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기자의 사진 한 장이 거대 광산기업을 고발했다

2019년 06월 20일 08시 04분

과테말라 원주민 공동체의 한 어민 집단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 들어선 페로니켈(ferronickel) 광산의 환경 영향을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 어민들 가운데 한 명이 살해됐고, 한 현지 기자는 이를 취재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전 세계 30개 언론사 소속 기자 40명이 참여한 국제협업 언론인 조직, ‘금지된 기사(Forbidden Stories)’는 이 기자가 하던 취재를 계속하기 위해 뭉쳤다. 이 기사는 환경 문제를 탐사 취재하다가 협박당하거나, 투옥 또는 살해된 기자들의 기사를 동료 기자들이 이어받아 취재한 ‘그린 블러드(Green Blood)’ 시리즈 중 하나다.

[프로젝트 소개영상] 그린 블러드: 거대 광산기업의 더러운 비밀
탄자니아 광산에선 침묵이 금이다
과테말라 기자의 사진 한 장이 거대 광산기업을 고발했다

사진에 포착된 한 시위 어민의 생애 마지막 순간

그 날의 일을 사진으로 남긴 한 기자가 없었다면, 아마 어떤 이들은 어민 카를로스 마즈의 생애 마지막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곳엔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고, 즉흥적 시위의 혼란 속에 총성이 울리고 군중 사이로 돌들이 날아다녔다. 그러나 한 사진에 포착된 그는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채 시위대 속에서 도로 가운데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뒤 찍힌 사진에서 그는 쓰러져 있고, 총을 든 경찰관이 트럭 뒤에 몸을 숨긴 채 카메라를 향해 총구를 겨냥하고 있다. 이들의 뒤로 초록빛이 인상적인 산타크루즈의 산이 경찰이 저지른 살인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 사진들은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구체적 증거로 남았다.

숨진 어민의 아내에 따르면, 마즈의 시신은 그곳에 반나절 동안 방치돼 있었다. 당국이 그의 시신을 치우러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주민들이 시신을 옮겨 묻어줬다. 카를로스 마즈는 땅에 특별한 애착을 가진 과테말라의 원주민 공동체 마야 케치족의 일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계 터전인 호수의 오염 의혹을 걱정하는 재래식 어부였다. 그는 또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어민 카를로스 마즈의 시신은 반나절 동안 방치돼 있었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그는 우리를 보살피고 부양했어요.” 마즈의 아내 크리스티나 마즈 팝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살해됐을 때, 나는 행복해져야겠다는 걸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그 날 이후 나는 더 이상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나를 도와줄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어민들이 우려하는 회사는 몰타에 지주회사를 둔 스위스계 러시아 기업 솔웨이(Solway)다. 이 회사가 산과 언덕 사이에 숨어있는 외딴 도시 엘 에스토르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11년, ‘페닉스 프로젝트(Fenix Project)’라는 이름의 페로니켈 광산을 인수하기 위해서였다. 솔웨이는 전 세계 여러 철강 제조회사들에게 철과 니켈을 합금한 페로니켈을 판매한다.

▲과테말라 엘 에스토르 지역에 들어선 페로니켈 광산.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경찰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 도중 그 누구도 사망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숨진 마즈의 시신 사진을 찍은 마야 인터넷언론 프렌사 커뮤니타리아 소속 기자인 카를로스 촉에 따르면 경찰의 발표는 명백한 거짓이었다. 당시 프렌사 커뮤니타리아는 해당 광산의 사회, 환경 영향을 취재하는 1년짜리 프로젝트를 막 시작한 참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그 날 이후 오랫동안 멈췄다. 정부 당국이 카를로스 촉을 형사 입건까지 하는 동안, 어민 마즈 사망 사건 수사는 답보 상태였다.

프렌사 커뮤니타리아를 포함한 전세계 30개 파트너 언론사, 40명의 기자로 구성된 국제협업 탐사보도 조직, ‘금지된 기사(Forbidden Stories)'는 촉 기자가 못다 한 취재를 이어갔다. 8개월 간의 취재를 통해 취재진은 과테말라 정부가 어민 마즈의 사망 원인과 페로니켈 광산이 환경에 미친 영향에 대해 거짓말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진은 또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이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입건된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엘 에스토르 지역에 살고 있는 마야 케치족 원주민들이 그들의 땅과 건강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어민의 죽음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탄압받고 피신해야 했던 카를로스 촉 기자의 못다 한 취재를 이어받기 위해 모인 ‘금지된 기사' 국제협업팀.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이사발 호수에 나타난 붉은 기름띠

카를로스 마즈가 숨진 날, 그는 어민들과 함께 항의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이 시위에 나서게 된 발단은 2017년 3월 과테말라의 가장 큰 호수인 이사발 호수에 나타난 붉은 기름띠였다. 어민들은 이 기름띠가 페로니켈 광산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환경영향 조사를 요구했다. 한 달 뒤, 한 정부 기구에서 호수 물 샘플을 채취해 가서 수생잡초 때문에 호수에 붉은 띠가 생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테말라 환경부 장관 알폰소 알론조는 붉은 기름띠가 “급속도로 퍼지는 수생잡초 검정말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검정말이 붉은 빛을 띠고, 붉은 부분은 호수 생태계의 일부이고, 검정말이 급속도로 퍼진 이유는 박테리아에 오염된 물 때문이며, 이는 폴로 크릭 강 부근의 폐수처리장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접촉한 전문가들은 이와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수질 오염 분야 전문가인 브라질 생물학자 루카스 바레토 코레아는 “현존하는 모든 분석 결과가 광산 활동의 특성을 보여주는 요소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 공식 발표에는 일관성이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현재 호수에서 나타나고 있는 오염에 대해 정부가 정보를 더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뺌하는 광산업체, 어민들을 버린 정부

‘금지된 기사' 취재진이 현지 광산에서 만난 광산운영회사 꼼빠니아 과테말테카 데 니켈 (CGN) 관계자들은 환경 오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CGN이 관리하는 자연보호구역 책임자인 카를로스 페르난데스는 “프로니코[금속가공시설]와 CGN 모두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광산이 호수를 오염시켰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국제표준화기구 ISO] 인증도 받았고, 또 과테말라 환경부와 에너지광산부로부터 허가받은 환경영향 연구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기업으로서 큰 책임감을 갖고 이를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회사인 솔웨이 측은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이후로 호수의 수심이나 오염 정도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어민들은 이를 믿지 않았고, 광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호수 오염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어민 알프레도 마낀은 광산 때문에 발생한 호수 오염으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어민 가운데 한 명인 알프레도 마낀은 “그들이 계속 우리의 호수를 더럽힌다면, 우리는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살아야 하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인가?

지역사회를 대표해 정부와 연락을 담당한 에르네스토 로에다 모레노 신부에 따르면, 결국 과테말라 환경부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현지에서 60km나 떨어진 곳에서 회의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회의 직전에서야 발표했다.

그러나 몇 주 전 어민들이 광산에서 나오는 트럭의 통행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에르네스토 신부는 “어민들은 자신들이 체포될까봐 두려워했다"고 기억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어민들이 이 회의에 참석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2017년 5월 27일 새벽에 모였을 때, 이들은 과테말라 정부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느꼈다. 그래서 어민들은 광산 접근로를 차단하기로 결심했다. 어민들이 저지선을 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고, 알고 보니 경찰도 이미 현장으로 오고 있었다. 어민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하자 경찰은 실탄 사격을 개시했다. 한 시간 반 후, 어민 마즈는 가슴에 경찰이 쏜 총을 맞고 땅에 쓰러져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2년이 지나고 탄도학 보고서도 나왔지만, 과테말라 환경부장관 알론조는 여전히 사망 사건을 부인한다. 포르투갈 언론매체 엑스프레소(Expresso)와 프랑스 르몽드 소속 취재진이 과테말라시티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그를 대면했을 때에도, 알론조 장관은 계속해서 절차상의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그는 “어떠한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루어질 수도 없었으며, 어떤 검사도, 정부관계자도 공식적으로 그 사람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증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카를로스 마즈의 죽음에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어민과 기자들만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8월 발부된 체포영장 내용을 살펴보면, 일곱 명이 ‘협박’, ‘범죄 선동’ 및 ‘불법 단체 결성’ 혐의를 받았다.

▲숨진 어민 카를로스 마즈의 아내와 아들.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마즈의 죽음에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당초 어민들은 이보다 전에 발생한 시위에서 엘 에스토르의 도로를 차단해서 광산 직원들을 차량 안에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었다. 카를로스 촉과 동료 기자 제르손 시투물 기자는 그 이후 단계에서 법정 기록에 언급됐을 뿐이다. 촉의 변호사는 “회사 측이 고발을 하기 위해 제시한 사실관계가 체포영장을 정당화하기엔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회사 측 변호사가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혐의가 인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과테말라 형사법원 호세 펠리페 바퀴악스 판사는 어민들과 기자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시위참가자가 아니라 주로 조직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퀴악스 판사는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은 범죄 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가 판사가 된 이후로 치안판사가 되기까지, 법원에서 나는 한 번도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진실을 알린 죄

프렌사 커뮤니타리아 기자들에겐 이같은 혐의를 받는 것 자체가 바로 체포 위협을 뜻했다. 제르손 시투물은 가택연금을 당하기 전 한 달 동안 과테말라에서 가장 위험한 교도소 중 한 곳에 수감되어 있었다. 2018년 7월에 그에게 씌어진 모든 혐의가 취하됐지만, 그는 저널리즘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촉은 자신의 동료가 겪은 일을 본 후 잠적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숨어서 살아야 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나의 온 마음이 나의 마을에 있고, 나의 모든 열정은 엘 에스토르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나도 절망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촉은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했고,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 자신이 가진 것의 대부분을 팔아야 했다.

▲어민들의 시위를 취재했다는 이유로 형사기소된 카를로스 촉 기자는 1년 넘게 잠적해야 했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촉은 12년간 기자로 일했고 2016년 12월에 프렌사 커뮤니타리아에 입사했다. 프렌사 커뮤니타리아는 과테말라에 있는 마야 언론사로, “지역사회의 목소리와 그들의 여러 투쟁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촉은 자신이 하는 일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그의 저널리즘 열정은 십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15살이었을 때, 아버지가 축구 중계를 듣는 걸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웃으며 회상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라디오를 켜면 나는 경기 중계를 따라하는 것을 좋아했죠. 내가 저널리스트로 일을 시작한 게 그때부터죠. 그 후 나는 조금 더 배우게 되었고, 우리 마을에도 세상의 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야 케치 원주민 공동체와 정부당국, 그리고 광산 사이의 긴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고조돼 왔다. 엘 에스토르에서는 페로니켈 광산이 운영되면서 지역 내 거대 녹지였던 숲이 베어져 나갔다. 한때 나무들이 서 있던 자리는 이제 황량한 주황색 얼룩으로 물들었고, 건물들과 파이프는 광석 먼지로 뒤덮였다.

▲엘 에스토르의 허파였던 숲이 있었던 산은 페로니켈 채광 작업으로 맨몸을 드러냈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그 누구의 목숨도 신경쓰지 않는다"

광산 설립에 필요했던 초기 토지수용은 경찰과 광산 보안인력이 2007년과 2009년에 강간과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광산은 캐나다 기업인 스카이 리소스에서 또 다른 캐나다 기업 허드베이에 넘어갔다가 최종적으로 솔웨이에 팔렸다.

엘 에스토르의 광산 소유권을 러시아계 회사 솔웨이가 넘겨받은 것은 2011년이지만, 광산 운영은 여전히 CGN이 담당하고 있다. 그간 CGN이 광산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16년에는 보일러 폭발로 광부 다섯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CGN 전직 직원인 마누엘 라모스 오초아는 “나를 포함해 여러 명이 그 보일러가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는 그저 생산, 생산, 생산하는 데만 관심이 있지, 그 누구의 목숨도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광부의 아내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나설 경우, 회사가 남편의 사망 대가로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이 끊길 것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했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에도 그들은 계속 일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남편은 치명적인 폭발사고가 발생한 날까지도 보일러에 문제가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남편의 상사는 보일러는 전혀 문제될 게 없으며, 아무 일 없을 테니 계속 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자기네 나라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자신들은 직원들을 잃는 일에 익숙하는 말까지 했습니다.

솔웨이의 댄 브론스타인 회장은 성명을 통해 보일러가 폭발한 날인 2016년 8월 13일에 보일러를 보조하는 임시 폐기물 저장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화력발전소 직원들이 호퍼 벽이 마모된 사실을 감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작업을 중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유형의 보일러 설계문서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오작동 때문에 작업을 중단시킬 필요가 없다고 나와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회사가 파손된 보일러를 다른 제조사에서 출시된 것으로 바꾸고 있으며, 폭발사고를 일으킨 것과 동일한 또다른 보일러는 운행을 정지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광산 운영회사가 고용한 전문가들과 정부의 공식 수사로도 폭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페로니켈 공장이 내뿜는 붉은 연기

광산 주변에서는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져갔다. 어민들과 현지 주민들이 제기한 환경오염 우려가 채광 작업 때문이라는 확고부동한 증거는 없지만, 환경훼손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는 존재한다. 현지 주민들은 한밤중에 광산에서 붉은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페로니켈 공장이 내뿜는 붉은 매연.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CGN 전직 직원 오초아는 “CGN측은 제품을 가공하는 밤에 집진필터를 빼놓고 사용한다"며 “회사 측은 사람들이 그걸 못 본다고 생각하고, 결국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산이 밤중에 붉은 매연을 내뿜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업체 측 대변인은 가공처리 공장이 밤에 붉은 매연을 배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금지된 기사' 취재진은 환경센서를 사용해 한 달 동안 광산 주변 공기의 질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공기 중 조립자(coarse particulate) 최고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보다 여섯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과학자 보리스 퀜네헨은 “이 정도의 오염 수치는 중국에서 대규모 오염현상이 발생했을 때 관찰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솔웨이는 성명을 통해 “지역 내 [공기 중 미립자가] 높은 수준의 농도를 보이는 것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는 무관한 도로 분진, 벌판에서 이루어지는 폐기물 소각과 취사에 사용하는 목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엘 에스토르의 한 진료소 소장으로 일하는 아니발 코티는 “이 문제는 장기 후유증을 보이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며 “진료소를 찾는 주민들 중 기관지 천식, 기관지염, 폐렴 진단을 받는 경우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이 같은 취재 내용을 들고 광산을 방문한 르몽드(프랑스)와 엑스프레소(포르투갈) 소속 취재진과 대면한 CGN의 지역사회 대응업무 담당자 메이너 알바레즈는 “우리 회사는 수질뿐만 아니라 공기 중 먼지, 소음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이는 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회사 관계자, 규제당국, 지역사회 모두가 이러한 모니터링을 신뢰한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대체로 자신들의 우려를 무시했다고 느낀다. 어민연합을 이끄는 크리스토발 팝은 “정부가 원주민을 배려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오로지 이익이 되는 일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일반 시민들, 서민들, 그리고 원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 기업의 돈이 있는 일만 중요시합니다.

일 년 반 동안 숨어있던 카를로스 촉 기자는 결국, 지난 1월 판사를 접견하고 미결구금은 면했다. 그는 이제 사건 심문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 12년간 기자로 일하면서 나는 내가 하는 일 때문에 평생 한 번이라도 이런 일을 겪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 누명이 결국 벗겨질 거라는 걸 나는 압니다. 그리고 이 일이 다 끝나면, 나는 울고 싶지 않습니다.

취재: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취재진, 마리옹 귀간(Marion Guégan), 쎄실 실리스-갈레고(Cécile Schilis-Gallego)
번역: 임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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