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글로벌 탐사보도 총회서 국정원 보도 사례 발표

2013년 10월 22일 09시 28분

-외국 기자들, 국정원 사건 ‘믿기 힘들다’  반응 

지난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글로벌 탐사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열렸다..

2년에 한 번씩 전 세계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보도성과와 취재기법을 공유하는 자리에 올해도 뉴욕타임스, CNN, BBC, 가디언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과 탐사보도 전문  매체에서 내로라하는 탐사보도 전문기자 8백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컨퍼런스에 초청받아 그 동안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국정원의 트위터 여론조작을 통한 대선개입 실태 추적보도 사례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외국 기자들은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 등을 활용한 뉴스타파의 보도내용에 큰  관심을 나타낸 동시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대선 기간에 SNS를 통해 대규모 여론조작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에 대해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국 정보기관의 불법 행위를 파헤쳤던 덴마크 기자는정보기관의 대선 개입 행위는 당연히 위법 행위이며 유럽 같으면 이에 대한 독립적 수사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발표내용과 외국기자들의 반응 등 이번 컨퍼런스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앵커 멘트>

지난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는 글로벌 탐사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각국의 뛰어난 탐사보도 사례들이 소개되는 자리인데요.

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컨퍼런스에 초청받아, 국정원의 SNS 여론조작을 통한 대선개입 실태 취재 사례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유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유정 기자>

브라질의 옛 수도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도시 리우 데 자네이로입니다. 지난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이 곳에 전세계 탐사보도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GIJN, 즉 글로벌 탐사저널리즘 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이 컨퍼런스는 2001년부터 시작돼 2년에 한 번씩 탐사보도 언론인들이 모여 자신의 보도성과와 취재기법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립니다.

올해도 뉴욕타임스와 CNN,BBC,가디언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과 탐사보도 매체에서 내로라하는 탐사보도 전문기자 8백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데이비드 카플란 GIGN 대표]

"영리, 비영리를 통틀어 탐사보도를 하는 언론사가 전 세계에 190개 이상 있습니다. 중국, 인도, 중남미 등 곳곳에서 동료 탐사보도 기자들은 훌륭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보도가) 변화를 만듭니다."

나흘간의 컨퍼런스 기간동안 여러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각국의 탐사보도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특히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권력 남용과 부정을 고발해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이끌어낸 사례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덴마크 기자는 미국 CIA가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를 잡기 위해 드론 즉, 무인항공기 폭격을 하다 무고한 미국 시민을 살해한 작전에 덴마크 보안정보국 PET도 협조했음을 밝혀낸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모르텐 스톰 기자]

"제가 작전에 포함되어 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 진행한 일은 아닙니다. 저와 PET와 CIA와 함께 일했습니다."

인도 기자는 인도 정보기관이 테러용의자들에게 자행한 고문행위와 고문센터 운영 실태를 추적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뉴스타파도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해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주제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주제는 그동안 뉴스타파가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국정원의 SNS 상에서의 대선 여론 개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훌륭한 탐사보도.

이 세션에서 뉴스타파는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 등을 활용해 국정원이 트위터에서 대선여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고, 검찰 수사를 이끌어낸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최기훈 뉴스타파 기자]

"(검찰은)400개 트위터 계정을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이 계정들은 우리가 그 동안 보도한 계정들과 동일합니다. 그 계정들 중 70%가 우리 보도와 일치합니다."

정보기관의 sns 여론조작을 추적한 뉴스타파의 취재기법과 보도내용에 대해 다른 나라 기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질문이 이어졌고

"트윗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고 어떻게 선거에 개입했나요?"

"데이터 분석할 때 어떤 프로그램을 썼습니까?"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브랜트 휴스턴 전 미국탐사보도협회 사무총장]

"이런 사람들(국정원 직원들)을 추적하고 이들이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 것은 상당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인상 깊은 발표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보기관이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정치 공작 이상입니다. 정부가 이런 시도를 한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알 자지라는 뉴스타파의 발표 이후 취재과정과 국정원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 국민들의 반응에 대해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자국 정보기관의 불법 행위를 파헤쳤던 다른 외국기자들에게 한국의 국정원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봤습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올라 보그 덴마크 율란츠 포스텐 기자]

"유럽이었다면 정보기관에 대한 독립 수사가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지도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났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이는 법 위반이니까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놀랍습니다."

권력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자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강조했습니다.

[시에드 나자카트 인도 더 위크 기자]

"(언론은) 만약 잘못된 게 있거나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당국자들이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감시견이라 부르는 언론의 역할입니다."

뉴스타파는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주목받았습니다. ICIJ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의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를 밝혀낸 것과 이로 인해 검찰과 세무당국이 역외탈세 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괄목할만한 성과로 소개했습니다.

[마리나 워커 ICIJ 부대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엄청난 일을 해냈습니다.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는) 다른 어느 곳보다 한국에서 큰 성과를 낳았습니다. 매주 새로운 소식이 쏟아졌다."

이번 컨퍼런스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감시와 견제. 그리고 민주주의의 지탱을 위해 탐사보도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뉴스타파와 같은 비영리 독립 언론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도 목격했습니다.

[데이비드 카플란 GIJN 대표]

"비영리 저널리즘은 굉장히 성장했습니다. 탐사보도를 하는 것은 항상 경제적 압력이 따르고 수익창출 모델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광고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물론 기술도 빠르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뉴스를 전달하고 수집하는 데 다양한 방법이 생겨났죠."

뉴스타파는 출범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첫 비영리 독립언론으로서 세계적 탐사보도 전문 매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이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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