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강제 해산...대통령을 위한 헌법재판소

2014년 12월 20일 01시 03분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이 해산됐다. 6명의 소속 의원들도 의원직을 상실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승만이 조봉암을 제거하기 위해 진보당을 해산한지 58년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정확하게 2년 만이다.

‘숨은 목적’을 찾아낸 헌법재판소

헌재는 통합진보당의 ‘숨은 목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강령에는 명확하게 ‘민주적 질서’를 훼손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석기 의원과 경기동부 등 당내 세력이 벌인 내란 관련 사건 등을 고려해 ‘숨은 목적’을 해석했다. 그래서 진보당이 북한식 민주주의를 추종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는 지난 8월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당내 혁명 전위 세력이라고 불렸던 RO도 실체가 없다고 판단됐다. 통합진보당 측이 무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박근혜 정권, 위기 때마다 ‘종북 카드’

‘통합진보당 해산 작전’은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됐다.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이 신호탄이었다. 당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던 때다. 국정원은 지난해 8월 갑작스럽게 이석기 사건을 발표했다. 11월 법무부는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정윤회 사건으로 청와대가 곤욕을 치르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 다시 종북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틀 뒤 갑작스럽게 헌법재판소 선고일이 공표됐다. 통합진보당은 17만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기록을 재판부가 검토할 시간도 없었을 것이라며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대통령만을 위한 헌법재판소

이틀 전 갑자기 선고일이 공표되면서 ‘해산’ 쪽으로 기울었다는 풍문이 돌았다. 하지만 8대 1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당수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1명 씩, 그리고 합의로 1명을 지명한다. 대법원장이 나머지 3명을 지명한다. 이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결국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최대 7-8명의 헌법재판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또 대법원장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이 국민에 대한 대표성을 가질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독일의 경우 18명의 헌법재판관을 의회에서 3분의 2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판사와 검사 출신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4121901_01

진보정당의 위기...매카시즘 광풍 우려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지 14년 만에 진보정당 운동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우려는 진보정당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수단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통합진보당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통합진보당은 오늘 결정을 민주주의에 대한 조종이라고 평가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