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총선 기획 3부작> 1부 : 세대 다양성 국회

2024년 02월 15일 20시 00분

22대 총선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 뉴스타파는 <총선 기획 3부작>을 연속 보도할 계획입니다. 먼저 첫 번째는 국회의 '세대 다양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21대 국회의 80% 이상은 50~70대(당선 당시 나이 기준), 2030대는 고작 4.3%에 불과합니다. 역대 국회는 어땠을까요? 지난 18대부터 20대 국회까지 따져보니, 2030대 의원 비율은 2.34%, 2.67%, 1%였습니다. 역시 이때에도 50~70대 의원의 비중은 모두 80%가 넘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돼 온 우리 국회의 '세대 편향성.' 정치권이 늘 입버릇처럼 외쳐왔던 '청년' 구호와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었을까요.

① 청년 영입 외치더니... 청년 법안 푸대접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은 주요 '캐스팅 보터'인 청년층의 표심을 잡는데 혈안이 됩니다. 실제로 20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압도적이었던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습니다. 또 20대의 국민의힘 지지도가 민주당을 따라잡았던 2021년 4.7 재보궐 선거와 2022년 3월 대선, 6월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국민의힘이 이겼습니다. 
이들 청년의 표심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정치권은 '청년 인재'를 선택합니다. 2030 인재를 영입해서 선거에 내보내는 것이죠. 하지만 모두 '소문난 잔치'였을 뿐입니다. 인재 영입식, 기자회견만 떠들썩하게 했을 뿐 실제로 공천을 받거나 당선권 비례대표 번호를 받는 2030 세대는 거의 없습니다. 
뉴스타파는 21대 국회에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발의된 전체 의원 법률안 2만2469개도 분석했습니다. 특히 청년·창업·출산·결혼·육아·대학생 등 청년의 삶과 밀접하다고 판단한 '청년 관련 키워드' 27개를 통해 '청년 키워드 법안' 980건를 추출했습니다. 
이 법안들의 가결률(원안 및 수정가결)을 한 번 따져봤습니다. 청년 키워드 법안의 가결률은 2.45%, 전체 2만2469개 법안의 가결률(5.13%)의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② 국회가 외면한 '청년 민생'은 바로 이것 

'중장년이 장악한' 우리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청년 키워드 법안은 다양합니다. 그중에는 특히 청년들의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도 많습니다.
먼저 '양육비 대지급' 법안입니다. 우리 사회의 이혼 가정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앞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될 청년도 많아질 것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한부모 가정의 양육자 중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사람은 80%에 달합니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은 온갖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 다니며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땜질 처방만 했을 뿐 근본적인 해법에는 무관심했습니다.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이를 미지급자에게서 징수하는 대지급 법안 7건이 발의됐지만, 논의는 거의 없었습니다. 현재 양육비 대지급 법안은 자동폐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학생 주거 안정을 위한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수많은 대학생들은 기숙사가 부족해 비싼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물가도 오르며 월세가 80만 원까지 하는 원룸 자취방도 생겼죠. 그런데도 대학들은 기숙사를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수년째 20% 미만입니다. 
21대 국회에는 대학 기숙사 확충을 위한 법안 2건이 발의됐습니다. 결과는 역시 '방치'였습니다. 상임위원회 회의록에는 아예 논의 기록조차 없었죠. 
이외에도 창업 활성화 법안, 미혼부의 출생 신고를 가능케 하는 법안, 대학생 주거비 학자금 대출 법안, 비혼 가구 지원 법안, 국민참여예산제 청년 참여 보장법안 등이 발의됐지만, 모두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입니다. 

③ '젊은 국회'를 상상하다

뉴스타파는 21대 국회의 청년 국회의원 4명과 대학생, 취업준비생, 정치 플랫폼 대표 등을 만나 '우리 국회의 세대 편향성이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국회 내의 세대 편향성은 왜곡된 담론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신·구 가치관의 충돌 속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한데,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가 계속 중장년이 절대다수인 구조로 운영된다면 대등한 논의와 토론이 어렵다는 것이죠. 전체 법안 가결률의 절반 미만인 청년 키워드 법안의 가결률도 여기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뉴스타파가 분류한 980개 청년 관련 법안의 의원 1인당 발의 건수는 2030대 의원 8.1개, 40대 4.24개, 50대 3.69개였습니다. 2030 의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청년 관련 법안의 수도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죠. 취재진과 인터뷰한 사람들은 '국회 내 담론 구조, 법안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고 결국 청년 법안의 가결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청년들에게 국회 입성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공천 기회는 요원하고, 그마저도 '험지'에 가거나 당선권에서 벗어난 비례대표 번호를 받기 일쑤입니다. 정당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급 노동도 해야 합니다. 아직 이렇다 할 자산과 경력을 쌓을 새가 없었던 2030대가 마냥 버티기에는 가혹하고, 불투명한 조건입니다. 수많은 청년이 정치권에 뛰어들었다가 떠나는 이유죠. 결국 청년들에게 더 많은 정치적 기회와 안정적인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청년 정치를 키우겠다'는 정치권의 말은 선거만 끝나면 바로 증발해 버릴 포퓰리즘에 불과할 겁니다.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도 여러 정당은 청년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청년 인재를 영입하고, 청년 공약을 내세우고, 대학생 간담회를 열고 있죠. 이번에는 좀 다를까요. 또 청년을 '선거용 액세서리'로만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어쩌면 유권자인 우리도 '국회의원은 연륜이 좀 있어야만 한다'는 색안경으로 선거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양성 국회'를 위한 특별 페이지>
https://pages.newstapa.org/2024/dashboard/
※법안 분석, 이렇게 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른바 '청년 키워드 법안'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먼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2023년 12월 31일 기준 21대 국회 재적의원 298명의 대표발의 법률안 2만2469개를 추출했습니다. 결의안, 탄핵소추안, 특별검사 임명안, 징계안 등은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청년·육아·신혼·출산·결혼·대학생·창업·채용·비혼 등 청년의 생활과 밀접하다고 자체 판단한 27개 키워드를 통해 1차로 법안을 분류한 뒤, 2차 개별 검수를 통해 '청년 키워드 법안' 980개를 추출했습니다.
국회의원 298명의 연령은 '당선 시점 기준 만 나이'로 계산했습니다. 절대다수는 당선일이 21대 총선날인 2020년 4월 15일이었습니다. 다만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온 13명은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법안 가결률은 [(원안 및 수정가결된 법안 개수) ÷ (발의된 법안 개수) X 100%]로 계산했습니다.
의원 1인당 청년 법안 발의 건수는 [(대표발의자 연령대별로 발의된 청년 법안 개수) ÷ (연령대별 의원 수)]로 계산했습니다.
제작진
취재최기훈 홍주환
촬영김기철 김희주 이상찬 오준식 정형민
편집박서영 윤석민 장주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앵커심인보
연출박종화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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