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청산하지 못한 적폐의 반격

2022년 07월 15일 16시 40분

지난 7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교정에 20여개 시민 사회단체 대표 등 4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대가 추진중인 전임 교수회 임원에 대한 징계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징계 사유를 보면서 놀라운 것은 대학 당국이 제시한 영남대 역사에 대한 해석과 다른 해석을 용납하지 못하고 바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의사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약 한다는 점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인사위원회는 지난 5월 이승렬 전 교수회 의장과 김문주 전 사무국장에 대한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안을 승인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는 소명절차 등을 거쳐 8월쯤 징계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3년 전 교수회 활동으로 심판대에 오른 교수들은 보복성 징계라며 반발했다.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현 (최외출) 총장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고, 없던 걸로 해 달라고 얘기해라. 그러면 정리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저는 그렇게 못 합니다. 그것은 제 인간으로서의 자존일 뿐 아니라 선생으로서의 제 책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굴종적이고 억압적인 삶을 사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교단에서 강의할 수 있습니까. 

지난 7일 영남대 전임 교수회  임원 부당징계 촉구 기자회견에서 나온 김문주 전 영남대 교수회 사무국장의 발언
뉴스타파는 학교 측이 제시한 징계 사유 설명서를 입수, 징계안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봤다. 

영남대 전신인 대구대학 설립자의 손자 초청 강연이 해교 행위?

이승렬 전 교수회 의장에 대한 징계 사유 중 첫 번째는 학교 측이 정당한 사유로 금지한 외부인사 초청 강연을 강행,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당시 학교 측이 교수회에 보낸 강연 불가 통보서에는 '그 분의 최근 언행 등을 비춰보아 대학의 명예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돼 있을 뿐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뉴스타파는 영남대에 징계사유서에 명시한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엿새 만에 돌아온 답변은 ‘답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남대 홍보팀 관계자는 "요청하신 질문에 대해 해당 부서 검토 결과, 답변서를 회신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뉴스타파에 보냈다. 
학교 측이 불허한 문제의 초청 강연자는 최 염 선생이다. 최 염 선생은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학 설립자 최 준 선생의 손자로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강제 합병되는 과정을 지켜 본 '시대의 목격자'다.  2019년 5월 당시 교수회는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최 염 선생을 초청, 최 준 선생이 백산 무역을 통해 독립 운동을 한 과정과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학 창학 정신에 대한 특별 강연을 마련했다.   
뉴스타파는 학교 측이 주장대로 이날 특강에서 영남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승렬 전 교수회 의장은 "처음부터 끝까지의 내용을 제가 다 기억은 못하지만 제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설립 과정에 부당한 개입, 국가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있어서 잘못 탄생된 대학이다. 그렇지만 생명체다. 그 전신이 우리(대구대학)로부터 시작이 됐으니 우리는 영남대학을 도와야 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남대는 초청 강연 등을 통해 이승렬 전 의장이 학교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 또는 허위사실의 유포 및 확산에 공조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이 징계 사유서에서 사례로 제시한 근거 없는 주장 또는 허위사실은 세 가지다. 
1.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대구대학을 압박해 삼성에게 대학운영권을 넘겼다.
2. 박정희 정권은 설립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강제로 합병했다. 
3. 돈 한 푼 안 낸 박정희가 여전히 설립자로 남아있다.
그러나 징계 사유서에는 이승렬 전 의장이 이같은 발언을 했다거나, 이 같은 주장에 동조했다는 근거는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대학을 압박해 삼성에게 넘겨줬다? 이건 제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거든요. 제가 그렇게 발언했을 리가 없을 것 같아요.틀린 역사적 사실이니까.박정희는 (대구대학이 아니라) 삼성을 압박했죠.

이승렬 전 교수회 의장의 발언(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비록 영남대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은 박정희 정권 당시 강제 합병에 반대했다는 증언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최창호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 이사는 "대구대학 설립자 최 준 선생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이사회가 순식간에 학교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승렬 전 의장은 "당시 청구대학 이사장은 합병을 결정할 때 이사회 자리에 가지 않았다. 설립자가 알지도 못 하는 가운데 이사들끼리 결정해서 박정희한테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돈 한 푼 안 낸 박정희가 여전히 설립자로 남아있다'는 주장이 허위라는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일문 전 영남학원 이사장은 198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가 영남대 재단에 사비를 출연한 기록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생전은 물론 사후 수십년간 영남대의 주인, 즉 교주였다. 영남대 정관에서 교주 대신 설립자로 바뀐 것은 이명박 정부때다.
뉴스타파는 영남대에 '돈 한 푼 안 낸  박정희가 여전히 설립자로 남아있다'는 주장이 어떤 이유에서 근거가 없거나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했는지 이유를 물었다. 영남대 측은 이에 대한 답변도 거부했다.

교수회 임원진이 공금횡령 또는 업무상 배임?

영남대는 김문주 전 교수회 사무국장이 부적절한 회계 운영을 통해 공금을 횡령하고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문주 교수가 평의윈회에서 교수회 사무국장으로 인준을 받지 않은 2019년 2월과 3월 두 달간 총 97만 원 상당의 활동비를 부당 수령했고, 교수회 사무국 직원에게 명절 상여금 등을 임의로 지급해 공금 유용 또는 업무상 배임 행위를 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김문주 전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사무국장의 임기 시작 문제는 규정과 현실에서의 상위 때문에 발생한 것일 뿐 횡령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영남대 교수회 규정에 따르면 임원의 임기는 매 홀수 해 2월 1일 시작한다. 그런데 사무국장은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또는 4월에 열리는 평의원회에서 임명 동의를 받는다. 이 기간동안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이 없으면 업무 인수인계는 물론 새 교수회 운영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영남대 교수회는 오래 전부터 교수회 의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사무국장을 임명하게 하고, 나중에 열리는 평의원회에서 사후 승인을 해왔다.    
최외출 영남대 총장이 지난 2019년 교수회 평의원회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사무국장에 대한 사후 인준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다.  
저희가 (교수 23기)인데 19기, 20기, 21기, 22기 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진행이 돼 왔습니다.교비 회계 횡령이 아니고 예전부터 교수회가 동일한 방식으로 사무국장에게 수당을 지급했다는 건가요?그렇죠.2019년 4월 평의윈회에서 지금의 현 (최외출)총장이 그 당시에 정치행적대학 의장이었어요. 사무국장 임명 동의, 사후 승인에 관해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아주 집요하게 했죠.  

김문주 전 교수회 사무국장과의 질의응답에서 발췌
교내 계약직 직원에게 명절 상여금 등을 지급하는 것 역시 관행이다.  영남대는 교수회뿐 아니라 각 학과에서도 명절 때면 계약직 직원들에게 각 20만원 상당의 상여금을 지원했다. 이들 계약직 직원들은 대부분 영남대 졸업생들이며, 최저 임금을 받고 있다.
게다가 김문주 전 사무국장이 재임한 23기 교수회가 사무국 직원에게 지급한 명절 상여금과 기타 보조금은 2년간 총 80만 원으로 역대 교수회 중 가장 적다. 
김문주 전 사무국장이 재임한 23기 교수회가 집행한 명절 상여금과 기타 보조금 지급 규모는 80만 원으로 이전 교수회보다 액수가 적다.
그렇다면 영남대는 왜 이승렬 교수 등을 징계하려는 걸까. 
이승렬 교수가 의장을 맡았던 시절 교수회는 최외출 총장에게 있어 눈엣가시나 다름 없었다는 지적이다.  교수회가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최외출 총장을 고발하고, 학내 민주화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최외출 총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 캠프 기획조정 특보를 맡았고, 학교 경비로 서울에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3억 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고발됐다.  
최외출 총장은 또 오래전부터 영남대의 비선실세로 군림하며 교원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석균 전 영남대 총장은 지난 2020년 11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검찰에 고소한 사안이기도 한데 (최외출 당시 총장이) 인사 부문에서 어떤 사람을 해임시켜라, 어떤 사람을 써라 그런(외압) 게 굉장히 많았죠. 총장 임기를 제대로 마치는 총장이 되길 바란다는 식의 협박조로 여러 번 말했고.심지어 2016년 초에는 '이제 (임기가) 1년 남았으니까 총장은 대외 업무를 하고, 앞으로 남은 1년은 내(최외출 당시 부총장)가 학교(업무)를 다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석균 전 영남대 총장 인터뷰(2020년 11월)
최외출 총장에 대한 2019년 고발장에는 지자체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도 포함됐다. 최외출 총장은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글로벌 새마을운동 포럼'을 주최하면서 2억 원을 자체 부담하는 조건으로 경북도로부터 1억5천 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 또 대구시에는 1억5천만 원을 자체 부담하는 조건으로 2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약속했던 자부담은 없었고, 최외출 총장은 두 지자체를 속여 보조금을 이중 지원받은 혐의로 고발됐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월 고발 내용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한 달 뒤 최외출 총장은 영남대 16대 총장에 취임했고, 이승렬 전 의장 등에 대해 징계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에서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적폐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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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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