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수활동비' 항소심 본격 개시

2022년 04월 06일 10시 00분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 윤석열 당선자 특수활동비 공개 소송으로 전환

현직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인 검찰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썼는지 검증하는 사상 초유의 재판이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쓴 특수활동비 등 예산의 공개를 다투는 행정소송 항소심이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에 배정됐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검찰을 상대로 낸 예산 공개 행정소송이 2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그 결과, 소송의 함의가 달라졌다.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공개'에서 '현직 대통령의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 소송으로 바뀌었다.    
애초 이번 행정소송은 검찰 개혁을 위한 예산 감시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2019년 10월,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예산 자료를 공개하라며 검찰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기사 : 최초 소송 검찰 예산의 빗장을 풀어라
공개를 요구한 예산은 세 가지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사용 내역과 지출 증빙 자료다. 공개 기간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 9개월 치로 한정했다. 2019년 11월에 소송을 시작한 데다, 재판 일정을 생각할 때 마냥 기간을 늘려 잡을 수 없었다.
2년 2개월 만인 올해 1월, 1심 판결이 나왔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승소했다. 검찰 예산을 공개하라는 최초의 판결로써 검찰 개혁을 향한 일대 사건이었다. (기사 : 검찰 예산의 빗장을 처음으로 풀었다
하지만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항소를 지휘했다. 검찰 예산을 검증할 기회가 미뤄졌다. (기사 : 알권리 아닌 검찰 편에 선 법무부)

원고 뉴스타파·시민단체 vs 피고 윤석열 당선자 

항소심이 진행되는 사이, 재판에 변수가 생겼다. '실질적인 피고 신분'이던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검찰 예산의 공개 시기는 윤 당선자가 서울중앙지검장(2017.5.22.~2019.7.24.)과 검찰총장(2019.7.25.~2021.3.4.)에 재직하던 때와 포개진다. 
▲ 법원에서 다투는 검찰 예산 공개 기간과 윤석열 당선자의 검찰 재직 기간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 
결국, 예산 감시를 통한 검찰 개혁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뉴스타파의 행정 소송이 '현직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검증'이라는 의미까지 더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5월 9일 출범한다.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

검찰, 궤변 내세워 '윤석열 특수활동비 자료' 공개 막아

올해 2월 28일, 대검찰청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이유서를 냈다. 검찰은 '예산 자료가 방대해 정리가 어려워 공개하기 힘들다'는 궤변까지 담았다. 1심 재판부가 폐기한 주장을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새로운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기사 : 특수활동비 소송, 검찰 항소이유서 '궤변')
검찰의 항소이유서 제출 한 달 뒤인 3월 31일, 소송을 맡은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의 항소이유를 반박하는 준비서면을 작성해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에 제출했다. 하 변호사는 검찰이 내놓은 주요 항소이유를 명토를 박아 반박했다. 
▲ 온라인으로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에 반박서면(준비서면)을 접수하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
① 특수활동비 예산 정보가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하여
대검찰청 담당 수사관이 그때그때 현금을 인출해 검찰총장에게 특수활동비를 준다는 사실을 검찰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언제, 어떤 명목으로, 얼마의 특수활동비를 검찰총장에 줬는지 자료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같은 경우는 대검찰청의 담당 수사관이 검찰총장에게 현금화해서 준다고 밝혔거든요. 그렇다면 그 돈을 어디다 썼다는 기록은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왜냐하면, 아무 명목도 없이 그냥 가져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산하 검찰청에 나눠주는 거면 ‘나눠줘야 하니까 가져와’라고 했을 거고, 어떤 용도를 가지고 명목을 가지고 달라고 했을 거니까요.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② 수사 기밀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하여
1심 재판장은 검찰로부터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의 지출 증빙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를 직접 확인한 재판장은 '예산 자료에 수사 기밀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어디에서 밥 먹었는지가 수사 기밀이라고 주장하는데 너무 황당한 논리인 거죠. 그게 공개되면 수사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③ '자료가 많고 정리하기 힘들어 공개가 어렵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하여
대검찰청에서 관리 중인 정보의 형식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예산 항목별로 정리하여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전체 예산 사용 내역을 연도별, 사업별로 장부 형태로 정리하여 이를 관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 권의 장부에는 본건과 무관한 수많은 예산 항목들이 혼재되어 있고, 특정 예산 항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부 안에 포함된 모든 내용을 검토하여야 구분이 가능하며 매년 생산되는 자료의 양이 매우 방대하여 이를 재분류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검찰 항소이유서 37쪽
하 변호사는 이런 식의 항소이유는 "검찰이 주권자인 국민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관련 법 조항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민에게 공개해야 하는 정보가 많을 경우, 해당 기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20년 12월, 신설됐다.
공공기관은 공개 대상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일정 기간별로 나누어 제공하거나 사본ㆍ복제물의 교부 또는 열람과 병행하여 제공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13조 3항
과연 이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고요. 결국, 그걸 돌파할 방법은 시민들의 관심과 여론이 아닌가. 최소한 시간 끌기는 못 하게 만드는, 최대한 검찰도 소송에 협조해서 최대한 빨리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 시절에 쓴 특수활동비의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4월 6일 현재, 11만 8천 명이 참여했다.
'윤석열 특수활동비' 공개 항소심이 곧 열린다. 뉴스타파는 변론 기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검찰의 항소이유서와 하승수 변호사의 반박서면 전문을 공개한다. 클릭하면 자세히 볼 수 있다.
제작진
영상취재최형석
CG정동우
편집정지성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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