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재배 쌀 배추 무에서 녹조 독소 첫 검출

2022년 02월 08일 09시 57분

노지 재배한 쌀, 배추, 무에서 최초로 잠재적 발암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국립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연구진은 최근 낙동강과 금강의 물로 노지 재배한 배추와 무, 그리고 한국인의 주식인 쌀에서 녹조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서 수확한 무에서는 1.85µg/kg, 창원시 대산면의 배추에서는 1.126µg/kg, 군산시 나포면의 쌀에서는 1.32µg/kg이 나왔다. 노지 재배한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동안은 실험적인 조건에서 상추에 녹조물을 줬을 때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이 전부였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어촌공사는 ‘2016년 노지 재배한 쌀 여러 종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됐는지 검사했는데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실험에 한계가 많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에 노지 재배한 우리 주식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실험을 진행한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미생물전공)는 농작물을 미국 환경청(EPA)에서 확립한 분석 방법에 의해 일라이자(ELISA)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지난 해 8월, 금강의 물이 농업용수로 공급되는 한 수로에 녹조 물이 흐른다. 사진: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마이크로시스틴(MCs)은 녹조의 독소 중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가장 안정하며(끓는 물에서도 없어지지 않는다), 가장 독한 (청산가리의 100배 이상이다) 독소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먹는 물에 있는 마이크로시스틴 하루 섭취 허용량을 1ppb(µg/L)로 제한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을 해치는 잠재적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생식독성도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쌀과 배추, 무에서 나온 마이크로시스틴은 우리 건강에 어느 정도나 해로울까?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섭취허용량에 따르면 이번에 쌀, 배추, 무에서 검출된 수치는 기준치 이하기 때문에 해롭다고 할 수 없다.
쌀,무,배추 함께 섭취할 경우 프랑스 식품환경위생안전청 제시 기준치의 11.4배
그러나 더 낮은 기준치를 제시하는 곳도 있다. 프랑스 식품환경위생안전청(ANSES)은 2019년 마이크로시스틴 섭취로 정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감안해 0.001µg/kg-day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번에 쌀에서 나온 마이크로시스틴은 6.5배고 배추와 무를 같이 섭취할 경우는 기준치의 4.9배가 된다. 쌀과 무, 배추를 같이 섭취하면 기준치의 11.4배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도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건강위험평가국이 제시한 기준은 간독성의 경우 0.0064µg, 정자수 감소, 여성 난소에 미치는 영향 등 생식독성의 경우는 0.0018µg이다.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는 현재는 알려져 있지 않은 불확실한 위험요인을 감안해서 더 적극적인 예방을 한다는 의미에서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따르더라도 숨어 있는 위험성을 감안하면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에 실험을 진행한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의견이다. 
녹조 독성 전문가인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환경독성 전공)는 “하루에 먹는 물 2리터, 쌀,야채,육류,생선 이렇게 전부 합하면 각각은 기준치 이하지만 전부 합했을 때는 기준치를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물을 스프링클러로 뿌려 무를 재배하고 있다. 이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환경부의 ‘농산물에 녹조 독성 흡수되지 않는다' 주장 무너져
환경부는 그동안 “녹조 독성이 흡수되기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단언해왔기 때문에 우리 주식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보와 하굿둑으로 막힌 우리 강에서 심각한 수준의 녹조가 창궐해왔고, 그 물로 농작물을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낙동강과 금강의 물에서는 수천ppb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고, 그 중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양수장의 물도 있었다. 
이번에 검사한 무와 배추는 낙동강의 물로 재배한 것이다. 보통 채소의 경우 지하수로 재배하는 경우가 많지만(지하수의 경우에는 녹조 오염으로부터 훨씬 안전하다) 강물로 재배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무의 경우 낙동강 일대에서 큰 규모로 스프링클러로 강물을 줘서 재배하고 있다. 
녹조 독성이 나온 쌀은 수도권에서도 팔리는 중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쌀과 동일한 상품은 수도권에서도 팔리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쌀(현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이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어촌공사는 2016년 ‘농업용수의 유해남조류(녹조) 독성이 농산물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농어촌공사는 이 보고서에서 ‘남조류(녹조)가 포함된 농업용수가 공급된 벼에서 마이크로시스틴(MCs)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당시 연구에 사용된 농업용수들이 대부분 낮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농어촌공사 연구 대상으로 삼은 농업용수 중 가장 높은 MCs 농도가 24ppb였는데, 작년 금강 서포양수장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양수장이다)인근의 물에서는 5000ppb가 넘는 수치가 나왔다. 그 인근 금강 물로 재배한 쌀에서 이번에 마이크로시스틴 1.32µg/kg이 나온 것이다. 용수의 MCs농도를 감안하면 오히려 낮다고 할 수치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높은 농도로 축적된 경우는 없을 것인가?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과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쌀은 해당 지역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팔리고 있었다. 해당 쌀을 유통하는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고, 회사들의 급식용으로도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하굿둑으로 막힌 금강의 물은 매우 넓은 지역에 공급된다. 그 물이 국민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면 다른 독소도 있다는 뜻이다
녹조가 섞인 물을 지속적으로 주면 토양이 오염된다. 국제적인 녹조 전문가인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토양에 녹조가 공급되면 거기서 자라게 되는데 그것들이 작물로도 가고 지하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낙동강 지하수에서는 실린드로스퍼몹신((cylindrospermopsin)이라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녹조 독성이 발견됐다. 이승준 교수는 “실린드로스퍼몹신이 지하수에서 2.6ppb 정도 검출이 됐는데, 강의 오염이 지하수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라고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본다.”고 말했다. 실린드로스퍼몹신은 간과 신장을 손상시키는 독소인데 미국 등에서는 MCs와 함께 기본적으로 조사하는 독소지만 환경부는 아직 조사대상 독소에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실린드로스퍼몹신은 21개 분석 샘플 모두에서 검출돼 우리 강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독소라는 것이 확인됐다. 실린드로스퍼몹신의 물놀이 금지 기준은 25ppb인데 금강 용두양수장 48ppb, 낙동강 매곡 취수장 부근 25ppb 등 8개 지점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지영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다는 것은 다른 독성도 있다는 뜻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특히 “낙동강과 금강의 3개 샘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면 좀 더 많은 샘플을 조사하고 더 정밀한 방법으로 검증하는 등, 체계적 모니터링이 시작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후보들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후보들이 녹조 독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특위 부위원장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은 정부가 가장 크게 신경 써야 하는데. 이전 정부들이 그 부분을 못 했다면 차기 대선 후보들이 제일 우선해서 정책을 챙겨야 될 것 같다. 물을 흐르게 하면 녹조 독성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보의 수문을 열어서 우리 강을 자유롭게 흐르게 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작진
촬영오준식
편집윤석민
그래픽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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