월, 서영교 국회의원의 집 앞에서 모욕 행위를 한 아스팔트 유튜버 김상진 씨.
저도 태극기부대 출신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박근혜)이 갑자기 탄핵이라는 걸, 건국 이래 최초로 당해버리니까 막 화병이 오는 거예요. 어디 마음 둘 데도 없고. 그런데 아스팔트 활동을 하면서 이거 누가 저희를 안 찍어주면 우리가 이거 하는 줄도 누가 모르는 거예요. 그때 제가 삼각대 놓고 유튜브 현장 중계를 찍기 시작한 거예요.

강민구 /턴라이트TV ,아스팔트 유튜버

더 쎈 욕 하면, 더 큰 돈 버는 아스팔트 유튜버

아스팔트 활동을 유튜브로 생중계하자 후원이 쏟아졌다. 이때 두각을 나타낸 유튜버가 'GZSS' 안정권 씨다. 안 씨는 ‘세월호 기획침몰설'을 들고 나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부러 세월호를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 허무맹랑한 거짓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장을 실제로 믿었다.
▲ 유튜버 안정권 씨가 2018년 12월 방송한 <세월호 국정원 소유설과 기획침몰설> (출처 : GZSS)
일단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GZSS 인터넷방송의 대표이사입니다. 원래는 여객선 선조 감독이었죠. 세월호 도면 참여도 제가 관여를 했고, 세월호 하면 저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중략) 이 간첩이 진도VTS하고 당시 여당 대표였던 문재인 이런 놈들하고 통화를 했고 그 체육관에서 ‘청와대로 갑시다’ 이게 시그널이고 이게 계획이에요.

안정권 / GZSS  (2018년 12월 19일 방송 중)
‘문재인이 이 (박근혜)정권을 무너뜨리려고 오래전부터 세월호부터 기획 탄핵했어’ 이렇게 해석이 돼버리는 거예요. “안정권만이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이야” 이렇게 영웅이 돼버린 거예요.

전략TV ,아스팔트 유튜버
이후 안씨는 더 자극적이고 더 모욕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욕설과 비방은 돈이 되어 돌아왔다.
문재인은 개*끼다 개*끼다. 문재인은 간첩이다 간첩이다, 하나님 아버지 좀비 새*들에게 천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안정권 /벨라도 (2021년 11월 5일 방송 중)
저희도 깜짝 놀랐는데 사람들이 거기에 열광을 해버리는 거예요. 하루 밤에 수백만 원은 기본이고 집회를 하면 수천만 원씩 막 올라가는 게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강민구/턴라이트TV ,아스팔트 유튜버

슈퍼챗 카드 결제액만 연 1억…  왜? 이유는 “인정 중독”

유튜브에는 실시간으로 유튜버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 있는 ‘슈퍼챗' 기능이 있다. 실시간 채팅창에서 슈퍼챗을 쏘면 유튜버뿐 아니라, 함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후원자에게 감사 인사를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고액 후원자들은 아스팔트 사이에서 자연스레 유명인사가 된다.
누가 돈 주는 게 없잖아요. 다 사비 들여서 하는 건데 그건 부족하거든요. 유튜버들은 또 그거 받아가지고 밥도 먹어야 되지, 숙박 시설도 쓸 거 써야 되지. 그러니까 부족하지. 애국하는 거야.

아리부(활동명)/ 아스팔트 유튜버 후원자
▲ 경상남도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아스팔트 유튜버들과 후원자의 모습
김상진하고 안정권 둘이 합쳐도 천만 원 이상은 가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카드 결제 내역만 보면 재작년에만 유튜브로 나간 게 1억이 넘어요. 닉네임을 제가 대통령선거 경선 때 3개인가 4개를 더 만들었어요. 그걸로 계속 쏴야 되니까.

이수영/ 아스팔트 유튜버 후원자
도발적인 발언으로 시청자를 시원하게 해주는 유튜버, 그 유튜버에게 돈을 보내주는  후원자, 그런 후원자를 인정해주는 시청자가 서로 중독적인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욕하고 비난하고 험담을 한 뒤에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고 감사의 말을 듣게 되면 그 욕이나 험담을 멈출 수가 없는 거죠. 계속 보상이 높은 상태로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런 상태를 ‘인정 중독’ 상태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거죠. 유튜버 같은 경우 나의 행동에 대한 어떤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람들로부터 후원을 받아야만 되는 것이고요. 후원자도 나의 행동이 정당한 행동이었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유튜버의 행동이 정당한 행동이여야만 되겠죠.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패륜, 욕설, 폭력 유튜버들 끊지 못하는 정치권

20대 대선은 유튜버들이 선거운동을 다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운동이 벌어지는 현장에는 구독자 수만 명의 거대 유튜버부터 구독자 수십 명의 일명 ‘짝대기' 유튜버들이 진을 친다.
아스팔트 유튜버들에게 선거는 대목이다. 돈이 되고, 권력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아스팔트 유튜버들의 방송 영상 썸네일 모음
지난해 8월, 한겨레신문은 대통령취임식에 초청된 명단에 ‘여사님' 추천으로 유튜버 30여 명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초대받은 유튜브 채널 명단에는 안정권 씨가 속한 ‘GZSS’뿐 아니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운영하는 ‘너알아TV’, 황경구 씨가 운영하는 ‘애국순찰단’ 등 극우 아스팔트 유튜브 채널들이 대부분이다.
또 안정권 씨의 둘째 누나 유튜버 '또순이'는 지난해 대통령실에 영상 편집자로 취업하기도 했다. 유튜버 '또순이'를 잘 아는 사람들은 ‘편집 능력이 없는데 영상편집자로 대통령실에 취업한 사실이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었다. 유튜버 '또순이'는 대통령실 취업 사실이 기사화되자 곧바로 사임했다.
유명 연예인들이나 정치인들 관련한 소문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이슈 몰이를 하는 ‘사이버렉카'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 역시 올해 1월 대통령실로부터 설 선물을 받았다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 ‘여사님’ 초청으로 대통령취임식에 특별초청 받은 유튜버 안정권 씨가 김건희 여사와 인사했다며 즐거워하는 모습 (출처 : 벨라도)
▲ “고소 취소했다”며 유튜버 김상진 씨의 어깨를 치고 가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출처 : 상진아재)
범죄적 수준에 이를 정도까지 혐오와 증오를 발산하는 유튜버들. 그걸 산업화하고 사업화하는 사람들, 그들과 결탁되려고 하는 정치인들이 생겨나면 그야말로 간단히 말하면 이거거든요. 반지성주의에 의해서 정치가 오염되는 거예요. 이게 역사적으로 보면 간단하거든요. 전체주의 파시즘이 등장하게 되는 전조예요.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한때 ‘유튜버 대통령’이라 불렸던 안정권 씨는 현재 인천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지난해 6월 있었던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고, 선거운동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됐다. 안씨는 편지를 통해 구속은 억울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지지자들에게 전하며, 옥중 모금 운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비난과 모욕은 이제, 지난해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고 응원했던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향하고 있다. 
설마 내가 알고가진 무기가 없어 가만 있는줄 아니. 니들 내가 진짜 나쁜 마음 먹고 어떤 새끼들처럼 등돌리면 느그 윤통 탄핵당해. XXXXX. 감당 가능해? 추신. 윤석열 대통령. 안정권한테 X같이 하면 누가 됐든 X되는 줄 명심하도록. 의리는 안정권만큼만 지켜라. XXXXX.

안정권 '옥중 편지'  중
제작진
기획송원근
촬영정형민 김기철 신영철 오준식 이상찬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C.G.정동우 정애주
내레이션이상윤
편집정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