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핵심부의 네 가지 범죄 혐의와 ‘특활비 특검’

3년 5개월의 소송을 거쳐 지난 6월 23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서 1차로 1만 6,735쪽의 자료를 받았다. 검찰이 국민의 세금(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을 어떻게 썼는지 보여줄 자료들이었다. 그중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는 6,805쪽이었다.
그런데 자료를 받은 이후에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범죄 수준의 문제도 여럿이다.
또한 검찰 수뇌부와 간부들이 주로 쓰는 특수활동비의 예산 항목의 성격상, 범죄혐의에 검찰 핵심부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수사ㆍ기소를 담당하는 법 집행 기관인 검찰조직의 핵심부에서,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나고 있는 불법 의혹의 목록을 정리하면 크게 4가지이다.
▲ 검찰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관련 제기되는 4가지 불법 의혹을 도표로 정리했다.

불법 의혹1 : 특활비 자료 무단 폐기 (기록물무단폐기죄 및 공용서류 무효죄)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74억 원에 대한 증빙자료가 단 1쪽도 없는 상태다. 서울중앙지검도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증빙자료가 아예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고등검찰청, 서울동부지검, 서울서부지검도 2017년 1월부터 일정 기간에 특수활동비 지출 관련 자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검찰청 담당자에게 ‘어딘가에 있을 수 있으니 찾아보라’고 했지만, 돌아온 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처음부터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존재하던 기록이 무단 폐기됐을 가능성이다.
우선 처음부터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7년 당시에 시행되던 기획재정부 지침 및 감사원 계산증명지침,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최소한 현금 수령자의 영수증은 남아 있어야 한다. 또한 지출결의서 같은 서류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계좌 입금을 했으면 입금의뢰서도 남아 있어야 한다. 무려 74억 원의 국민 세금을 쓰고도 단 1쪽의 증빙자료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검은 ‘2017년 9월부터 특수활동비 관리제도가 개선되었으므로 그 이전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엉터리’ 주장이다. 게다가 결정적인 증거도 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된 후에 제기한 행정소송(면직처분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2017년 4월 24일 서울중앙지검장 비서실 담당자가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를 작성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다면 2017년 4월 24일 당시에는 최소한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라는 기록물이 존재했던 것이다. 또한 서울중앙지검에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 자료가 존재했던 것을 보면, 대검찰청에도 어떤 형태로든 특수활동비 지출 관련 자료가 존재했을 것이다.
민간기업이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사용해도, 기록은 남기기 마련이다. 공공기관이 국민 세금 74억 원을 쓰면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을 수가 없다. (관련 기사: 2017년 대검 특활비 74억 집행기록 없어졌다...무단 폐기 의혹)
그렇다면 남아 있는 가능성은, 존재했던 자료가 불법으로 무단 폐기되었을 가능성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특수활동비 자료가 무단 폐기된 시점은 2017년 6월~12월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 2017년 4월까지는 자료가 존재했던 것이 이영렬 전 지검장 판결문을 통해 확인되고, 5월에는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면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특수활동비에 대한 합동감찰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검찰청 담당자의 얘기에 따르면, 특수활동비 지출 관련 자료는 매년 비닐로 밀봉해서 보관한다고 한다. 2017년 자료도 밀봉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7년 자료를 밀봉한 시점에 이미 몇 개월 치 자료는 폐기되었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폐기 시점은 2017년 6월~12월 사이로 추정된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에 존재했던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 등의 자료가 폐기된 시점은 2017년 5월 22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 당시 대검찰청 사무국장과 서울중앙지검 총무과장 등 관련자들이 해명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여러 검찰청에서 동일 기간의 특활비 자료가 증발된 것으로 보아 조직적인 폐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 다른 불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인 폐기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한다. (관련 기사: 다른 3개 지검·고검 특수활동비 기록도 증발... 검찰 ‘조직적 폐기’ 의혹)

불법의혹2 : 특수활동비 오ㆍ남용(업무상 횡령 및 국고손실죄)

특수활동비는 사용 용도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 예산 항목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정의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따라서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수활동비를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용도(수사, 정보활동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었다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고, 오남용 금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5조에 따른 국고손실죄에 해당하여 가중처벌될 수 있다.
관련된 판례들을 살펴보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 일부를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과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을 업무상 횡령으로 보아 처벌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도6570판결)
또한 법원은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업무상 횡령죄와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를 인정한 바 있다.
당시에 법원은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등 특수활동비의 사용은 해당 기관의 목적 범위 내에서 엄격히 사용되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특수활동비를 그 용도와 사용 목적에서 벗어나 위법하게 사용한 것 자체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설사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전달했다고 해도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수활동비를 용도와 사용 목적에서 벗어나 사용하는 것은 위탁자인 국가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므로 국고손실죄도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2021. 1. 14. 선고 2019노2678 판결. 대법원에서 확정됨)
위와 같은 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개인적 용도로의 사용은 물론이고, 수사나 정보수집 활동에 직접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업무상 횡령 또는 특가법상 국고손실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 특히 영수증이 없는 부분, 연말에 흥청망청 몰아 쓴 부분, 명절 떡값으로 돌린 부분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식은 지급은 특수활동에 ‘직접’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윤석열 특활비’ 어디에 썼나…명절 앞두고 무더기 지급)
또한 이영렬 전 지검장의 행정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장이 받은 특수활동비를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렇게 사용한 것도 특수활동비 용도에 어긋나는 지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오ㆍ남용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관련 기사: ‘총장 몫 특활비’ 136억, 별도 계좌에서 ‘이중장부’로 관리)

불법의혹3 : 행정소송 중에 법원 기만 시도(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

검찰은 필자가 제기한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의 1심에서 제출한 준비서면과 항소이유서를 통해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정보가 부존재’ 한다고 주장했다.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는 모든 정보가 아예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가 무려 6,805쪽에 달한다. 일부 기간의 자료는 증발했지만, 대검찰청은 2017년 5월 이후 자료가 있고 서울중앙지검도 2017년 6월 이후 자료는 있었다. 또한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별도로 작성ㆍ관리한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방대한 자료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정보 부존재’를 주장하는 서면을 수차례 법원에 제출했다. 한마디로 법원을 기만하려고 한 것이다. (관련 기사 : 검찰총장 특활비 공개 소송, 검찰 항소이유서 '궤변')
이는 소송 수행자였던 검사나 법무관의 잘못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1심에서 소송 수행자였던 검사는 나중에 ‘나도 자료를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즉 본인도 자료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거나 허위 진술을 믿고 허위 내용의 답변서와 준비서면, 항소이유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처럼 명백하게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정보가 존재하는 데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정보 부존재’를 주장하는 서면을 작성한 것은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서면을 법원에 제출한 것은 ‘허위공문서를 행사’한 것이다.
다만, 죄를 물을 주체는 공판을 담당했던 실무자들이 아니라, 자료가 존재하는데도 ‘정보 부존재’를 주장하도록 한 배후에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불법의혹4 : 업무추진비 관련 정보은폐(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이번에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카드 전표를 보면, 흐리게 복사되어서 판독이 아예 불가능한 비율이 40%가 넘는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시간이 오래되어서 카드 전표 자체가 희미해졌다고 주장하지만, 이렇게 많은 숫자의 카드 전표가 모두 흐리게 되었다는 것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래서 원본 대조 요구를 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그것도 거부하고 있다.
또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업무추진비 카드 전표를 공개하면서 상호와 사용 시간을 가리고 공개했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확정된 판결에 따르면, 비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간담회 등 행사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의 개인식별정보 부분”에 한정된다. 그 외의 정보를 가린 것은 판결문을 무시한 것이고, 사법부의 판결을 위반한 것이다.
음식점 상호나 카드 사용 시간은 개인식별 정보가 아니다. 또한 카드 사용 시간은 업무추진비 사용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본 정보이다. 밤 23시 이후에는 사용이 제한되는 등의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사용 시간을 가리고 공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처럼 검찰이 상호와 카드 사용 시간을 비공개한 것은 고의로 정보를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종의 ‘검증방해’ 행위이다. (관련 기사: 검찰, '윤석열 식당' 이름·결제 시간 가린 ‘백지 영수증’ 줬다)
3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가 지난 6월 23일 자료를 받으면서, ‘왜 상호와 사용 시간을 가렸느냐’고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과 담당 수사관에게 따졌는데, ‘회의에서 논의한 대로 공개한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도 동일하게 상호와 사용 시간을 가렸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 은폐 행위도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런 행위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대법원까지 판결이 확정됐고, 판결확정 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6월 23일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정보공개결정통지서를 필자에게 보냈다. 그리고 정보를 받기 위해 84만 원이 넘는 정보공개 수수료도 냈다. 이로써 필자가 정보공개자료를 받을 권리는 법률적으로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이 정보를 은폐해서 필자의 ‘알권리(정보공개를 받을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이것은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당연히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검찰 조직의 핵심부가 관련된 범죄를 검찰에서 수사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현재 공수처의 상황을 볼 때, 공수처가 수사한다는 것도 무리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에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는 국회에 대해 아래와 같은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
첫째, 검찰 스스로 현재의 사태에 대해 진상을 밝힐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국회가 나서서 ‘검찰 특수활동비 등 예산 오ㆍ남용 및 불법 폐기, 정보은폐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청한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당연히 나서야 할 상황이다.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가 불법 폐기되었다는 의혹, 특수활동비의 용도와 목적에 맞지 않게 예산이 오ㆍ남용되었다는 의혹, 법원을 기만하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ㆍ제출한 부분, 그리고 법원의 판결문조차 무시하고 정보를 은폐한 부분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둘째, 국회의 국정조사와 함께 특별검사 도입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 만약 자료 불법 폐기가 2017년에 이뤄졌다면 공소시효(7년)가 얼마 남지 않았다. 따라서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 법안 준비, 법안 발의 등이 지금부터 착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일종의 ‘국기문란’ 사건이다. 다른 기관의 특수활동비와 예산 관련 범죄를 수사해 온 검찰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내로남불’ 식 태도를 보이고 있고, 거액의 세금을 사용하고도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었는데도 조직적으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표현할 단어로, ‘국기문란’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이러한 검찰의 행태는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국가의 재정관리와 예산관리 기준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정보공개제도와 공공기록물 관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에 따라 국회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해야 할 때이다.
이것은 정파를 초월한 문제이다. 2017년 11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특별검사법안도 발의한 바 있다.
권력기관 핵심부에서 공공기록물이 폐기되고, 세금이 오ㆍ남용되는 등 온갖 불법이 저질러진 의혹이 존재한다면, 국정조사를 하고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것은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제작진
촬영정형민
편집정지성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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