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 사건 재판 지상 중계] ⑨ 전익수 측, “국방부의 부당한 수사에 대응하려 포렌식 거부”

2023년 05월 23일 17시 00분

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81일 간 조직 내에서 고립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추행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즉각적인 사건 수사 및 가해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방부 장관 명령으로 공군본부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관돼 가해자 장OO 중사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기소됐다. 이후 국방부 수사로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는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에는 안미영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100일간의 수사를 거쳐 8명을 기소했고, 작년 10월 재판이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재판 과정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주>

군검사에 수사 정보 요구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징역 2년 구형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합의26부)에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 외 2명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특검은 특가법상 면담강요 등 혐의로 전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전 씨는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당시 자신을 수사하는 군검사에게 전화해 수사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전 씨는 이 사건 범행으로) 군 내 형사사건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해했고,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피고인의 태도 또한 엄벌이 필요한 이유”라는 입장을 냈다. 전 씨 측은 최후진술에서 “피고인이 군검사와 통화한 내용에 그 어떤 침해나 억압도 없었기 때문에 위력 행사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 정보 등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국방부 군무원 양 모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이 구형됐다. 양 씨는 고 이예람 중사 사건에 대한 국방부 수사 당시 성추행 가해자 장 모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재판 정보, 특정인의 교도소 이감 예정 정보 등을 확보해 권한이 없는 전익수 당시 공군 법무실장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피고인의 범행은 군 사법체계 카르텔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양 씨 측은 “전 실장이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서 배제된 사실을 몰랐고, 유출한 정보는 이미 언론에 노출돼 기밀 사항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2022년 8월 24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부실 초동수사 의혹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서울 서대문구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출처:연합뉴스)

“국방부 수사, 부당하게 이루어졌다”(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 2023년 3월 24일 공군본부 전익수 법무실장 특가법상 면담강요죄 등 6차 공판

2021년 6월, 공군본부 법무실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 지휘했다는 이유로 국방부 수사를 받았다. 전익수 당시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받았지만,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특검은 국방부 수사 당시 전 씨가 포렌식 절차에 불응하고 본인 사건의 공수처 이첩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사 담당 군검사에게 전화해 항의한 것도 전 씨가 본인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고 봤다.
6차 공판에는 전익수 피고인이 신청한,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이었던 Y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Y씨는 2021년 6월, 전 씨와 마찬가지로 국방부에 출석해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전 씨 측은 “2021년 6~7월에 이루어진 국방부 검찰단 수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신문했다. 전 씨가 국방부 수사 당시 포렌식 절차에 응하지 않고, 군검사에게 개인적으로 전화한 것이 부당한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전익수 측 변호인(이하 변호인) :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본부 법무실에서 재직 중인 사람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조사했다. 보통검찰부장으로 있었던 증인도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던 걸로 안다. 증인이 최초로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조사받은 시점이 언제인지 기억나는가?
증인(당시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 : 6월 16일이었던 것 같다. 최초로 압수수색을 당한 날이기도 하다.
변호인 : (국방부 검찰단은) 처음에 증인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하지 않았나?
증인 : 그렇다. 전화로 통보하기로는 확실히 참고인이라고 했었다.
변호인 : 그런데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자 군검사가 증인에게 “증인은 참고인 자격이 아니라 피내사자다”라고 통지하지 않았나?
증인 : 그렇다.
변호인 : 피내사자 신분이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군검사가 증인한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놓고 피내사자라고 통지하면 증인의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한 것 아닌가?
증인 : 그렇다고 본다.
변호인 : 증인은 그 상황을 가만히 받아들였나, 아니면 항의를 했나?
증인 : 항의를 했고, 그 날 “오늘 조사받을 수 없다. 다음번에 조사받겠다”고 하고 나왔다.
변호인 : 2021년 6월 16일 증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던 바로 그 날 공군본부 법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당시 공군 법무실장이었던 피고인 전익수가 직무유기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건 2021년 7월 13일이다. 압수수색을 당한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증인, 전익수 피고인, 한OO(당시 공군본부 고등검찰부장) 중에 직무유기 혐의로 정식 입건됐던 사람이 있었나?
증인 : 없었다.
변호인 : 증인의 경험에 대해 물어본다. 증인은 (군검사 재직 당시) 사건이 내사 단계에 있고 피의자로 정식 입건된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해 본 적이 있나?
증인 : 없다.
공군본부 법무실이 예하부대 법무실에 대한 지휘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신문도 이어졌다. Y씨는 “공군 법무실이 예하부대 군검사에 대한 감독 의무가 있는 것은 맞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지휘 의무는 각 부대 지휘관인 부대장에게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 측이 “모든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보고를 받고 의견을 주더라도 군검사가 (본부) 의견에 따를 의무는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 : 공군 법무실은 예하부대 사건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수사 지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맞나?
증인 : 그렇다. 특수한 경우에만 개입한다.
변호인 : 공군 예하부대에 있는 군검사는 공군본부에 있는 법무실장의 지휘를 받나? 아니면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의 부대장한테 지시를 받나?
증인 : 부대장이 보통검찰 업무를 관할하도록 돼 있고 실제로 영장이라든가 공소장에 대한 결제는 비행단장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특검 : 증인은 ‘(공군본부) 고등검찰부가 예하부대 보통검찰부에 일반적인 지휘·감독 권한이 있지만 구체적인 지휘를 하지 않는다’라고 진술했다. 개별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제도적으로 못하게 돼 있는 건가?
증인 : 못 하는 건 아니다.
특검 : 공군본부 검찰부는 모든 사건에 대한 사건 보고를 받는 걸로 안다. 그리고 개별 사건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 있고, 예하부대 군검사들은 그 의견을 받아서 처리하고 있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특검 : 군검사들이 각 예하부대 부대장의 지휘를 받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공군본부 검찰부에 모든 사건에 대한 ‘사건 결정 전 보고’를 하고, 그에 대한 지휘를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증인 : 지휘를 받는 건 맞다. 다만 공군본부 검찰부에서 사건을 검토한 뒤 의견을 줬는데 군검사가 자기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면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검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Y씨가 현재 전 씨가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군사법학회 회원이며 전 씨가 수장으로 있었던 공군본부 법무실과 인권나래센터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재판장이 “전익수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Y씨는 “‘증인으로 신청해도 되겠느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검 : 증인은 2020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전익수 피고인이 법무실장으로 있는 공군본부 법무실에서 근무했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특검 : 또한 증인은 2022년 4월 경에 설립돼 전익수 피고인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군사법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 (이하 재판장) : 법정 나오기 전에 혹시 전익수 피고인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나?
증인 : "증인으로 신청하려고 하는데 부담이 되면 신청하지 않겠다, 괜찮냐" 이런 얘기를 들었다.
2022년 8월 5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한 국방부 소속 군무원 양 모 씨 (출처:연합뉴스)

재판 정보 유출한 군무원 양 모 씨, 여러 차례 증거 인멸 시도 의혹

■ 2023년 4월 3일 국방부 소속 군무원 공무상비밀누설혐의 등 7차 공판

이 날 공판에서는 국방부 소속 군무원 양 모 씨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양 씨는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가 이루어지던 2021년 6월 2일, 성추행 사건 가해자 장 모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내용을 확보해 전익수 당시 공군본부 법무실장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양 씨 측은 “피고인이 보낸 재판 정보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므로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특검은 양 씨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 인용된 언론 기사와 양 씨가 전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대조하며 “양 씨가 유출한 정보는 보도된 내용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검 : 피고인이 유출한 정보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들을 살펴보겠다. 카카오톡 메시지와 의견서 내용을 비교해보면, 피고인이 20시 59분경 전익수에게 전송한 메시지는 “장OO(성추행 가해자)이 범행을 전부 시인하면서 2차 가해는 부인한다”는 내용임에 반해 피고인이 의견서에 인용한 기사들은 “장OO이 과거 군검찰 조사 단계에서 범행을 일부 시인했다”는 내용과 “2차 가해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도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전송한 메시지와 전혀 맥락이 다른 내용의 기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인용한 언론 기사 어디에도 이 사건 재판에 참여한 군검사, 군판사, 변호인의 인적사항과 위와 같이 주장한 주체가 장OO의 변호인이라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특검은 양 씨가 포렌식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삭제하고,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이 논의되던 시기에 휴대폰을 교체한 사실을 지적하며 증거 인멸 정황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검 : 피고인의 증거 인멸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살펴보겠다. 먼저 피고인이 이 사건 재판 정보 누설 범행과 관련한 메시지를 모두 삭제한 사실과 관련된 증거들이다. 당시 작성된 범죄인지서를 보면, 국방부 검찰단 OOO 군검사는 2021년 7월 10일 피고인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입건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채팅방 (포렌식) 결과를 보면 피고인의 휴대전화에는 피고인이 전익수와 이 사건 재판 정보를 주고받은 해당 카카오톡 채팅방 자체가 확인되지 않는다. 반면 문제되지 않을 만한 전익수와의 대화 내용은 다른 채팅방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양 씨로부터 재판 정보를 전달받은 전익수 씨가 해당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했거나 수사 무마를 위해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검은 전 씨가 장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장 중사의 변호인이 소속된 법무법인의 김 모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이 있음을 지적했다. 특검 조사 당시 “어떤 내용으로 김 변호사와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전 씨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검 : 김OO 변호사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보겠다. 전익수는 2021년 6월 2일 15시 41분경 피고인(군무원 양 모 씨)으로부터 장OO(성추행 가해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개최 소식을 접한 뒤 약 1시간 후인 16시 39분경 김OO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약 1분 46초 간 통화했다. 전 해군본부 법무실장 출신인 김OO 변호사는 장OO(성추행 가해자)의 변호인이 소속된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로 전익수의 대학 선배이자 군법무관 13기 동기다. 전익수는 국방부 검찰단 조사 당시 “김OO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서 국방부 장관의 수사 이관 명령에 관한 문의를 받은 것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 조사 때 해당 통화 내역이 수신한 것이 아니라 전익수가 직접 발신한 것임을 지적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특검의 질문과 입장에 대해 양 씨 측은 “특검이 제출한 증거들이 이 사건 범죄 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것들인지 의문이 든다”며 특검의 증거 조사가 핵심적인 쟁점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검 측이 신청한 증인들 중 일부는 양 씨의 혐의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해당 진술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6월 29일 열릴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주형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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