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 2011년 대검이 뭉갠 대장동 수사, 2년 후 중앙지검이 또 뭉갰다

2023년 03월 23일 10시 00분

윤석열 후보의 거짓말 의혹...대장동 판박이 고양시 풍동도 부산저축은행 '차명' 사업장
조우형이 관여한 대장동·풍동 사업장 두 곳만 검찰 수사망 피해...당시 변호인은 '박영수'   
정영학 녹취록엔 김만배의 '법조 로비' 정황...남욱은 검찰서 "만배 형이 (로비) 전화했다 들어" 
'윤갑근 전화' 사건 관련, 김만배 12번 조사하면서 검찰 단 한 번도 안 물어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은 정상 대출”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문제가 없어 수사하지 않았단 것이다. 또 당시 윤 후보는 “그때는 저축은행이 차명으로 부동산 사업을 하는 곳만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으로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지휘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 40,330쪽과 저축은행 사건 관련 판결문, 그리고 '정영학 녹취록'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달랐다. 대장동 대출은 '정상'이 아닌 '불법'이었고, 사업장의 실질적 주인은 부산저축은행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남욱, 정영학, 조우형 등이 대장동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불법 대출로 부동산 사업을 벌인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사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사업장인 대장동과 풍동, 모두 조우형이 이끌었다 

은행법에 따라 저축은행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2011년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여러 곳에서 차명으로 부동산 개발을 벌이고 있었다. 사업의 핵심 인물은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이었다. 그는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처남인 조우형을 앞세우고 자신은 숨었다. 조우형은 대장동 대출 자금을 끌어온 브로커로만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2011년, 조우형은 대장동뿐 아니라 경기도 고양시 풍동에서도 민간 개발 사업을 벌였다. 대장동 사업의 초기 멤버인 남욱, 정영학, 정재창도 함께했다. 이 두 지역 모두 부산저축은행이 대출을 해줬고, 조우형이 사업장을 관리했다. 
그런데 윤석열 주임검사가 이끈 대검 중수부는 대장동뿐 아니라, 풍동 또한 수사하지 않았다. 2012년,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뒤늦게 조우형과 남욱 등을 고발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풍동 사업장을 뒤늦게 수사하기 시작한다. 

서울중앙지검까지 뻗친 대장동 로비스트 김만배의 로비 의혹 

2012년 2월 24일, 저축은행 피해 자금을 회수 중이던 예보는 풍동 개발 시행사인 벨리타하우스의 불법 혐의을 확인하고 남욱과 조우형, 김양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양만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남욱과 조우형은 따로 처벌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가 검찰의 풍동 수사를 막기 위해 로비를 벌인 정황이 확인된다. 2013년 7월 2일 자 녹취록에서다. 남욱은 이날 “(검찰 수사관이) 아예 대놓고 덮어주더라고요”라고 정영학에게 말한다. 이어 “보니까 만배 형이 고생을 많이 했네. (수사관이) 윤갑근 차장 얘기를 하더라고요. 검사장이 직접 계장한테 전화하는 예가 없다고 하더라고요”라며 검찰 고위직 인사의 실명을 거론한다.  
정리하자면, 당시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장급)이 담당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별다른 수사없이 사건이 덮혔다는 게 2013년 7월 2일 자 남욱과 정영학의 대화 내용이다.  
▲ 정영학 녹취록(2013.7.2. 녹음)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남욱이 자신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조사과 최모 계장이 '윤갑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을 정영학에게 전한다.

남욱 “김여사한테 몰아주고 우형이도 빼줘라”...녹취록의 '말'은 '현실'이 됐다 

이날 녹취록을 보면, 남욱은 검찰 수사관에게 “김여사한테 몰아주고 우형이도 빼줘라. (수사관이) 알겠다 하더라고요. 자기 들었다고, 얘기”라는 말도 한다. 조우형의 혐의를 누군가에게 몰아주라는 것인데, 담당 수사관이 이미 그런 얘기를 들었다며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얼마 뒤, 두 사람의 대화는 '현실'이 됐다. 풍동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양 부회장만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남욱은 불기소, 조우형은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김양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내용을 종합하면,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한 '김여사'는 '김양'을 뜻하는 걸로 해석된다. 속기사가 녹음파일을 글자로 풀면서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양과 조우형은 사실상 동업자 관계였다. 이들은 부산저축은행이 풍동 시행사에 빌려준 대출금 중 90억 원 가량을 3차례에 걸쳐 사업과 관련 없는 곳으로 빼돌렸다. 이 사건의 내막을 보면, 풍동 사업장은 김양과 조우형이 합작한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사업장이란 의혹에 힘이 실린다. 
김만배의 소개로 박영수 변호사를 선임한 조우형은 이때까지도 처벌받지 않았다. 남욱은 녹취록에서 “만배 형이 고생을 많이 했네”라고 말하는데, 김만배가 사건 무마 청탁을 했고, 그게 실현됐을 가능성을 남욱이 믿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영학 녹취록(2013.7.2. 녹음) 남욱은 최모 서울중앙지검 조사과 계장에게 조우형의 범죄 혐의도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에게 몰아주라고 말했고, 최 계장이 협조하기로 했다고 정영학에게 전한다.

남욱은 검찰 조사에서 "수사관에게 (검사장) 전화 왔다고 들었습니다"

이로부터 8년 뒤인 2021년 10월 22일, 남욱은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의 풍동 개발 수사와 관련해 이렇게 물었다.
“윤갑근이 검찰 수사관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가요?”
이에 남욱은 “네 맞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과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차장님도 전화가 오셨다고 말을 들었습니다. 수사관의 이름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합니다”라고 답했다. 
남욱은 이어 “녹취록 내용이 모두 맞습니다”라며 “김만배가 저한테 '내가 갑근이 형한테 전화해놨으니까 걱정하지마' 정도로 말을 했고, 김만배가 윤갑근에게 어떻게 부탁을 했는지까진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2021.10.22)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가 최모 계장이 윤갑근 당시 1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냐고 묻자, 남욱은 "최 계장이 윤갑근 차장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답한다. 

검찰, 김만배 로비 의혹 사건번호, 수사관 이름까지 파악했지만, 추가 조사하지 않아

이날 남욱의 진술을 정리하면, 김만배가 사건 무마 청탁을 하는 등 녹취록에 나온 내용이 모두 사실이란 취지로 말하고 있다. 검사는 김만배 로비의 대상인 정확한 사건 번호는 물론 조사 날짜까지 특정해서 거듭 묻는다. 이 과정에서 남욱을 조사한 수사관 최○○의 이름이 나온다. 이렇게 검찰은 김만배가 로비한 의혹이 제기된 풍동 사건의 번호와 조사 날짜, 수사관 이름까지 파악했지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1년 검찰, 김만배 12번 조사하면서도 단 한 번도 수사 무마 의혹 묻지 않아

또한 검찰의 김만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풍동 사건과 관련해 김만배를 조사한 기록은 없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 증거기록을 보면, 검찰은 김만배를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간 모두 12번 조사했다. 그런데 취재진이 검찰 증거기록 40,330쪽을 분석한 결과 검찰은 풍동 사건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만배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검사가 캐묻지 않는데, 김만배가 스스로 진술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남욱은 2021년 10월 22일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윤갑근, 곽상도 다 친하다고 자주 말을 하기는 했고, (풍동 사건과 관련해) 곽상도에게도 연락을 했을 수 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이날 남욱 진술은 2013년 7월 2일 자, 정영학-남욱 통화 녹음파일에 근거한다. 당시 곽상도는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곽상도의 사건 개입 여부도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의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2021.10.22) 윤갑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남욱 수사 담당 계장에게 전화를 건 경위를 묻자 남욱은 김만배가 자신에게 '사전에 윤갑근에게 전화 연락을 했다'말했다고 답한다.

윤갑근 "김만배 몰라, 사실무근"...남욱 조사한 수사관 "윤갑근 전화 받은 적 없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 6일, 김만배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는다. 여기서 김만배는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을 수사할 당시, 자신이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이후 대장동 사건 수사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조우형이 2012년 서울중앙지검 조사과의 수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은 이는 양재식 변호사였다. 양 변호사는 박영수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었다. 박영수가 국정농단 특검을 할 때는 특검보를 맡았다. 
녹취록에 등장한 수사관 최○○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2013년 중앙지검 수사관으로 일할 때, 남욱을 조사한 건 사실이지만 윤갑근 1차장의 전화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윤갑근 전 고검장은 “김만배가 누군지도 모르고, 수사관에게 전화를 건 기억도 없다”며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제작진
취재조원일, 봉지욱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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