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세월호를 기억하는 베를리너들

2016년 04월 19일 16시 00분

지난해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해서 13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추모 열기가 가득 찼고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각자 자신의 SNS 계정을 3색 프랑스 국기로 바꾸는 식으로 추모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1년 반 정도 후인 2017년 11월이면 프랑스 테러 참사 2주기가 되는데 그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프랑스 테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추모 행사에 참여하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와 프랑스 테러는 전혀 다른 사건입니다.  하지만 먼나라에서 벌어졌던 참사에 대해 독일 사람들은 2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 2016년 4월 16일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30여 곳에서 추모행사가 잇따랐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코리아협의회와 베를린행동이 ‘뉴스타파와 세월호’란 주제로 간담회 행사를 마련하고 뉴스타파를 초대했습니다. (코리아협의회는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민 중심의 민간단체로 독일 현지인들도 다수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합니다. 베를린행동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민과 유학생들이 만든 모임입니다.)
15일 저녁 7시에 열린 행사에서는 뉴스타파에서 제작했던 세월호 참사 100일 특집과 1주기 특집 제작물이 요약본 형태로 상영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방송 현실과 뉴스타파의 탄생 등에 대해 말씀드리고 ‘세월호 참사’가 언론을 통해 어떻게 국민들에게 투영됐는지, 또 현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 사진촬영:야지마 츠카사, 베를린행동 홈페이지
  ▲ 사진촬영:야지마 츠카사, 베를린행동 홈페이지
한국의 뉴스타파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는 독일 최초의 공익적 탐사보도매체인 코렉티브의 훔보르그 국장의 사회로 질의응답이 있었는데 독일분들은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부패와 구조적 문제가 응축돼 있는 사건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유가족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알리는데 한국의 언론 상황이 전혀 유리한 조건이 아니란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4.13총선 결과가 알려진 직후였기 때문에 세월호 인양과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어 다행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고등학생부터 70대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현지인과 교민이 참석했는데 ⅓ 정도가 독일인이었습니다.
참석한 독일인들은 친구가 한국인이거나 평소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들이었는데, 독일인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상에 담았습니다.
▲ 사진촬영:야지마 츠카사
이날 행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적힌 대형 두루마리 종이를 함께 펼쳐드는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두 손에 느껴지는 이들 이름의 무게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만큼 밀도감 있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한국에 있든 외국에 있든, 1년이 지나든 2년이 지나든, 이런 마음이 한데 모인다면 304명의 죽음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작진
편집박서영
촬영김새봄(베를린)
사진야지마 츠카사(베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