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환경부는 낙동강 주민들을 상대로 녹조 생체실험을 하려는 것인가?
2024년 10월 11일 14시 49분
<기자>
충북 제천시 송학면. 시멘트 제조공장이 들어서 있는 곳입니다. 지난 1966년. 이 마을에 시멘트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마을 곳곳에서 시멘트 공장에서 나온 분진과 비산 먼지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슬레이트 지붕에는 쌓인 분진이 딱딱하게 굳었습니다. 두꺼운 분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붕이 무너진 곳도 있습니다. 분진과 비산 먼지 덩어리의 두께는 10센티미터가 넘습니다.
[박광호 제천시 송학면 주민]
“지금 이렇게 슬레이트 위에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온 분진들이 쌓여서 굳은 거잖아요. 이런 것들을 우리 주민들이 마시고 먹고 했으니..”
[이영환 (83)제천시 송학면 주민]
“여기 지붕에서 앉은 먼지가 비가 오면 씻겨 가지고 여기로 내려온단 말이야. 내려와서 여기 안을 안 쏟고 놔두면 여기서 굳어.”
빗물을 담아놓은 양동이에도 분진 덩어리가 생겼습니다.
[이영환 (83)제천시 송학면 주민]
“공장에 안 다녀도 이 동네는 먼지가 말도 못해. 작년부터는 숨이 차서 일을 못 해.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질 못 해. 그래서 산 밑에 밭 조금 하던 것도 올해는 포기했어, 안 하고.”
시멘트 공장 주변에서 이렇게 쌓인 분진에는 인체에 해로운 각종 유해물질이 들어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실리카로 1급 발암물질입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발생된 분진이 발암성 분진이에요. 실리카라고 하는 것이 유리규산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국제 암연구소 쪽에 1급 발암물질로 정의된 물질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비산 물질이 단순한 비산 물질이 아니다.. 발암성을 가지고 있는 분진 자체가 비산되는 양상이기 때문에.”
이런 유해물질이 포함된 분진 속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주민들. 올해 여든다섯 살의 김종을씨. 시멘트 공장에서 일한 적이 없는데도 최근 진폐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진료를 받습니다. 최근 들어 호흡이 가빠져 오는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김종을 (85)제천시 송학면 주민]
(왜 오신 거예요?)
“아, 나 뭐 여기에 진찰하러 왔지, 뭐.”
(진찰? 어디가 안 좋으셔 가지고?)
“아, 숨이 차고 여기 입원도 그전에 했었고. 시멘트 공장을 안 지었어요. 우리 제대할 때에는 다음에 시멘트 공장을 짓고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주는 줄 알았더니 웬 걸.. 공기 좋고 물 좋은 고향을 그만 다 떠나고, 죽기도 많이 죽었어요. 폐암으로도 죽고폐질환으로도 죽고 숱하게 많이 죽었어.”
(누가 그렇게 많이 죽었어요?)
“동네 사람이요. 시멘트 공장 밑에 동네 사람들이.”
[노병연 의사] & [김종을 (85)제천시 송학면 주민]
“기침은 좀 어떠세요, 할아버지?”
“아이고, 기침 나죠. 밤으로 더 해요. 기침이.”
“잠자다가 숨차서 깨거나 그런 건 없으시고, 할아버지?”
“깜짝 놀라 깨면 '헉~헉~‘ 이러지. 기침 나면 깨잖아요.”
[노병연 의사]
(어떤 증세를 많이 보이세요?)
“주된 게 이제 기침, 가래나 호흡곤란.. 숨 차시니까.”
(그게 어느 정도.. 좀 심한가요?)
“저 정도면..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면 괜찮으신데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차는 정도? 그러니까 뭐 좀 하려고 하면 바로 숨이 차는 정도니까 일상생활 하는 데는 조금 힘드실 거예요.”
[김종을 (85)제천시 송학면 주민]
(할아버지 국가유공자이신 거예요?)
“예.”
(뭘 하셨어요?)
“나 우리 6.25... 63년 전에 전투했었지 뭐..공산당하고 전투해서 나온 거지. 안 죽고 살아나왔지, 뭐. 27개월 전투 속에는 사람이 안 죽었는데, 왜 여기 와서 시멘트 가루 먹고 사람이 죽느냐. 너무 억울하다, 이런 결론이지요.”
산 좋고 물 맑은 말 그대로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불렸던 충북 제천. 그러나 시멘트 공장이 들어선 이후 그 풍광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정부의 조사 결과 진폐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11명에 이릅니다. 기도가 점점 좁아지는 증상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걸린 주민도 일흔 명이 넘습니다.
이른바 광부병으로 불리는 진폐증. 그러나 시멘트 공장 주변에만 살았던 주민도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김 현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ㅏ 교수]
“지금까지는 진폐증이라든지 하는 질병이 직업적인 것 말고 환경성으로 나타난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만 있었을 뿐입니다. 한 건 정도... 영월이라든지, 제천, 단양이라든지, 삼척이라든지, 이런 곳에서는 직업력이 없는 사람한테서 진폐증이 여러 명 나타나고 있습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진폐증은 특별한 치료가 없어요. 분진이 폐 속에 쌓이면서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서 폐가 망가지는 병이 진폐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김진우 제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대규모 피해자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은 거의 없다, 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진료 수준, 몇 억이라는 진료 수준은 사실 약값 정도를 지원해 주는 수준밖에 안 되고요. 이분들이 병원에 진단을 받으러 가거나 치료를 받으러 갈 때 생계라든지, 이동수단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취재팀은 이번엔 인근 단양지역을 찾았습니다. 이 지역에도 수십 년 째 시멘트 공장이 운영 중입니다. 이곳의 환경과 주민들의 생활은 어떤지 확인해보기 위해 먼저 한 가정집을 가봤습니다.
받아놓은 빗물에서 검은 분진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임순옥 (65) 충북 단양군 주민]
(이게 얼마나 받아 놓은 게 이 정도 나온 거예요?)
“요 며칠 전에 비 왔잖아.”
(얼마나 왔었는데요?)
“저번에 제법 떨어졌어, 소나기.”
계속해서 날아오는 분진 가루 때문에 장독대를 이용해 장을 담그지 못할 정도입니다.
[임순옥 (65) 충북 단양군 주민]
((장독은) 바람 통하라고 열어두기도 하고 그러던데.)
“망으로 해서 뚜껑 열었잖아.”
(어머님도 그렇게 하세요?)
“그거 이제 안 해. 안 해. 시멘트 가루 들어와서 안 해.”
(아, 그럼 저거는 뭐예요?)
“다 빈 거야. 빈 거. 냉장고에 넣고 먹어.”
“요거 된장, 이거 봐. 그렇지? 된장 다 담아 가지고. 여기에 밑에도 고추장 다 담아 놨잖아.”
(장독에다 넣는 게 더 맛있지 않아요?)
“맛있는 거 아는데 안 돼. 시멘트 가루 때문에 안 돼.”
“우리 아저씨 만나서 여기로 왔거든? 그런데 처음에는 도저히 못 살겠더라. 공기도 탁하고 매운 냄새 나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 여기 와서 나는 간다고 나, 도로 간다고. 그렇지만 그게 마음대로 돼? 길도 모르고. 생전 처음 왔는데.”
키우는 강아지도 각종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임순옥 (65) 충북 단양군 주민]
“얘(애완견)도 안 좋아서... 물이 안 좋아서 자꾸 설사를 해서 병원에도 많이 데리고 가고, 요새는 정수기 물 떠서 먹여.”
“죽고 싶을 때도 많아. 나도 짜증나고 불편하고 공기도 안 좋고. 운동하러 저기 둑으로 나가면 아침에 마스크 하고 모자 쓰고 나가잖아. 5시 반이나 6시에 나가면 아주 안개 같이 자욱해. 무슨 가슨지 뭔지 아주 매운 냄새가 나고 골이 아파.”
그래서인지 이 집은 항상 약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임순옥 (65) 충북 단양군 주민]
“우리집은 약이 천지야. 맨 약이야. 이거 봐. 맨 약이야.”
(어머님하고 아버님하고 공주(애완견)까지 셋 사람 약이에요?)
“응.”
(이거 얼마 동안 먹을 약이에요? 이게?)
“한 달.”
아주머니가 보여준 한 달 치 약봉지. 기관지 치료제가 많습니다.
시멘트 공장이 있는 또 다른 곳인 영월군.
태어나서 줄곧 이곳에서 살아온 70대 할머니는 몇 년 전 진폐증 환자가 됐습니다. 장비를 이용해 치료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양금자 (75) 강원도 영월군 주민]
“그거 뿌리고 있으면 한 30분 안 아파요. 목이. 그리고 기침도 좀 멎어. 그리곤 또 그래요. 소용없어요. 약을 먹어도 소용없어요.”
이렇게 무더운 여름 날에도 방문을 열 수 없습니다.
[양금자 (75) 강원도 영월군 주민]
“오늘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문을 닫고 계세요?)
“지금 (손님이) 오셨으니까 문을 열어 놨지, 안 열어 놔요. 따라 온다니까?”
(뭐가요?)
“그 돌가루가. 오늘 오셨으니까 내가 이렇게 문을 열어 놨지. 평소에는 이렇게 닫아 놔요, 이렇게. 저 문도 안 열어 놔요. 저거. 이 문도 조금 열어놔, 조금.“ 안 그러면 저 화초가 뿌옇게 돼. 여기 행주로 닦으면 화초가 뿌얘. 이게.”
하루에 몇 번씩 물을 뿌려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양금자 (75) 강원도 영월군 주민]
“시방 우리 봤잖아요. 열면 방문이잖아요. 방이잖아요. 그럼 돌가루가 들어가잖아요.”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조사로 제천과 영월, 단양, 삼척, 장성 등 다섯 개 지자체 시멘트 공장 지역에서 진폐증 환자는 88명에 이르고 다섯 명은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걸린 주민도 700명이 넘습니다. 단지 시멘트 공장주변에 살았던 사람들도 많이 포함 됐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제천시 관계자]
“지금 전체적인 큰 틀에서 봐주셔야 해요. 단양에는 3개 시멘트(공장)가 있고 영월엔 2개 시멘트(공장)가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검진을 주변지역을 했어도 유병자들의 숫자가 우리 제천은 제일 적고 큰 문제로 부각되어야 할 부분은 단양이나 영월이나 이쪽이 우리 제천보다 훨씬 더 큽니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는 나와 있지만 결과에 대해서 지금 아무런 국가에서 그.. 유병자들에 대한 약값이라든지, 치료비나 이런 거에 대한 것은 지금 전혀 언급이 없어요. 그거는 그냥 알아서 해라, 이런 실정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뭐 크든 적든 100%든 아니든 간에 시멘트 공장으로 인한 가능성이 거의 90% 이상 이렇게 될 텐데, 시멘트 공장에서는 지금 현재 어떤 여건이라든가, 또는 자기네들이 우리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 수용을 했을 때 그 주위에 다른 시멘트 공장 또는 지역 내에서의 어떤 이미지. 이런 것 때문에 그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질 않아요. 지금. 시멘트 공장이라는 민간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모르겠어요. 뭐 암암리에 압력을 행사하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게 한계가 있단 얘기죠.”
(환경부가 좀 힘이 없는 게 아니냐..)
“사실 힘이 없죠, 뭐. 기업이 안 따라오는데 어떻게 해요.”
[아세아시멘트 관계자]
“시멘트 역사가 이제 20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전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하나도 없고, 진폐나 COPD(만성폐쇄성 폐질환)의 원인이 시멘트 분진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저희 입장이 나가서... 뭐 이런 것 자체가 싫으니까 그냥 마을 분들 얘기만 가지고 하셔도 돼요. 나쁜 얘기 막 하셔도 되고. 협회.. 공식적인 입장은 협회에서 답변했을 텐데, 시멘트 업계 전체의 문제는...”
시멘트 제조회사의 이익단체인 시멘트 협회는 이번 건강조사로 인해 시멘트 업계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
“아직은 진행이 되고 있는 사안이고, 그리고 이게 지금 타 지역의 건강영향평가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별도의 인터뷰나 이런 것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발표한 조사가 지금 저희 공장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만 했지, 그것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시멘트 공장에 있다고 하는 그런 부분은 없었거든요.”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
“그 인근 지역 부분에 있어서 시멘트 공장이나 채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말고 진폐증을 유발할 만한 다른 분진 발생은 없습니다. 발생 원인이 뚜렷하고 그 다음에 이것과 인과관계가 이미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요. 다른 발생 원인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진폐증의 특성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정남순 환경법률센터 변호사]
“공장이 가동 되면서 공장으로부터 (발생하는) 무언가의 물질 때문에 서서히 제가 죽는다는 거 아니에요. 공장을 왜 가동합니까? 우리 다 잘 살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다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데 누군가 죽어 나가고...”
[이영환 (83) 제천시 송학면 주민]
(젊을 때로 되돌아간다면, 시멘트 공장에서 일을 하라고 하면 일을 하시겠어요?)
“지금은 공장 짓지도 못하게 하지. 지금 같으면 그런 악 조건이고 주민의 피해가 이렇게 많고, 공기가 나쁜 줄 알면 지금 같으면 공장 못 짓게 해. 어디라고 여기에 공장을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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