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금도둑]① 김정훈, 특정인에 '표절 연구' 몰아주고 세금 4천만 원 '펑펑'

2020년 09월 03일 16시 50분

뉴스타파 ‘국회개혁’ 프로젝트 <세금도둑 추적 2020>

      ① 김정훈, 특정인에 '표절 연구' 몰아주고 세금 4천만 원 '펑펑'
      ② 백재현 표절 정책연구 추가 확인, 박선숙・신창현은 반납
      ③ 조원진, 권석창, 김용태 '예산 오남용'...환수방법 없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부터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숨겨놓았던 ‘입법 및 정책개발비’의 존재를 알게됐습니다. 이 국회예산은 연간 80~86억 원 규모입니다. 

뉴스타파는 이 예산을 국회의원이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검증하려 했지만 국회는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좋은 정책을 만들라며 국회의원들에게 소중한 세금을 쓰도록 했지만, 지출 내역은 물론 그 결과물인 ‘정책연구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은 시민들이 확인할 수 없던 것입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3곳은 ‘원문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기나긴 다툼 끝에 결국 올해 1월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20대 국회의원들이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투입해 생산한 정책연구보고서 원문 1,115건 전부를 최초로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타파와 3곳의 시민단체는 이 5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함께 분석하고 취재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정당 대표, 원내대표, 장관 출신 등 요직을 거친 20대 국회의원 54명의 정책연구보고서 202건을 1차로 검증 보도한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의원직을 이어가게 된 현직 의원 105명의 정책연구보고서와 정책자료집 386건을 2차로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대 국회를 끝으로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된 96명의 남은 527건의 검증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 주>

김정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20대 국회 때 진행한 정책연구 가운데 9건이 표절로 드러났다. 여기엔 국회 예산 4000여 만원이 투입됐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올해 행정소송을 통해 확보한 20대 국회의원 정책연구보고서를 전수 조사해 검증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김정훈 전 의원의 ‘표절 정책연구보고서’ 9건은 20대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김정훈 전 의원 정책연구 9건이 표절로 확인, 20대 의원 중 최다

김 전 의원이 20대 국회 임기 중 진행한 정책연구용역은 모두 16건이다. 한국의 대외원조정책, 기후변화, 에너지 관리,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김 전 의원이 정책연구를 맡긴 연구자는 모두 7명이다. 이 가운데 한 사립대 연구교수 이 모 씨가 5건을 수주했다. 이밖에 원자력선진화포럼, 과학기술과인문사회융합연구소 등의 단체 소속 연구원들도 김 전 의원의 연구를 맡았다.

▲ 김정훈 의원실이 발주한 정책보고서와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류(지급청구서)

뉴스타파가 김정훈 전 의원이 발주한 정책연구 16건의 결과보고서를 검증한 결과 9건이 실제 연구는 수행하지 않고 다른 연구자료를 베낀 ‘표절 연구’ 등으로 드러났다.

 
▲ 김정훈 의원실이 발주한 정책보고서 9건이 표절로 드러났다.

김정훈 의원실이 2017년 펴낸 정책보고서 ‘4차 산업혁명 대비 우리나라 산업발전전략 분석’은 2016년 중소기업청의 용역보고서를 베꼈고,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환경규제의 경제성 분석’ 보고서 역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용역보고서를 베꼈다. 2018년 발주한 ‘미래 한국 대외원조정책의 변화요인 고찰’도 같은 방식의 짜깁기가 이뤄졌다.

이밖에 ‘신기후체제 환경 대비 주요국 4차 산업혁명 현황 분석 및 우리나라 정책방향 연구’, ‘우리나라 국가산업정책 방향 정립을 위한 일본의 산업 육성 전략 분석’, 전략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정책을 위한 선진국 동향 연구’ 등도 각각 2015년~2017년 수행된 정부 용역 과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이 김정훈 전 의원의 정책보고서와 원문 보고서를 한장씩 대조한 결과 표절률은 최소 95%에서 최대 1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정훈 의원실이 발주한 정책보고서 표절률은 95% 이상이었다.

김정훈 전 의원이 이 같은 부실 정책용역 연구에 사용한 국회 예산은 확인된 것만 3840만 원에 이른다. 2019년 표절 연구용역에 투입된 수백만 원의 예산까지 포함하면 최소 4000만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낭비된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2019년 추가 지출된 용역비에 대해 3주 넘게 정보공개를 미루고 있다.)

김정훈 의원실, 특정 대학 출신에 연구용역 몰아줘

더구나 김정훈 전 의원은 국회 연구용역 대부분을 자신이 졸업한 특정 대학 출신에게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의원의 연구용역 16건 중 5건을 수주한 사립대 연구교수 이 씨가 이 같은 ‘몰아주기’의 대표적 ‘수혜자’다.

이 씨가 등기부상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과학기술과인문사회융합연구소’는 연구용역 16건 중 4건을 수주했다. 이 연구소는 이 씨가 소속된 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 전 의원은 이 사립대를 졸업했다.

또 김 전 의원의 연구용역 3건을 수주한 ‘원자력선진화포럼’도 김 전 의원이 나온 대학교에 연구실을 두고 있다. 특히 원자력선진화포럼이 수주한 3건의 연구 중 2건을 연구교수 이 씨가 맡았다. 이 씨는 최근까지 원자력선진화포럼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즉 이 씨는 사립대 연구교수로 5건, 원자력선진화포럼 수석연구원으로 2건 등 모두 7건의 정책연구용역을 김정훈 의원실에서 따낸 것이다.

▲ 김정훈 의원실이 발주한 정책연구 12건이 특정 대학에 몰렸다.

김정훈 의원실이 이 씨와 관련 단체에 몰아준 연구용역은 총 12건으로 연구비만 5000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건이 표절로 드러났다. 8건 모두 정부가 진행한 선행연구를 베끼거나 짜깁기했다. 선행연구물의 내용은 물론 참고문헌과 출처, 인용 표기까지 그대로 가져온 ‘표절 보고서’다. 정부는 ‘공공저작물 저작권 관리 및 이용 지침’을 통해 ‘공공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저작물의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제20조)고 규정하고 있다.

▲ 김정훈 전 의원 측은 표절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 측은 정책연구보고서 내용이 표절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특정 대학에 연구용역을 몰아줄 이유도 없으며, 연구 발주는 모두 이 씨가 중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이 잘못한 부분이겠죠. 참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나는데 우리는 그 사람을 되게 신뢰를 했다고요.”
“우리의 출발점은 (국회연구용역) 관련해서 에너지나 이런 쪽에 누가 한전, 한수원 쪽에 (연구) 하고 있는지, 연구포럼을 하는지를 봐서 접촉을 했던 것이 그거였고, 소개를 받았어요. 그것도 처음 시작한 이OO 박사를 통해서, ‘이 주제는 이런 분이 좀 잘하십니다’라고 해서 소개를 받아서 했던 거예요.”
“(연구용역을) 진행하는데 집행을 우리가 다 하고 나면 (의원에게) 보고를 드리거든요. 보고를 드리고 하는데 보니까 하는 말씀이 ‘어, OO대네?’ 의원님은 그 말 이외는 하신 적도 없으세요.”
- 정OO 보좌관 / 김정훈 전 의원실

연구자 이 씨는 국회의 부탁을 받아 전문가들이 연구보고서를 작성했고, 연구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회정책보고서 상에는 기본적으로 양식이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각주라든지, 참고문헌이라든지 이런 걸 어떻게 하라는 규정이 없어요.”
“여기 지금 이름 올라가 있는 사람들 전부 다 관련 분야 전공했던 전문가들입니다. 국회 정책보고서뿐만이 아니고 다른 보고서들도 대부분 다 이런 방식으로 저희가 만들어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또 만들어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렇게 작업을 합니다.”
“OO대 출신이라고 하실지는 몰라도 연구용역을 주고받거나 이런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세요. 밑의 보좌관 중에 하나가 OOO 대학원 출신이에요. 그래서 그 친구가 정책과제보고서 건이 있는데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다가… 그게 인연이 되어서 무슨 용역거리 있을 때마다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 해주실 수 있겠냐고 해서 저희가 그렇게 시작이 된 거예요. 전문성이 있으니까.”
- 이OO 교수 / 김정훈 전 의원 연구용역 수행

김정훈 의원실 ‘표절 보고서’ 직접 생산…“연구자 도와줘”

연구자 이 씨 등이 무더기로 수주한 ‘표절 연구’ 8건 외 나머지 1건은 의원실이 직접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미래 한국 대외원조정책의 변화요인 고찰’을 연구한 한 국립대 김 모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내가 연구보고서를 만들어 국회에 보냈지만 그쪽이 원하는 형식에 맞지 않아 (김정훈 의원실에서) 알아서 처리했다는 말을 들었고, 연구 결과와 상관 없이 연구비는 500만 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정훈 전 의원 측도 김 교수 대신 연구보고서를 대리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연구자가 최초 보내온 연구보고서의 품질이 낮아서였을뿐 의원실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자가) 이상한 자료를 보내와서, 그거 저희가 오히려 그 교수님 도와드린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내용이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그때 저희 쪽에 있던 애들이 다 달라붙어서 그걸 살을 붙이고 막 뼈대를 다 고쳐드린 거예요.”
- 정OO 보좌관 / 김정훈 전 의원실

▲ 김정훈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산을 떠나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전화와 문자를 통해 취재진이 거듭 해명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내리 4선을 지낸 김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뒤 현재 서울 서래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취재가 본격 시작되자 김 전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해당 예산 반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회의원 정책연구 용역보고서는 뉴스타파 머니트레일 용역보고서 원본 공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이 사이트를 통해 2018년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집행 내역을 공개했고, 이후 국회 특정업무경비, 국회 특수활동비, 의원별 정책자료발간 및 홍보 유인비, 국회 교섭단체 정당 정책위 해외출장 내역 등을 확보해 공개하고 있다.

제작진
취재임선응 강현석 연다혜 박중석
데이터최윤원
촬영정형민 신영철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