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스캔들] ① 뉴스타파 취재진, '스티비 어워드' 대거 수상 '쾌거'

2021년 02월 22일 09시 15분

이른바 ‘비즈니스계의 오스카상’으로 소개돼 온 ‘스티비 어워즈’의 실체를 뉴스타파가 추적했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정부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체가 받아온 상이다. 이 상을 받은 기관들은 수상 사실을 앞다퉈 홍보에 써 먹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이 상의 실체를 추적한 결과, ‘권위’, ‘전세계 최고’ 등으로 포장돼 온 ‘스티비 어워즈’는 돈만 내면 누구나 출품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엉터리상이었다. 심지어 신청만하면 심사위원도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돈이다. 상을 받으려면 이중 삼중으로 돈이 들어간다. 출품료, 트로피 제작비, 시상식 참가비와 해외 시상식 참가를 위한 여행경비 등이다. 뉴스타파는 '스티비 어워드'를 한번이라도 받은 적이 있는 공공기관과 지자체들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이들이 상을 받는 과정에서 낭비한 세금을 확인했다.
뉴스타파 김강민 기자는 전두환이 40년 전 만든 ‘사회정화위원회’라는 기관 이름으로 ‘스티비 어워즈’에 응모해 상의 실체를 검증했다. 

뉴스타파, 15개월에 걸쳐 ‘스티비 어워즈’ 실체 검증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201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15개월에 걸쳐 ‘스티비 어워즈’의 실체를 추적, 검증했다. ‘스티비 어워즈’가 전세계에서 운영하는 8개 부문 및 지역상(미국 비즈니스 대상, 국제 비즈니스 대상, 여성기업인 스티비 대상, 영업 및 고객서비스 스티비 대상, 위대한 회사 스티비 대상, 아이사-태평양 스티비상, 독일 스티비상, 중동 및 북아프리카 스티비상) 중 하나인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즈’에 직접 작품을 출품하고 심사에도 참여해, 출품에서 시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취재했다.  
뉴스타파는 엉터리로 3개의 출품작을 꾸며 ‘2020년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즈’에 제출했다. 한상진 기자는 바로 전 해 금상을 받은 서울의 한 구청이 뿌린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뒤 경기도의 한 지자체 이름을 붙여 출품했다. 김지윤 기자는 뉴스타파의 인기콘텐츠인 ‘썸’ 영상에 ‘뉴스설파’라는 가공의 언론사 이름을 붙였다.
김강민 기자는 40년 전 독재자 전두환이 정치탄압과 언론탄압을 목적으로 만든 ‘사회정화위원회’라는 기관의 이름을 차용해, 이 기관 소속인 것처럼 꾸미고 영문 출품작을 만들어 제출했다. 영문 내용은 인터넷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이 기관의 소개내용을 번역기로 돌려 만들었다. 출품 서류에 기관의 대표자로 ‘Chun Doo Whan(전두환)’을 기재했다.
박성수 서울 송파구청장. 송파구청은 '2020년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았다. 

엉터리 작품 3개 출품, 허위 경력으로 심사위원에도 도전

뉴스타파 취재진은 ‘스티비 어워즈’ 심사위원에도 도전했다. 김지윤 기자는 프리랜서 미디어 전문가로 위장했다. 김강민 기자는 출품작인 ‘사회정화위원회’의 ‘위원’ 직함을 만들었다. 한상진 기자는 가공의 기업 연구원 프로필을 제출했다. 
이렇게 허위 경력으로 심사위원에 도전했지만 ‘스티비 어워즈’측은 문제삼지 않았다. 이력서나 경력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과정도 없었다. 심사위원 신청서를 내고 며칠 뒤, 뉴스타파 기자 3명은 모두 심사위원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이메일로 받았다. 정상적인 상과는 달리 ‘스티비 어워즈’가 심사위원을 무작위로 신청받아 운영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사위원이 된 뉴스타파 기자들은 수개월에 걸쳐 심사에 참여했다. 아시아 22개국의 정부기관과 사기업들이 낸 작품이었다. 그 과정에서 김강민 기자는 본인의 이름으로 낸 작품인 ‘사회정화위원회’를 본인이 ‘셀프 심사’하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전세계에서 총 8개의 상을 운영하며, 매년 수천 개의 수상작을 배출하고 있다고 알려진 국제 비즈니스 대상 ‘스티비 어워드’의 민낯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출품료, 트로피, 시상식 참가비...이중 삼중 돈 내고 받는 상

'스티비 어워즈'측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기관과 사기업은 ‘2020년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드’에 총 250개 이상의 작품을 출품했고 그 중 88개가 상을 받았다. 출품작 대비 수상자 비율이 35%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직접 심사에 참여해 확인한 결과는 이들의 주장과 큰 차이가 있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직접 심사에 참여해 확인한 심사 카테고리는 총 2개(정부혁신, 미디어)다. 그런데 이 2개의 카테고리에서는 출품작의 대략 70% 정도가 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출품기관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수상 비율은 95% 정도로 늘어났다. 한 기관에서 여러 건을 출품하면 거의 100%의 확률로 1개 이상의 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참여한 '2020년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즈'에서는 서울 서초구청이 금상 2개 등 총 7개의 상을 쓸어 담아 다관왕 1위를 기록했다. 송파구청이 금상 4개 등 총 5개 상을 휩쓸어 2위, 금상 2개 등 총 4개를 받은 외교부가 3위였다. 3개씩 상을 받은 공항철도와 한국남동발전이 뒤를 이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낸 엉터리 출품작 3개도 모두 수상에 성공했다. 금상 2개와 동상 1개였다.
‘2020년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드’에서 금상 2개, 동상 1개를 받은 뉴스타파 취재진. 모두 존재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꾸민 출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뉴스타파, 25일 ‘스티비 상’ 받은 공공기관 명단과 세금 규모 공개 

뉴스타파가 출품-심사-수상 등 전 과정에 참여해 확인한 결과, ‘스티비 상’을 받기 위해서는 이중 삼중으로 돈을 내야했다. 3개 작품 출품료로만 15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고,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받은 뒤엔 트로피 제작비와 시상식 참가비를 따로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트로피 가격이 개당 300여 달러, 시상식 참가비도 1인 당 500달러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상 하나를 받는데 100만 원 이상이 들어갔다.
그 동안 '스티비 상'을 받았다고 홍보해 온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이 상을 받는데 얼마나 많은 세금을 쏟아 부었을까. 
뉴스타파는 오는 25일(목) 지난 10여 년간 ‘스티비 상’을 받아 온 공공기관과 이들이 수상 과정에서 쓴 세금 내역을 낱낱이 공개한다.  
제작진
취재김지윤 김강민 김새봄 최윤원 한상진
촬영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정지성 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내레이터김석환