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기획 - 약속 어긴 '귀족학교' 국제중에 혈세 지원

2013년 05월 10일 09시 18분

서울시내 사립 국제중,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 주기로 각서 써서 학교인가 받고 설립 후 나 몰라라
교육당국은 국민 세금으로 메워줘.

서울의 영훈 국제 중학교와 대원 국제중학교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설립됐는데도 불구하고, 설립이후 4년동안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영훈 국제 중학교와 대원 국제 중학교는 설립 당시 특권층만 다니는 이른바 "귀족학교"라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서울시 교육청에 전체 학생 정원의 20%를 저소득층 학생들로 선발하고 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중학교의 인가 과정에서 이 각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두 학교는 각서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 대원 국제중학교는 개교 첫해인 2009년 장학금으로 1억 2천여만원을 지급한 것을 제외하고 2010년, 2011년, 2012년 3년 동안 약속했던 장학금을 단 한차례도 지급하지 않았다. 영훈 국제중학교도 상황은 비슷해 2009년 1억 1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뒤 2010년에는 장학금 액수를 약 10분의 1로 줄여 1300여만원만 지급했고, 2011년엔 720여만원, 2012년에는 49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들 학교가 내지 않은 장학금은 정부가 대신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2009년부터 대원 국제중학교에 지급된 정부지원금은 모두 7억 8000여만원이었고,영훈 국제중학교에는 무려 12억 3000여만원이 들어갔다. 서울시 교육청은 "장학금 이행을 독촉했으나 학교가 설립된지 일년이 지난 뒤부터 학생들의 학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해와 지원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결과 서울시 교육청은 국제 중학교가 개교한지 3개월만인 2009년 6월,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이들 사학재단에 교육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여 2009년 9월 '서울 국제중 사배자 지원 방안'이라는 지침을 만들어 국민 혈세가 사립 국제 중학교에 투입되는 것을 허용했다. 

 교육당국의 이런 조치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현행법상 국제고, 외국어고, 자립형 사립고 등 특목 고등학교는 초중등교육법 91조 3항에 따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국제중학교에 대해서는 법적 지원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교육청과 교육부는 뉴스타파의 취재가 시작되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부에 요청한 것은 맞지만 최종 판단은 교육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교육부는 "교육청 요청이 있어서 응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약속을 어긴 영훈 국제중학교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대원 국제중학교는 "대원 학원은 처음부터 장학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법인"이라고 실토하며 "그래도 정부지원이 없었다면 어떻게든 장학금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약속 불이행을 정부 탓으로 돌렸다.


서울시 강북구 미아 5동. 비좁은 골목길에 학생들을 태운 외제차와 고급 승용차들이 들어섭니다. 강남 지역 등에서 출발한 스쿨버스도 속속 도착합니다.

오전 7시 영훈 국제중의 등굣길입니다.

설립된 지 5년. 영훈 국제중학교 주변에는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온 학부모과 학생들로 분주했습니다.

[박점자 / 서울 미아 5동 상인]

“이 동네 사람들은 별로 없어. 전부 강남에서 오고 하지 .여기는 아무래도 서민이잖아. 워낙 등록금이 비싸니까 들어갈 수도 없고.”

돈 많은 학부모들이 주변 아파트를 사는 바람에 집값도 치솟았습니다.

[박서정 / 부동산중개인]

“25평에 4~5억. 강북상권치고는 여기가 아파트가 좀 비싸게 형성돼 있는 편이에요. 대부분이 학교 보내려고. 이 학교 보내는 조건이나 이런 거를 알아보시는 김에 집도 같이 알아보시러 오시는 거죠.”

일반 중학교는 무상교육이지만, 사립 국제 중학교는 대학 등록금에 버금가는 수업료를 내야합니다. 학생들이 연간 부담해야하는 액수는 천만 원이 넘습니다. 설립당시부터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때문에 정부 인가 당시 이들 사학재단 이사장은 전체 학생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로 뽑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당시 서울시교육위원회에 출석한 재단 이사장들의 발언입니다.

영훈 국제중학교의 이사장은 “돈을 빌려서라도 그 학생들을 수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대원 국제중학교의 이사장도 “열심히 해서 모자라면 더 거둬들이고 해서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 사학재단들은 정부에 각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을 특별 전형으로 선발하겠다, 이들이 학비에 걱정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문서로 확인한 것입니다.

당시 교육청이 사립 국제중학교를 인가해준 데는 이 각서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국민들의 너무 반대가 심하네. 막 단식투쟁까지 하고 교육위원회에서 안 된다고 하니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잖아요. 깜짝쇼가 필요한 거죠. 그래서 꺼낸 카드가 사배자전형 카드였고, 각서까지 쓰면서 약속을 했잖아요. 공포를 한 거잖아요. 만천하에. 그리고 교육당국이 확인해 줬잖아요. 서울의 두개의 국제중은 일종의 약속 하에 계약한 거거든요. 그래서 오죽하면 조건부 설립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인가가 나자마자 이들 사학 재단은 태도를 180도 바꿉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서울시 교육청 자료입니다.

대원 국제중학교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 액수입니다. 개교 첫해인 2009년 1억 2천만 원을 지급한 걸 제외하곤 2010년, 2011년, 2012년 3년 동안 약속한 장학금은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영훈 국제중도 비슷합니다. 이 학교도 개교 첫해인 2009년 1억 천만 원이었던 장학금이 그 다음해인 2010년엔 거의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2011년엔 7200만 원, 2012년에도 4천 9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어떻게 학교를 다녔을까? 이들 사학 재단들이 돈을 내지 않자 서울시 교육청이 돈을 대납해줬습니다.

대원국제중학교에 지급된 정부 지원금은 모두 7억 8천여만 원. 영훈 국제중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약 12억 3천만 원을 챙겼습니다. 모두 국민의 세금입니다.

인가 당시 경제적으로 궁핍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한 사학 재단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국제중학교를 인가하면서 정부의 지원은 없다고 말했던 정부의 말도 모두 거짓말이 됐습니다. 특히 교육청의 국제중학교 지원은 법적인 근거도 없습니다.

도대체 왜 서울시 교육청은 국제중학교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했을까?

[서울시교육청 담당 사무관]

(감당하지 못할 약속을 한 걸 교육청은 뭐라고 해야 되는 입장 아니에요?)

“뭐라고 했겠죠. 우리는 많이 이행촉구하고 그랬죠.”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이 약속 이행을 독촉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2009년 6월, 그러니까 국제중학교가 개교한지 불과 3달 만에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부에 국제중학교의 경영상황이 어렵다며 교육경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교육부는 서울시 교육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0년부터 사립 국제중학교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모든 일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사립 국제중학교에 교육비를 지원했던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 이제와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서울시교육청 담당 사무관]

“거기에(정부지원) 대해서 판단을 해 준 거에요. 교육부에서. 판단이 안 맞으면 (우리가) 못 주는 것이지.”

[교육부 담당 서기관]

“국제중 학생들 교육비 지원하는 문제도 일단 서울시 교육청에서 저희가 먼저 그런 것들을 진행하기는 어려웠고 서울시 교육청에서 일단 먼저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응한 이런 측면이 있고 해서...”

영훈 국제중학교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영훈국제중 관계자]

“저희들은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할 말은 더 이상 없습니다.”

대원 국제중은 처음부터 장학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고 실토했습니다.

[대원국제중 관계자]

“결과적으로 약속을 못 지킨 것처럼 돼 있는데, 제가 볼 때는 실제로 우리 학교가 그렇게 모든 학비를 매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학교에요. 법인이.”

(이행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행하지 않은 것은 좀.)

“지금 그걸 가지고 자꾸 말씀을 하시면 그 때의 정황이 그렇게 그렇게 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라는 그 말밖에...”

심지어 이들 국제중학교는 모두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학교 재정이 어렵다며 학부모들에게 발전기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대원 국제중 학부모]

“우리 애는 그런 걸 (학생회 활동) 많이 하고 싶어 했어요. 왜냐면 돈은 없어도 나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적극적으로 하고 그러고 싶어했는데 여기와서 다 쭈그러들고 기가 죽고  왕따 당하고.”

(왜 왕따 당했어요?)

“사배자라는 낙인이 찍혔으니까 그런거죠. 학교에서 은연 중에 뉘앙스를 줘가지고 너희는 너희끼리 어울려라.”

[영훈 국제중 일반 졸업생 학부모]

“학부모들한테 기부금 얘기를 했고 사회적 배려자들에 대한 무시적인 발언도 했었고 사회적 배려자들 때문에 학교 운영이 정상화될 수가 없다. 이런 재정상태에서는. 그걸 공개적으로 학부모들한테 얘기를 했어요 불러서. 교장실로 저희를 부르더니 얘기하셨어요 명확히. 사회적 배려자들 때문에 학교재정이 좀 힘들어서 학부모들이 많이 도와주셔야 됩니다. 많이 도와달라는 얘기가 뭐겠어요? 재정적 지원이겠죠.”

영훈국제중학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이 사회적배려대상자로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물의를 일으켰던 학교입니다. 대원국제중학교 역시 사회적배려대상자라며 의사나 변호사 등 부유층 자녀들을 대거 입학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적배려대상자 입학전형은 본래 저소득층 학생들을 배려해 선발해서 장학금을 주라는 취지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이들 사학재단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약속했던 장학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았고, 돈이 되는 부유층 자녀들을 입학시키는 데 혈안이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뒤늦게 지난 한달 동안 국제중학교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의 세금을 이른바 ‘귀족학교‘에 지원한 교육당국이 과연 제대로 된 감사를 했을 지는 의문입니다.

뉴스타파 홍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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