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뉴스타파 등 비판 언론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1년이 됐다. 지난 7월 8일 검찰은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윤석열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3번의 공판 준비기일을 거쳐 이달 24일부터 본 재판이 시작된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이번 수사를 윤석열 대통령과 그 하수인 검찰, 그리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삼각편대를 구성해 벌인 정치수사로 규정해 왔다. 오늘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검찰의 주장은 무엇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보고, 앞으로 재판에서 다뤄질 쟁점이 무엇인지 정리한다.
지난해 9월 14일 검찰 '대선개입 여론조작' 수사팀(팀장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이 뉴스타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Q: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쟁점과 뉴스타파의 입장
이 사건의 원인이 된 보도는 지난 대선 3일 전(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대장동 업자 김만배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간 대화 녹음파일’이다. 김만배의 발언 요지는 ①윤석열 후보가 2011년 대검중수부 부장검사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자신과 가까운 박영수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을 봐줬다. ②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일당에게 특혜는커녕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이 사건 수사에 나서면서 뉴스타파 보도뿐 아니라 지난 대선 당시 나온, 2011년 대검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 윤석열 검증기사들이 민주당-이재명 후보 측과의 사전 공모에 의해 만들어졌고, 모두 허위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낸 공소장에는 민주당과 이재명이 해당 보도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김만배-신학림-뉴스타파로 이어지는 공모관계에 대한 구체적 내용도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모했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뉴스타파는 해당 보도 과정에서 김만배, 신학림과 허위 보도를 공모한 사실이 없다. 신학림을 통해 입수한 녹음파일에 근거해, 김만배의 발언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편집회의를 거쳐 보도를 결정했다.
Q: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 어떻게 진행됐나
지난해 9월 14일, 검찰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이 뉴스타파 사무실과 한상진 봉지욱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뉴스타파로 시작된 수사는 이후 여러 언론사, 전현직 언론인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총 5개 언론사(뉴스타파, JTBC, 뉴스버스, 경향신문, 리포액트)와 소속 전현직 기자 8명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12월 6일에는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언론인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올해 4~5월에는 뉴스타파 기자 3명을 상대로 공판전증인신문 절차도 진행됐다.
지난 7월 8일, 검찰은 김만배, 신학림, 김용진, 한상진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했다. 7월 31일, 8월 23일, 9월 2일 세 번의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8월 13일, 검찰은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전 JTBC 기자)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송평수 전 선대위 대변인을 역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8월 7일에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과는 상관없이 김만배와 돈거래를 한 전직 기자 2명이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Q: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다. 애초 검찰이 그린 ‘허위 기획 보도’ 프레임은 입증됐나. ‘검찰 프레임’이 깨졌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난 9월 2일 3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다. 앞선 두 번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이 공소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을 검찰이 일부 수용한 결과다. 재판장은 “윤석열 명예훼손과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이 무슨 관계가 있나”, “명예훼손 공소장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공소장 같다”, “뉴스타파 외 타 언론 보도의 경위와 의미는 이 사건 공소장에 필요없는 내용이다”는 등 검찰 공소장을 비판하고 변경을 요구했었다.
공소장이 변경되면서 당초 공소장에 들어 있던 ①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②뉴스타파 보도와 관련없는 타 언론 보도 경위, ③대장동 사건 관련 김만배 혐의에 대한 검찰의 단정적 표현 등이 상당부분 사라졌다. 참고로,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업자들에게 특혜를 준 게 아니고 오히려 부당하게 돈을 뜯어갔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검찰이 공소장에 쓰면서 알려진 표현이다.
공소장이 변경됐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검찰의 핵심 주장인 허위인터뷰 공모관계가 불명확하다. 재판장도 이를 지적했다. 다만 원활한 재판을 위해 일단 변경된 공소장으로 재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공소장 추가 변경 가능성이 열려 있다.
Q: 검찰 수사과정에서 여러 불법 행위가 있었는데
우선 압수수색 과정부터 불법 행위가 자행됐다. 검찰은 법원이 압수수색을 허락하지 않은 한상진 기자 자택에 있는 노트북을 열어 수색했고, 노트북에서 역시 압수수색이 허락되지 않은 이메일 2180개를 키워드까지 넣어 일일이 뒤졌다.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의 경우, 검찰이 임의로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아내 연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봉지욱 기자, 이진동 뉴스버스 기자,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의 경우 이 사건과 무관한 취재자료들을 압수수색 당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윤석열의 대검중수부 검사 시절 대장동 브로커 봐주기 의혹 사건, 윤석열 대선 후보 검증 기사’ 관련 기록과 증거만 압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것과 무관한 김건희 여사의 양평고속도로 관련 자료, 한동훈 현 국민의힘 대표의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들이 모조리 털렸다.
지난 4월 진행된 공판 전 증인신문에선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법정에 현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가 지인과 나눈 문자메시지인데, 확인결과 검찰이 증거로 내놓은 문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체 수사보고서에서, ‘한상진 기자가 허위 주장을 하면서 사법시스템을 방해한다’고 적었다. 검찰 수사보고서는 검찰이 법원에 낸 증거기록에 포함되어 있다.
사건과 무관한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아무 허가나 허락없이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디넷), 속칭 검찰의 '디지털캐비넷'이라 불리는 공간에 보관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팀이 3200명 가까운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에 대한 통신 사용자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피의자나 참고인과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사람들이다. 윤석열 대통령 한 사람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렇게 많은 통신사용자조회를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수사권 남용 아닌가 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뉴스타파 한상진·봉지욱 기자, 김용진 대표.(왼쪽부터)
Q: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법정에 나와 증언해야 하는 이유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할 권한이 없다. 검찰은 이 사건이 부패범죄이자 경제범죄인 대장동 사건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다. 통상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확인한 다음 수사를 시작하고 공소를 제기한다. 1심 선고 전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재판이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윤석열 대통령은 명확한 처벌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나가 피해자 조사를 받든, 법정에 나와 처벌 의사를 밝히든 해야 하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지난 3번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의견서를 통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대장동 일당 봐주기 의혹”이기 때문이다. 2011년 윤석열 검사가 주임검사였던 대검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이 대장동 사업을 어떻게 수사했는지, 왜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을 수사해 처벌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난 9월 2일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우형 봐주기가 있었는지 여부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Q: ‘윤석열의 조우형 봐주기’ 의혹 증거 있나
검찰은 2011년 대검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할 때, 대장동 사업장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도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의 참고인일 뿐 수사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조우형을 수사할 단서도 없었고, 따라서 조우형을 봐 줄 이유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검찰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일단 조우형은 2011년 대검중수부에서 처벌받지 않은 혐의로 2015년 수원지검에서 처벌을 받아 감옥에 갔다. 조우형이 대장동 사업장에 부산저축은행 대출금을 끌어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2011년 대검중수부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라는 증거도 확인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6만 쪽이 넘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거기록에서도 검찰 주장을 반박할 여러 증거를 확인했다. 새롭게 확인된 증거는 앞으로 보도와 법원에 제출할 의견서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Q: 수사 초기부터 검찰과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소위 ‘발췌 편집’ 문제도 중요한 쟁점인데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발췌, 편집 문제는 검찰 공소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뉴스타파가 김만배 발언을 보도하면서 일부 내용을 발췌, 편집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만배 발언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인터뷰가 아닌 자연스런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다. 검찰의 ‘악의적 발췌, 편집’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문제는 검찰이 공소장에서 녹음파일 발췌, 편집 문제와 관련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초 공소장 46쪽에서 검찰은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한 발언의 요지를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당시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무과장이었던 윤석열과 통할 수 있는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했고, 윤석열은 박영수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한마디로 ‘윤석열의 조우형 봐주기가 있었다’는 것으로 뉴스타파 보도 취지와 같다.
그런데 공소장 56쪽(‘발췌, 편집’ 부분)에서는 검찰 주장이 완전히 달라진다. “김만배는 윤석열 후보가 박영수 변호사의 청탁을 받고 조우형에 대한 사건을 무마시켰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는데, 뉴스타파가 이를 왜곡, 발췌 편집해서 마치 조우형을 봐준 것처럼 보도했다”는 취지로 적혀 있다. 하나의 공소장에서 핵심 증거에 대한 판단을 제각각 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9월 2일 진행된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의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거기에 공소사실을 꿰맞추다보니 벌어진 웃지 못할 촌극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냈다.
Q: 지난 7월 31일 첫 공판준비기일에 앞서 한상진 기자가 “수사기록을 언론에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공개 계획은 정해졌나
이번 사건은 뉴스타파만의 사건이 아니다. ‘정치권력의 언론탄압’ 사건이다. 많은 언론의 관심과 정확한 기록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기록 공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뉴스타파는 재판 진행 상황에 맞춰 각종 기록을 있는 그대로 공개할예정이다. 검찰발 기사가 일방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