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MB정부의 대일본 굴욕외교와 미국의 태도

2012년 02월 17일 07시 53분

2008년 2월 25일, 취임 첫날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일본 수상 후쿠다와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이 회담 내용을 다룬 주일미 대사관의 비밀전문입니다. 두 사람이 일본군 위안부 등 논쟁적 이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는 사실을 특별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 달 뒤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직후 주한미 대사관은 이명박 시대 한일관계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본국에 보냅니다. 이 전문에 따르며 우리 외교통상부 일본 과장은 이명박 정부가 일본을 대할 때 야스쿠니 신사 방문과 독도영유권 분쟁, 일본군 위안부 등의 민감한 이슈는 피한다는 기저를 세웠다고 미국측에 털어놨습니다.

이 전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 낯이 두꺼워 한일 간의 사소한 분쟁은 견뎌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의 말도 함께 실었습니다.

주한미대사관은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대일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전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선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습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이명박 정부 초기에 대일관계에서 이명박 정부는 과거사, 즉 한일 과거사를 잊지는 않겠지만 한일과거사에 연연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서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서로 이익이 된다. 이런 이익이 되는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따른 피해와 일본의 책임에 대해서 묻지 않겠다는 신호를 일본에다 공식적으로 보낸 셈입니다. 따라서 이 이명박 정부는 이미 과거사 문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죠. 그런 상황 속에서 대표적인 위안부 문제라든지, 또는 여성근로 정신대 문제라든지, 야스쿠니에 강제로 그 모셔져 있는 조선인 합사자 문제라든지, 이런 것 하나도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8년 5월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교과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할 것이란 소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일본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차관급 회의 때 우리 대표단이 보인 태도는 강경대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당시 회의 내용을 다룬 주일미국대사관의 전문입니다. 양측이 독도 여유권과 관련된 교과서 논란을 가볍게 취급하고 넘어갔으며 한국 대표단은 일본 측에 약간의 우려만 전달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강경 대응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일본에 가선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한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이명박 정부는 일본이 도발만 해오지 않으면 감지덕지하는 지경에까지 이릅니다.

주일 미대사관이 지난 2009년 2월 작성한 비밀 전문은 주일 한국대사관 김모 공사 등 한국 외교관리들이 아소 다로 총리에게 감명을 받았다,라는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감명 받은 이유는 아소 총리가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고위 당직자들의 참석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전문은 또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총리가 둘 다 실용적인 비즈니스 타입이며 개인적으로도 친한 사이란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아소는 총리가 되기 전 창시개명은 조선인들이 원해서 한 것이라는 망언으로 악명 높았던 인물입니다.

한편 미국이 동북아 역사재단과 진실화해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과거사 관련 역사기관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단 사실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전문을 통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2008년 5월 2일자 미대사관 전문에서 당시 미국대사 버시바우는 일본과 보다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고자 하는 이 대통령의 열망을 몇몇 역사문제 기관들이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특히 역사문제 기관들이 그들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정당화하기 위해서 일본이 실수해주기를, 즉 도발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라는 표현까지 동원했습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결국 미국은 아주 간단한 입장이에요. 한 마디로 얘기하면 한국의 과거사 청산은 이명박 정부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로서는 이것들을 잘 봉합을 하라는 것입니다. 즉 과거사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잘 함으로써 한일관계 잘 만들고. 그 다음 미국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희망하는 입장에서 보고서 내용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은 결코 한국의 일제 식민지에 따른 고통이라든지, 또는 유혈 민주화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인권유린이나 민간인 학살문제에 대해서 한국인들의 그 고통에 동참하고 이해한다기보다는 그러한 것을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잘 컨트롤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입장에 있다는 점에서 사실은 대단히 우리로서는 실망스럽고 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더구나 미국은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지속적으로 일본에 요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인 2008년 2월 21일자 전문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을 방문한 미국정부 당국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늘어놓는 반일 입장의 장광설에 시달려야 했으나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명박 당선자는 그의 전임자보다 일본에 대해 훨씬 덜 적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헌재?) 결정과 여론에 떠밀려 임기 말년에 갑자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선 한국 대통령을 이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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